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인혁 "데뷔 2년 4개월만 주연, 성장과정 노하우 없어 부담"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8-02 06: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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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신인 배우가 일주일 7일 중 4일 내내 안방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몇명에게나 주어질까. 그 어려운일을 해낸 배우가 배인혁이다. 그는 OTT 플랫폼 웨이브, 티빙, 아이치이를 통해 국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안방까지 찾아가는 행운을 누렸다.

 

KBS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봄'과 tvN '간 떨어진 동거'가 동시에 종영한 배인혁과 하비엔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작품에서 극과 극의 청춘을 그려낸 배인혁은 "월화수목 다 나오니까 부모님이 저녁 약속을 못 잡겠다고 하시더라. 사전제작으로 촬영이 끝난 작품이라 저도 시청자 모드로 봤다"고 했다.

 

 

배인혁이 첫 지상파 주연을 맡은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연출 김정현, 극본 고연수/ 이하 '멀푸봄')은 '멀리서 보면' 청춘일지도 모를, 20대들의 고군분투 리얼 성장 드라마다. 배인혁은 극 중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외곬수 수현으로 분했다.

 

수현은 수려한 외모에도 오랜 친구 왕영란(권은빈)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친해지려하지 않는다. 강의가 끝나면 바로 편의점부터 밤 늦은 시간 공사현장까지 닥치는대로 일했다. 급기야 가족들을 위해 돈을 마련하고자 자취방을 빼고 급식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원 휴게실에서 생활하다 쫓겨났고, 오갈 곳이 없어 결국 길바닥에 나앉는다. 배인혁은 수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어느정도의 아픔과 상처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요즘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지 공감이 힘들었다. 일반 대학에서도 수현 같은 극한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심지어 저는 예대를 나와서 학생들의 텐션 자체가 다르다.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그런 캐릭터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 역시 성인이 된 후 연장선이니까.

 

모든 부분에서 수현이의 환경과 상황이 극대화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일을 그렇게 많이 해도 2021년에 영양실조가 있을까 싶었다. 힘듦의 정도를 100%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정도로 벼랑 끝에 서 있으면 저라면 주변에 손을 내밀었을 것 같다. 영란이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냐, 한번쯤은 손을 잡고 차근차근 갚아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배인혁은 수현의 감정을 위해 많은 배려를 받았다. 그가 받은 디렉은 "로봇처럼 감정없이"였다. 외곬수인 모습을 위해 혼자 촬영하는 씬을 위주로 촬영하며 감정을 켜켜히 쌓아갔다. 그러다 오갈데 없이 벼랑 끝에 몰린 수현은 결국 길바닥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꿈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 '약속을 못 지키겠다'며 우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마저 붉게 만들었다. 해당 장면은 배인혁이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눈물씬은 준비 과정이 힘들었다. 그 씬을 어떻게 해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수현이 아버지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가장 아기가 된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장면을 통해 연민을 느끼게 해야했다. 수현이가 왜 엄마와 동생을 그렇게까지 자신의 힘으로 지키려고 한 것인지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남다른 그리움까지 담아야 했다. 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편집 컷으로 촬영을 해야해서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다. 감정 연결이 쉽지 않았었다."

 

그런 수현이 마지막으로 잡은 손은 여준(박지훈)이었다. '멀푸봄'은 수현, 여준의 브로맨스 케미 역시 관전 포인트였다. 배인혁은 "여준은 구원자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여준이 수현이 곁에 없었다면 변화하지 않았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벼랑끝으로 몰았다. 결국은 꿈 속에서 만난 아버지에 처음으로 본심을 털어놓는다. 약속을 못 지키겠다며 운다. 아마 그 다음은 극단적인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런 수현에 여준은 구원자같은 존재다. 초반에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지만, 점차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준이를 통해서 바뀌어 나가지 않나. 준이의 상처를 하나하나 알아가지 않나, 4회에서 5회 넘어가는 편의점 씬부터 준이의 쓸쓸함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것 같다. 준며든것 같다(미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참아지는거면 안하는게 났지"다. "그 대사가 뭔가 와 닿았다. 사람은 선택을 하게 된다. 뭔가 충동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참고 자제하는 경우가 있다. 제 경우는 호기심도 많고, 학창시절에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도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때로는 '그냥 할걸'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멀푸봄' 촬영장은 항상 화기애애했다. 박지훈과의 호흡은 영상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특히 함께 호흡한 배우 강민아 역시 "흐뭇하게 바라봤다"며 두 사람의 케미를 칭찬했다. 박지훈, 강민아는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선배들이기에 배인혁은 두 사람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가 촬영에 늦게 들어왔으니까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지훈이나 민아 누나는 이쪽 일을 오래했다.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성격적인 부분이 되게 잘 맞았다. 휴차때 밥도 같이 먹고 좋은 동료보다는 좋은 친구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이 마지막 회를 같이 보기로 했는데 상황 때문에 안됐다. 제가 처음으로 먼저 보냈다. 막방했다고 기분 이상하다 보고싶다 그런식으로 감수성 팔았었다(웃음)."

 

수현의 극한 감정을 비롯한 캐릭터는 배우 배인혁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저도 남한테 감정 공유를 잘 안하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근데 수현이를 보니 가끔은기댈 필요도 있다 싶었다. 혼자 끙끙앓고 해결하려고 하고 피해를 안주려고 하는게 오히려 주변 사람들도 속상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서로 털어내면서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공유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동시기 '멀푸봄' 수현과 '간동거' 계선우로 동시 첫 주연을 소화했지만, 두 캐릭터는 극과 극이었다. '간동거'는 3월에 먼저 촬영을 끝냈고, '멀푸봄'을 하루 쉰 후 바로 합류해 6월 10일에 촬영을 마쳤다. 의도치 않게 동시기에 다른 요일에 편성됐지만, 청춘의 모습을 그려야했기에 배인혁은 캐릭터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그는 "선우가 감정적인 표현을 확실히 하는 캐릭터인만큼 더 드러났으면 했고, 수현이는 변화 포인트에 집중하고 더 디테일하게 보여드렸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배우 배인혁과의 싱크로율을 묻자 "준이와 소빈(강민아)이를 반반 섞은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그의 MBTI는 ENFP다.

 

"계선우랑 수현이 중에서는 수현이지만, 닮지 않은 모습이 너무 큰 것 같다. 오히려 준이의 활발하지만 내적으로 공허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소빈이의 상황에 맞춰 무난하게 분위기를 맞추는 모습을 섞으면 저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미소). 튀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편이다. 책임감 있는 부분이 제일 비슷하긴 하지만 깊이감이 다르다."

 

그 누구보다 올해를 가장 바쁘게 보낸 배인혁. 차기작은 서현진과 '오 수재인가봐'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웹드라마 스타였던 배인혁은 데뷔 3년차에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웨이보에도 초화(웨이보 내 팬클럽 게시판)가 생기고 3000명이 넘는 팬이 생겼다.

 

차근차근 배우로써 성장해가는 청춘 배인혁이 바라보는 청춘은 아프단다. "청춘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른들이나 제 3자가 보면 에너지 좋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하지만 그 나이를 겪은 후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작 그 나이에는 가장 힘들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고, 고민이 제일 많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이니까. 가장 서툰 나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되기 위한 첫 걸음 단계이지 않나."


청춘 배인혁은 아직은 스스로 미숙한 자신의 연기와 부족한 경험이 고민이란다. "저는 2년 4개월밖에 안됐는데 비중이 넓고 커지다보니 부담감이 크다. 다른 분들에 비해 중간 과정, 성장 과정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성장 과정의 노하우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다른 곳에서 채워야해서 고민이다.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오랜 습관인 일기쓰기는 스스로의 성장에 도움을 준단다. "거창하진 않지만, 간단한 메모로라도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썼다. 그날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을 대부분 느낀점을 많이 쓴다. 인간관계나 그건 부분들을 적는 편이다. 생각 정리가 되면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성장했다는 것도 느껴진다. 그때는 중요했던 감정이 별게 아니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사진=피데스스파디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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