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균 "'싱크홀' 촬영, 유격 훈련보다 더한 생고생 현장"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8-12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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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배우로써 선(善)과 악(惡)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성균이 그렇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정시대>에서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던 그가 <싱크홀>(감독 김지훈, 제작 더타워픽쳐스)에서는 소시민으로 돌아왔다.

 

<싱크홀>은 11년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다. 김성균은 극 중 11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한 생계형 가장 동원으로 분해 여름 성수기 극장을 찾았다.

 

 

12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싱크홀>은 개봉날인 전날(11일) 14만 7111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15만 4472명을 기록하며 본격 여름 시장에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성균은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으로 재밌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부분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다. 각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부분이 골고루 포진돼 있어서 잘 살려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성균은 <싱크홀>로 첫 재난영화에 도전했다. 평소 SF 장르,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마니아라는 그는 "나도 재난 영화를 찍는구나"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싱크홀이라는 재난은 아직은 생소했다.

 

 

"싱크홀이라는 재난은 상상이 잘 안되더라. 우리가 이걸 어떻게 찍을 것인가. 뒤로 구르고 앞으로 구르고 난감했는데 짐볼 세트로 흔들어주고 그 많은 물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물 뿌려주고 배우를 굴렸다. 유격 훈련보다 더한 생고생 현장으로 집어넣어주셨다. 촬영장에서 서로 아침에 만나면 안부인사하고 재난 현장으로 들어가듯이 서로 챙기면서 걱정을 떨칠 수 있었다."

 

<싱크홀>은 국내 개봉 전부터 세계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고 있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뉴욕아시안영화제 폐막작 선정 등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김성균은 "보통 초청되면 배우가 가야는데 이걸 핑계로 비행기도 타고 해야하는데 좋으면서 아쉽다. 상황이 좀 좋아지면 해외 영화제에 다 같이 가고싶다"고 했다.

 

<싱크홀>은 다른 재난 영화와 달리, 유쾌함이 묻어난다. '유쾌한 재난영화'라는 지점이 이해하기 힘들었단다. "처음에는 이 작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해를 못했다. 재난 상황에 빠지는 인물이라고 딱딱하게 생각했다. 근데 감독님이 유쾌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게 우리 작품의 방향이라고 했다. 템포나 호흡을 많이 올리라고 디렉션을 주셨다. 광수 하는거 보고 차승원 선배 하는거 보고 방향을 감을 잡고 같이 했던 것 같다."

 

극 중 동원으로 분한 김성균은 차승원과는 초반 티격태격하는 케미를, 이광수, 김혜준과는 직장 상사로써 사고에 휘말리게 하게 돼 미안함을 가진 인물이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완성된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차승원 선배님이 키가 크시다. 영화에서 보면 만수가 동원이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안 만나고 싶은데 자꾸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참견하고 무시한다. 저는 그걸 있는 그대로 다 받았다. 공기 그대로. 선배님이 가지고 계신 비주얼과 모습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차승원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연장자인데도 원래 성격이 그러는지 말씀도 많이 하고 먹을 것,음식을 싸왔다. 매운 새우깡을 항상 싸오셨다. 온 멤버가 중독이 되기도 했었다.

 

이광수는 엄청 질투났다(웃음). '광수 광수 광수!!!' 가 촬영장 유행어였다. 온 스태프들이 사랑했다. 현장에서 휴대전화 한번도 안 봤다. 준비 돼 있는 배우였다. 광수가 장면을 살렸다고 하면 '광수 광수 광수!!!'를 외쳤었다."

 

그러면서 김성균은 차승원, 이광수의 애드리브를 따라갈 수 없었단다. 이광수와 촬영한 택시 씬은 애드리브 때문에 기억에 남는단다. "광수와 차승원 선배님의 순발력은 이길 수 없더라. 광수는 10년을 '런닝맨'에서 순발력을 기른 친구다. 택시 손잡이 떨어지는 것은 손잡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제가 힘을 세게 줘서 뜯긴 것이다. 다시 붙어있는 연기를 해야했는데 '손잡이가 떨어졌어' 하니까 광수가 욕을 하더라. 현장에서 다 빵터졌다. 그러면서 이어나갔다. 정말 옆에 있는 배우들에게 많이 배웠다. 평범하게 코미디를 받쳐 주려고 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힘든 절망의 상황에서 위트와 유머가 넘쳐났다. 힘들수록 장난을 많이 쳤다. 흙 범벅이 된 얼굴을 서로 사진 찍어서 놀리고 괜히 하나 꼬투리 잡으면 하루종일 놀리고 그랬다. 지금도 홍보 다니면 뭐 하나 걸리면 하루종일 놀리면서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극 중 동원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너진 건물을 아이를 등에 업고 힘겹게 오르는 장면은 <싱크홀> 명장면으로 꼽힌다. 부성애가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실제 나도 집에서 보통의 아빠들 같은 모습이다. 한번은 '어떤 아빠가 우리 애한테 화를 덜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이라고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수찬이를 하루 종일 업고 촬영하니 정말 내 새끼 같았다.

 

아이를 업고 탈출하는 씬은 정말 고생했다. 너무 힘들었다. 정말 진짜 제가 근육도 없다. 체력도 좋지 않은 허약파다. 제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걔를 업고 기어 오르고 기고 뭘 타고 올라가고 그걸 찍었는데 애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체력이 약한 제가 그 생각만 하니 그걸 해내더라. 감독님도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이걸 다 해냈다고 칭찬을 받았다. 잘 넘어갔구나 생각했다."

 

김성균은 동원 캐릭터에 깊게 공감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고, 실제 부모이기도 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것 역시 공감가는 지점이란다. "동원이 저 같았다. 얼마나 고생해서 집을 이뤘는지는 구구절절은 모르지만 저는 배우로써 그렇게 고생을 하지는 않았다. 저는 운이 좋아서 감사하게도 잘 쓰여지는 배우가 됐다. 저도 집을 마련했다. 그때 기분은 동원처럼 너무 좋았다. 처음 이사하기 전에 빈 집을 매일 찾아가서 도배도 안돼있고, 장판도 안된 집에 가서 맥주도 마시고 잠도 자고 그것만 봐도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싱크홀>로 재난영화에 도전한 그는 또 제안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김성균은 "또 하고싶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할 것 같다. 등산 후의 성취감 같은 느낌이다. 할 땐 힘들지만 성취감이 있는 것 같다. 힘듦은 10점 만점에 9점정도 된다. 나머지 1점은 미래에 해야될 작품에 남겨두고 싶다. 한번 더 도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차기작은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다. 김성균은 "현재 신혜선씨와 <오픈 더 도어>도 촬영 중이다. 하고 싶은 장르는 역시 SF, 히어로물이다. 어린애 같다고 유치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너무 좋아한다. 로맨스는 안 어울리는 같다"며 웃었다.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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