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기업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

  • 편집국 / 2020-09-28 11:18:07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
[하비엔=편집국 ] 혁신(革新)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이나 관습, 조직과 방법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다. 혁신의 필요한 이유가 단순히 새로운 성과창출이나 현상유지 등의 목적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 내부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외부의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인지하며 적응하는 것도 혁신의 역할이다. 

 

때문에 많은 기업과 조직이 표면적으로는 혁신을 찾고 현실에서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경쟁사보다 기술역량이 뒤처지는 곳은 종종 상징성과 정신적인 부분을 부각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한다면 단타성 사업 실적이 강조된다. 이도 저도 없다면 마른 수건을 쥐어짜기라도 내세운다. 비상경영의 실행방안으로 흔히 나오는 것이 이면지 사용과 종이컵 줄이기같은 소소한 비용절감이라는 흔한 사례이다.


막상 혁신을 실현하고 반복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굳이 표현하면 상대적으로 당첨 가능성이 높은 복권 정도랄까. 애초부터 혁신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경영 분야의 성공 사레를 분석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핵심역량으로 체화시킴으로써 성공의 플라이휠을 가속한 기업이 되는 것은 언제나 소수에 그친다.


혁신을 통한 기업의 변화, 성장, 성공의 요소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눈에 드러나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자질을 최우선요소로 보지만, 막상 해당 기업을 들여다보면 외부로 덜 드러나는 임원들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기업의 구성원과 그들의 자질이 핵심이라고 볼 때는 적절한 인력을 선별해서 채용하고 유지하는 내부시스템을 중요시한다. 여러 요인들이 모두 중요하다면 바람직한 기업문화의 형성이 핵심이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한다. 그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혁신 업무를 떠안은 담당자들조차도 회의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은 우리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차피 보여주기로 하는 쇼라고 인식하거나, 이런 거 해봤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거나, 실적을 과장하고 문제를 덮겠다는 허위보고와 본질을 흐트러트리는 정치적 행동이 만연한 조직은 바꿀 수 없다거나, 최고경영자의 혁신 의지와 사내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 등이 빈번한 예시이다.


이는 특히나 오너가 존재하지 않고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종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공기업의 일부 전문경영인이 대표적이다. 서류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도 실제 업무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할 때 기업 구성원들과의 충돌이 발생하면 때로는 노조에서 이를 이슈화하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저런 유형의 경영자가 추구하는 개인이익과 기업의 일부 내부 인력이 컬래버레이션으로 기업문화를 왜곡시켰을 때가 그렇다. 현실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십상시(十常侍])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를 보면 공공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기업문화가 손상된 기업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겪었거나 반복된 기업에서는, 막상 다음의 유능한 경영자가 유능한 구성원들을 새로이 모으더라도 혁신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비전을 이들에게 확신시키는 것부터가 어렵다. 기업문화를 나눠먹기 이권으로 만든 문제의 당사자들은 혁신의 장애요소로 남는다. 앞에서 굽히면서 시간만 흘려보내면 어차피 경영자는 교체되고 단물은 그대로 챙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무리 사자가 이끄는 양 떼무리가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보다 낫다 해도, 하루아침에 기업문화의 방향이 바뀌지는 못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방안, 유능함과 공정함, 사람을 보는 안목과 리더십을 함께 제시하고 지속할 수 없다면, 기업의 혁신보다는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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