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부회장직’ 신설 추진…사내선 ‘회사 사유화’ 우려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6 17: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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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유한양행이 회장·부회장 직급 신설을 추진하면서 사내 일부에서는 ‘회사 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라는 고(故) 유일한 창업주의 유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오는 3월1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직위 신설 및 수정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본사 전경. [사진=유한양행]

 

기존 정관 제33조를 보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 가운데 사장과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변경안에는 회장과 부회장직이 추가됐다.

앞서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에 올랐던 인물은 창업주와 연만희 전 고문이 유일하다. 연 전 고문이 지난 1993년 대표이사 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이사회 서열로는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희 전 사장과 조욱제 사장이 가장 높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들이 각각 회장과 부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내부 직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같은 인사다.

특히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연임 1회를 포함해 최대 6년의 임기를 마치면 고문으로 물러나는데, 지난 2021년 대표이사 직에서 퇴임한 이정희 의장은 이례적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또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뿐 아니라 이 의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도 올라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이같은 변화 조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유한양행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려는 인간의 행태’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그는 게시물을 통해 “창업자이신 유일한 박사님은 회사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가족한테 준 거 하나 없이,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을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지금 누군가 유한양행을 사유화를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작은 회사에 부사장이 6명이다. 본인이 회장이 되기 위한 밑바탕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유한양행의 한 직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불만이 커, 언론에 제보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이전에도 이같은 사안을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 진행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내부에서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며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창업이념에 의해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대표이사 임기도 3년씩 2연임을 원칙으로 삼았다. 따라서 사 측의 이번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기업이념을 무색케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측은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직급 체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라며 “누가 선임될 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라는 입장이다.

한편 유한양행의 현재 정관에는 가장 높은 직급이 사장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50대 제약사’를 목표로 외부 인력을 적극 영입하면서 부사장이 6명까지 늘었고, 사장도 조욱제 대표이사와 김열홍 총괄 R&D 사장 2명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김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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