[리뷰] '노매드랜드' 작별하지 않는 희망의 터전

  • 노이슬 기자 / 2021-04-01 17:30:23
  • -
  • +
  • 인쇄

[하비엔=노이슬 기자]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메시지만큼은 강렬하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집에 자유를 선사했다.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 영화는 그 역시 놓치지 않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 곳에서 살던 여성 펀이 밴(선구자)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움직이는 집, 밴을 타고 미국 곳곳을 떠나는 펀의 모습은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대자연과 어우러져 힐링을 안긴다. 끝없이 펼쳐지는 캘리포니아 해안도시부터 사탕수수 농장이 즐비한 네브래스카, 핸디우즈 국립공원 등 환상적인 비주얼은 지금 당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게 한다.


관객들엔 일상을 환기시킬 수 있는 힐링 여행이지만, 펀을 비롯한 '유랑족'에게는 여행이 아닌 일상이다. 이들은 캠핑카를 정차하고 쉬는 곳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형 쇼핑몰의 물류창고를 찾고, 단순노동, 일용직을 일삼는다. 특히 유랑족의 나이는 결코 젋은 세대가 아니라는 점. 이는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 대란이 일어나는 등 집이 없는 홈리스들이 늘어나고, 장년층이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우리 현실과 닮아있어 공감된다.

유랑족 대부분은 상처를 입고 본래의 삶의 터전을 떠나온 인물들이다.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기에 금방 친해진다. 이들은 헤어질 때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이 끝나지 않는 한, 이 길위에서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노매드랜드>는 미국의 정서가 깔려 있기에 유랑족을 위한 대기업의 시스템 등을 비추는 지점은 신선함을 안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삶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보인다. 펀에게 "내 집에서 우리랑 같이 살자" 제안하는 누군가가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주인공 펀을 연기한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치도록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얼굴과 분위기만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배우의 감정까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 3관왕 도전을 앞둔 그의 수상을 응원하게 한다.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미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미국 감독조합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시즌 미 아카데미를 비롯해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및 미국 감독조합상 감독상까지 모두 노미네이트 된 유일한 감독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쌓아 올렸다. 

 

 

반면 그녀의 조국, 중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에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집'을 국가와 사상이라고 한다면, 유랑족들은 이를 거부하는 이들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감독은 집밖으로 나온 유랑족 같은 삶도 힘겨울 수 있지만, 자유로울 수 있고, 공동체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노매드랜드>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촬영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러닝타임은 108분, 12세이상 관람가, 국내 개봉은 4월 15일이다.

 

[저작권자ⓒ 하비엔.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