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우월주의에 맞선 '페미니스트 만화책'의 탄생 비화

권상진 / 기사승인 : 2017-11-29 0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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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만화 작가와 캐릭터의 성별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에 여성 작가들은 등장인물이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된 만화책을 제작했다(출처=123RF)

만화 업계에서 '성 차별', '여성 혐호', '남성 우월주의'는 오래 묵은 문제점이다. 만화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만화 작가와 캐릭터의 성별은 남성이 주를 이뤘다. 1930년대부터 '슈퍼맨(Superman)'과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와 같은 남성 주인공의 영웅물이 등장했으며, 이들은 여성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믿기지 않는 능력을 한껏 뽐냈다.


여성 만화가들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필명을 채택한 사례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준 타르페 밀스(June Tarpé Mills)는 '타르페 밀스'로, 릴리 르네(Lily Renée)는 'L.르네'로 표기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결국 여성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여성 해방 운동이 펼쳐졌으며, 여성 만화가들은 이를 기회 삼아 여성으로만 등장 인물을 그린 만화책을 처음으로 제작했다. 이 만화책은 당연히 여성에 관한 내용이며, 여성들에 의해 창조된 원시적이고, 정직하고, 약탈적이고,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만화 업계는 여전히 가부장적 요소가 짙었다. 만화 역사학자, 트리나 로빈스(Trina Robbins)는 "R.크럼브(Crumb), 길버트 쉘튼(Gilbert Shelton), S.클레이 윌슨(S.Clay Wilson)과 같은 남성 만화가들이 이 업계에서 여성 만화가들을 배척했다"고 회상했다.


로빈스는 1970년대, 급진적인 페미니시트 신문에 만화를 기고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소설가인 남편을 지원하기 위해 젊은 여성의 직업 투쟁 과정을 다룬 '벨린다 버클리(Belinda Berkeley)'였다. 이와 더불어, 로빈스는 여성 만화가들과 함께 여성 등장인물로만 구성된 만화책을 제작했으며, 이 만화책에는 바바라 윌리 멘데스(Barbara “Willy” Mendes), 미셸 브랜드(Michele Brand), 낸시 칼리쉬(Nancy Kalish), 리사 리욘스(Lisa Lyons), 메레디스 커츠만(Meredith Kurtzman)의 작품도 함께 실렸다.


이후, 로빈스와 멘데스는 만화에 등장하는 여신과 여성 주인공이 어떻게 비화되는지를 다룬 '올 그릴 스릴(All Girl Thrills)'이라는 작품을 내기도 했다. 로빈스는 "다른 곳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주제인 낙태, 여성 유희 등 여성의 삶과 문제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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