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3화] 시베리아 횡단철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2-27 23: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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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국 13대 황제 알렉산드르 3세 칙령
1891년 블라디보스톡까지 연장공사가 시작
1895년 아무르강 구간을 제외한 구간이 개통
'손기정'부산 출발 시베리아횡단 열차로 베를린까지

[하비엔=편집국]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 Trans Siberian Railway)는 러시아 우랄산맥 동부의 첼랴빈스크까지 개통된 철도를 러시아 제국 13대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칙령으로 1891년 블라디보스톡까지 연장공사가 시작돼 1895년 아무르강 구간을 제외한 구간이 개통됐다. 

 

이르크추크의 안가라 강변공원에 세워진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역사를 기억하게 해주고 있다. 

 

▲ 알렉산드르 3세.


러·일전쟁 중에는 아무르강 구간 대신 바이칼호 남쪽으로 우회하는 구간을 건설해 1차로 횡단노선이 개통됐다. 이후 1916년 아무르강 유역의 구간이 완공돼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 야로슬라브스키역-블라디보스톡역간 전 구간이 개통된 9228㎞는 부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거리의 10배에 달한다.


▲ 노선도.

▲ 바이칼호 얼음 위 열차 운행.


일본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완공되면 승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서둘러 1904년 2월에 러·일전쟁을 일으켰고, 러시아는 바이칼호가 겨울철 수심 3m까지 얼어붙는 것을 이용해 1904년부터 약 한 달간 바이칼에서 건너편 탄호이까지 40㎞의 바이칼 호수 얼음 위에 레일을 깔고 열차를 운행했다. 


▲말이 끌었던 바이칼호 철도

해빙기가 다가오면서 기관차와 객차 및 화차를 각각 분리해 말이 끌도록 하면서, 기관차는 중량 때문에 대차(바퀴 부분)를 분리해 이동시켰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 기관차가 가라앉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은 계획대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완공되기 전 1905년 10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한다.

▲ 손기정의 도쿄-베를린 차표.

한국철도는 1906년 4월3일 용산-신의주간 경의선 개통에 이어 1911년 11월 압록강 철교 개통으로 1912년 6월15일 부산-중국 신경(장춘)간 직통열차를 운행했다. 이어 1927년 8월1일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경유해 아시아와 유럽 각국까지 여객과 화물의 연락운송이 시작됐다. 이후 1945년 8월15일 세계 2차대전이 종료될 때까지 부산에서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행된 것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선수가 당시 부산을 출발해 중국 하얼빈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바르샤바를 경유해 베를린까지 이용했던 도쿄-베를린간 차표가 당시의 대륙간 열차운행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전 구간 전철화된 시베리아횡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928년부터 전철화 공사를 시작해 74년만인 2002년 12월25일 전 구간 전철화가 완성됐다. 

 

한국이나 중국은 선로가 표준궤간(1435㎜)인 반면, 시베리아횡단철도는 궤간이 1524㎜로 광궤철도라 연락운송이 될 뿐 상호 열차의 직통 운행은 되지 않는다. 필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 중 우리와는 달리 화물열차 운행을 위해 여객열차가 대피하는 특이한 점과 화차의 적재중량이 우리 화차 최고 50톤의 50%가 더 큰 75톤 화차가 대부분인 것을 봤다. 이는 광활한 구간의 철도 운행이 여객 수송보다는 화물수송에 중점을 둬 대량 수송을 위해 표준궤간이 아닌 광궤 궤간을 택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 전시작업 중인 옛 증기기관차.

여행 중 역에서 옛 증기기관차를 전시하기 위해 구내에 별도로 선로를 깔고, 증기기관차를 옮겨놓는 모습을 필자는 보게 됐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된 러시아와 중국간 국경 수분하역(綏芬河驛)에는 광궤선과 표준궤선이 함께 있어 화물을 환적해 중·러 무역이 이뤄진다는 말을 듣고 경계를 서고 있는 러시아 군인 몰래 사진 한 장을 찍어봤다.

 

광궤선 화차와 표준궤선 화차간 화물 환적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 수원역에서 협궤 화차의 화물을 표준궤선 화차에 옮겨 싣던 모습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다.

 

▲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승무원과 기념촬영.

 

러시아에서 본 버스의 기사가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우리가 승차했던 열차의 승무원도 여성이었다. 이 승무원은 출발신호 등 운전 취급은 물론 담당 객차의 청소와 운행 중 차내 순회, 안내 등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차의 여승무원에게 기념촬영을 요구했다가 단호하게 거부당했던 것과 달리 이 승무원은 기념촬영을 흔쾌히 허락했다.

 

러시아 여행 중 평양식당에 들렀을 때 안내인은 북한 여종업원이 사진 촬영은 거부할 거라 했지만 뜻밖에 너무도 흔쾌히 받아들여 놀랐던 적도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중 세면기를 이용하려면 골프공을 가져가라던 이유를 열차에 승차한 후에야 알았다. 세면기에 물마개가 없어 골프공으로 구멍을 막지 않으면 많이 불편했는데, 호텔의 세면기에도 물마개가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침에 호텔을 나오면서 습관대로 침대 머리맡에 팁을 놓고 나온 후 저녁에 돌아와 보니 청소는 마쳤는데 팁은 그대로 있어, 러시아의 팁 문화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 블라디보스톡역.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톡역 승강장에는 옛날 운행했던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는데, 보호막이 없음에도 기관차 상태가 너무 깨끗했다. 철도박물관에서 주기적으로 도색작업을 해도 야외에 전시된 증기기관차가 계속 노화돼 안타까워하는 필자로서는 ‘이곳 대기가 맑아서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 하산-나진간 복합철도 연결.

 

2000년 7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이어 2001년 7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북·러간 협력관계 복원과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사업에 대한 합의를 담은 ‘북·러 모스크바 선언’이 있었다. 

 

선언에 따라 러시아의 하산역과 북한의 나진역간 54㎞ 구간의 철도를 연결하는 광궤 선로와 표준궤 선로의 복합 선로 공사를 2008년부터 시작해 2011년 10월 시범열차가 운행된 후 2013년 9월 개통된 바 있다.


남·북간 단절됐던 동해북부선 강릉-제진간 112㎞의 복원공사가 단절된 후 55년 만인 2022년 1월5일 착공됐으니, 머지않아 부산에서 열차를 이용해 유럽까지의 여행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나의 착각이 아니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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