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발주 아파트 23개 단지서만 ‘철근 누락’…비용절감 앞세워 관리 ‘소홀’

조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3 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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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조정현 기자] 23일 정부가 전국의 모든 무량판 적용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23개 아파트 단지에서만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저하 문제가 나타났다. 이는 LH가 관리·감독을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LH가 공공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LH가 자체 개발한 ‘LH형 무량판 지하주차장 구조시스템’은 보를 두지 않아 층고를 낮출 수 있어 암반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비용 절약 효과가 크다. 또 지하주차장 내부를 좀더 넓게 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경찰이 철근 누락 의혹과 관련해 LH 경기남부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H는 무량판 구조를 도입할 경우 기존 라멘(기둥식) 구조에 비해 층고를 3.7m에서 3.5m로 낮출 수 있고, 주차 폭은 2.3m에서 2.4m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간 6만3000호의 공공주택을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보와 철근, 거푸집량 감소로 한 해 동안 75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주차 대수 1067대를 기준으로, 라멘 구조 주차장 공사비는 87억711만원인데 비해 LH형 무량판 구조는 69억1000만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무량판 구조 도입의 주요 요인은 원가 절감인 셈이다.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설계와 시공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근 배근이 복잡해 설계자가 전단보강근(철근)이 필요한 곳을 설계도서에 명시해도 시공자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할 수 있다. LH형 무량판은 특히 현장에서 전단보강근을 일일이 감아주는 재래식 시공방식으로, 현장 근로자가 제대로 시공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주차장 기둥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철근누락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이에 민간 건설사들은 무량판 구조 시공 때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을 저마다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반면 LH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류를 줄이기 위한 공법 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설계·시공상 문제를 걸러내야 하는 감리의 경우 민간 공사는 지자체에서 선정하지만, LH는 자체 선정한다는 점도 문제다. 철근 누락의 경우 LH 퇴직자들이 대거 설계·감리 업체에 전관 취업하면서 공공 공사에서 감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업체가 직접 익숙한 공법과 선호하는 공사 방식을 택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적어진다”며 “하지만 LH는 설계와 시공이 분리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LH는 전수조사에서 빠뜨렸던 1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의왕 초평 A3와 화성 비봉 A3 2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조만간 LH 문제를 포함해 건설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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