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성민 "'제 8일의밤' 양자물리학에 호기심 있을때 만났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7-16 06:00:36
  • -
  • +
  • 인쇄

[하비엔=노이슬 기자]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이 퇴마에 뛰어들었다. 기존 영화에서는 신부, 무당이 퇴마를 했다면, 영화 <제 8일의 밤>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스님 진수가 퇴마를 펼친다. 그는 이승을 떠도는 슬픈 영혼 천도를 업으로 살아간다.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제 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후 불교 문화권인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성민은 <제 8일의 밤>을 통해 처음으로 넷플릭스에 입성했다. 개봉 후 화상 인터뷰에서 이성민은 "출연했던 배우로써 영화에 대해 만족한다. 안타까운 점은 영화 촬영하면서 한번도 예상하지 못한 넷플릭스 개봉이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다. 대신에 이 시기에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이 분한 진수는 전직 스님으로, 말 한마디 없이 무표정으로 묵묵히 일만 하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감정을 전혀 알 수 없는 무표정은 차갑기도 하지만, 세상과 소통을 스스로 단절해 대사도 거의 없다. 그의 업은 이승을 떠도는 혼을 천도하는 일이다. 

 

이성민은 "진수의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진수라는 캐릭터가 느끼고 보는 세계를 관객들이 잘 이해할까, 공감할까 하는 지점에 중점을 뒀다. 진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세계를 보고 느끼는 운명을 가진 인물이다. 많은 영혼들을 천도해주는 일을 하던 사람이다. 번뇌와 고민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것이 자기배반,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해서 일을 그만 둔 상태다. 끊임없이 그것을 털어내기 위해 살고 있다. 그래서 말이 없는 것이다. 의식주도 최대한 절제하고 수도하는 것처럼 사회에 나간 전직 스님이다."

 

 

영화는 오컬트 장르다. 기존 오컬트 장르에서는 악령이 씌운 이를 퇴마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제 8일의 밤>은 불교적 색체가 짙다. 붉은 눈과 검은 눈을 가진 요괴가 부처에 의해 그 힘이 봉인됐다는 고전설화를 차용, 한 대학교수가 2500년 전 설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증명하려 서쪽 사막 한 가운데서 봉인된 단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붉은 눈의 봉인이 풀리며 시작된다.

 

이성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요괴라던가 그런 것들이 실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마음에서, 본인에서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눈을 가진 것,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봤다. 그렇다면 그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생각을 해봤다.

 

진수는 그 사람들을 천도해야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그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많이 했다. 진수는 자신의 업을 거부한 상태로 번뇌와 번민을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웃을 수 없는 것 같다."

 

이성민은 <제 8일의 밤>을 알기 전 우연히 양자물리학 강연을 듣게 됐단다. 그렇기에 진수가 가진 특별한 '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이게 다일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리학 강의를 우연히 보다가 우리 양자역학,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은 인간이, 우주 만물은 원자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거기서 우리가 보는 것을 원자로 보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우리랑 다른 눈을 가진 생물이나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가 못 보는 다른 차원을 보지 않을까 호기심을 가질 때 이 영화를 만났다."

 

 

호기심이 풀렸냐는 물음에는 "영화 엔딩에서 말하는 주제처럼 여전히 호기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공감을 얻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세상은 뭔가, 사물은 뭔가, 우주도 생각하게 되고 시간도 생각하고 우리의 삶도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사람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만약 이성민에게 그런 특별한 '눈'이 생긴다면 순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메트릭스> 보면 시그널로 보지 않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우리가 보는 것이 태양, 빛의 반사로 생기는 변화를 우리 눈이 인지해서 뇌에 시그널을 보내서 인지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능력이 있으면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은 해봤다. 

 

내가 그런 능력을 갖는 것은 생각 안해봤다. 하하. 다른 차원을 느끼고 본다는 분들은 그걸 받아들이고 그런 삶을 사신다. 그런 분들도 약간 이해가 된다. 100%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도 아마 순응하고 살지 않을까 싶다. 상상은 해봤는데 제가 받아들일지는 그 상황이 생기면 생각해보겠다(미소)."

 

처음 도전한 오컬트 장르는 그의 전작 <미스터 주>에 버금갈만큼 CG작업이 주를 이뤘다. 이성민은 공포, 호러 영화를 무서워서 잘 안보지만 흥미는 생겼단다.

 

"워낙 CG가 많은 영화였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보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익숙한 편이었다. 구체적으로 저랑 호흡하는 대상을 상상하고 연기했지만 저희 영화에서는 실체를 모른다. 어떻게 묘사될 지 모른다. 감독님이 예상했던 그림을 보여주시긴 했지만 구체적인 형태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이 힘들었다."

 

이성민은 "배우는 무쇠를 가슴으로 녹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내가 글로 표현한 적이 있다. 그게 기본적인 태도인 것 같다. 이 모든 부분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성이 발달된 사람은 배우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배우의 근원적인 베이직인 것 같다. 그런 지점에 대해 많이 훈련돼 있는 사람들이 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넷플릭스

[저작권자ⓒ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