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지나 소송 건 보험사…법 몰라 '4억대 빚' 지게 된 유족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9 17: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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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해보험 "사건 종결 차원에서 소송제기…국가 위탁이라 실익 없어"
▲DB손해보험 CI
[하비엔=홍세기 기자] DB손해보험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소멸시효가 지난 뒤 소송을 제기해 4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DB손해보험은 사건 종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소송을 건 것이고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아 지급한 보험금이라 돈을 돌려받아도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문철TV>은 지난 6일 13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4억4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한 유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운전자 김씨는 지난 2000년 2월14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동승자 3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고, 당시 운전자 김씨는 별도의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 따라 정부의 위탁을 받은 DB손해보험이 김씨 유족 대신 동승자 유족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이란 자동차 책임보험 금액 중 일정 액수를 적립해 뺑소니 및 무보험 자동차사고 등으로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단이 전혀 없는 경우 국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회보장 제도다.

문제는 사고 이후 12년이 지나 동승자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DB손해보험이 김씨의 유족들에게 보험금 청구 지급 명령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DB손해보험의 보험금 청구 지급 명령을 받은 유족들은 무료법률상담을 통해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법률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김씨 유족들은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진행된 정식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 해당 법원에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제기하지 못한 것.

법원은 어머니가 6000만원, 성인이 된 두 딸과 고등학생인 막내딸에게 각각 40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를 갚을 형편이 안되는 유족들은 매년 20%의 이자까지 붙어 현재 4억4000만원으로 빚이 크게 늘어났다.

방송에서 한문철 변호사는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도 보험사에서는 이미 유족들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인지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보험사에서 시간이 지난 후 성인이 되자 찔러보기 식으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들 유족들이 갚을 능력이 안되는 것을 알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이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건 종결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었는데 재판에서 뜻밖의 판결이 나왔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아 지급한 보험금이라 돈을 돌려받아도 실익이 없다”며 “현재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으로 이관돼 그쪽에서 결정할 사안이다”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유족들의 채권을 없앨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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