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8] 이윤정 감독 "'우주인 조안' 작업, 단 한번도 수정 요구 無"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08-28 13: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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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이윤정 감독이 'SF8' 프로젝트 참여 소감을 전했다.

 

'SF8'(에스 에프 에잇)은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 소속된 김의석, 노덕, 민규동,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가나다순) 감독까지 총 8명의 감독이 각각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를 표방하며 근미래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간호중' '만신' '블링크' '주우인 조안' '인간증명' '일주일만에 사랑할 순 없다' '증강콩깍지' '하얀까마귀'까지 배우 이유영, 예수정, 이연희, 이동휘, 이시영, 하준, 김보라, 최성은, 문소리, 장유상, 이다윗, 신은수, 최시원, 유이, 안희연, 신소율까지 배우들이 총 출동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냈다.

 

 

'우주인 조안'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에서 청정복을 입는 평균수명 100세의 C(Clean)와 청정복을 입지 않는 평균수명 30세의 N(No Clean)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학교 안의 유일한 N인 조안 역에는 김보라가, 태어날 때 항체주사를 맞은 선택받은 소수의 C인 이오 역은 최성은이 맡아 두 라이징 스타의 만남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우주인 조안'은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인 두 청춘의 관계가 SF라는 장르 속에 어떻게 녹여졌을지, 장르적 특색만으로도 오늘 밤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무한 자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세상 속에서 상이한 계급으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서로 다른 삶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청정복은 SF만의 장르적 색깔이 물씬 느껴지고 있는 것은 물론, 현재 우리 젊은 세대들이 직면한 고민과 현실을 표현하고 이어 더욱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이윤정 감독이 직접 밝힌 '우주인 조안'의 촬영 비화다.

 

Q. 1) 이번 'SF8'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이유와 소감이 궁금하다.

 

A. DGK가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하기 때문에 감독에게 완벽한 창작의 자유가 주어지는 프로젝트라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및 후반 작업의 모든 과정에서 투자사나 제작사로부터 단 한 번의 수정 요구도 받은 적이 없다. 다른 누구의 압력도 없이 오롯이 관객의 반응만을 두려워 하며 작업하는 것. 예산의 한계가 있었음에도 영화 작업 본연의 즐거움은 다 누린 것 같다. 계속 시리즈가 이어져서 더 많은 감독님들이 마음껏 만든 작품들을 보고 싶다.

 


Q. 2) 김보라와 최성은, 요즘 가장 핫한 라이징 배우들과 작업을 하셨는데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배우들을 캐스팅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최성은 배우는 무서운 신인이라고 데뷔 전부터 소문이 자자해서 꼭 만나보고 싶었다. 만나 보니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이 보여 이오를 맡기기로 했다. 김보라 배우는 '스카이캐슬'에서의 연기를 보니 잘 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화보나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면 기존의 드라마 속 이미지를 벗어난 자유로운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캐스팅했지만 두 사람 다 이 정도로 잘 할 줄은 몰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브라보!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최성은 배우는 조안이 노래 부르는 걸 바라보며 묘한 감정에 젖어드는 장면을 앵글을 바꿔가며 여러 번 롱테이크로 촬영했는데 매번 같은 몰입도로 믿을 수 없이 생생한 감정을 연기해줘서 편집 때는 원하는 앵글을 골라 붙이기만 하면 됐다. 김보라 배우는 모든 컷 모든 테이크가 자유롭고 매프레임 새로운 디테일을 만든다. 자신이 나오지 않는 화면의 디테일까지도. 이오의 무릎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이오 원 샷을 찍는데 화면 안에 손을 넣어 이오의 머리카락을 톡 치니까 마법이 일어난 듯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걸 지켜보는데 기가 막혔다. 내가 연출한 거라고 하고 싶지만 보라 배우가 알아서 한 것이다. 나만 알려고 했는데 김보라는 천재가 맞다. 

 

Q. 3) '우주인 조안'은 김보라와 최성은의 케미가 두드러진 작품인데 이를 위해 감독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A. 현장에서 테이크를 많이 갈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어서 리딩을 여러 번 해서 톤을 맞춰놨다. 두 사람이 좀 편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촬영 전에 괜히 차 마시자고 불러서 나만 세 시간 떠들고 온 적도 있었는데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 촬영 시작하니 또래의 프로페셔널들이라 서로 잘 통했는지 슛 사이사이 자기들끼리 끊임 없이 뭐라고 웃고 떠들고 얘기하는 게 딱 이오, 조안 캐릭터들 같은 모습이 돼 버리더라.

 


Q. 4) '우주인 조안'의 경우 특히 더 이미지적으로 SF장르가 확연히 드러났던 작품이다. 이를 위해 어떤 제작 과정이 있었는지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A. 미세먼지와 청정복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하는 것이 짧은 프리프로덕션 기간 최대 난제였다. 예산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도심은 세트 안에서 특효로 진짜 포그를 채워서 가고, 엔타운은 외부 로케이션에서 특수효과과 CG를 섞어서 먼지를 그려넣는 방법을 선택한 뒤 시나리오 안에서 동선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로는 로케이션에서도 실제 특효 포그를 사용한 장면들의 만족도(예를 들면 장례식 장면)가 더 높아서 아예 처음부터 아날로그한 컨셉을 잡고 시작했으면 더 흥미로운 그림들이 많이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청정복 제작은 예산과 스케줄 모두 너무 타이트했다. 다행히 제작 의상 경험이 많고 우연찮게 우주복 관련 연구를 선행해 둔 의상팀 해인을 만나서 하루만 늦어도 촬영이 펑크날 것 같은 프리프로덕션 스케줄을 위험천만하게 통과하여 완성했다. 강화청정복 헤드커버가 완전한 구 형태를 띄게 된 건 사실 제작기간상 다른 디자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인데 막상 만들어서 이오에게 씌워보니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Q. 5) 연출에 있어서 가장 신경을 쓰거나 중점을 두신 부분은?

 

A. 자본주의적 계급 격차와 생명, 수명의 변화에 따른 삶의 태도 등 다양한 질문들이 깔려 있는 작품이지만, 보는 동안은 이오와 조안,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청춘의 바이브를 따라가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SF지만 청춘성장물로서 공감을 얻는 것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작업했다.

 

Q. 6) 연출작을 제외하고 다른 7개의 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노덕 감독의 '만신'이다.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매우 흥미롭다. 기술을 통해 쉽게 예측가능해진 미래보다 생존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인간적이라고 믿는 감각은 무엇일까.  이연희 배우의 변신이 등장부터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웠고, 만신 속에서 헤매는 장면의 비주얼이 신박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서 질투가 났다.

 

한편 'SF8'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든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로 SF 장르적 특성을 살려 생생한 UHD 화면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우주인 조안'은 28일 밤 10시 10분 방송된다.

 

사진= MBC,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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