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철길 따라 32화] 귀빈차(貴賓車) 이야기

  • 편집국 / 2021-05-15 19: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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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도착 루스벨트 일행 옆에 철길이 보인다. 
[하비엔=편집국] 철도에서 귀빈차(貴賓車)라 하면 대통령 전용차를 가리키는 말로 1900년 9월30일 경인철도가 주문한 어차(御車)가 도착했다는 황성신문 기사에서 최초의 황제 전용차가 이때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1905년 9월 12일 한국 방문차 인천항에 도착한 미국 대통령(Theodore Roosevelt. Jr) 딸(Alice Lee Roosevelt Longworth)에게 고종황제가 황제 전용 어차를 내주어 이용케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후 1907년 승정원일기에 9월 16일 순종 황제가 남대문역에서 옥차(玉車)를 타고 인천항역에 도착했다는 기록에서 당시 귀빈차를 ‘옥차’라고 지칭했음을 알 수 있으며, 1909년 1월 7일부터 13일까지 순종 황제의 남쪽 지방 순행과 1월27일부터 2월 3일까지의 북쪽 지방 순행 시 열차를 이용했으며, 이때 순행계획 중 열차 편성표에 옥차(玉車)로 표시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당시 사진을 통해 옥차의 내부와 외부모습을 볼 수 있다.  

▲열차 조성순서도(6번째 옥차-폐하 승차) 옥차 내부 사진 순종황제 1909년 2월 2일 평양역 

 

▲ 철도박물관 귀빈차
철도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귀빈차(등록문화재 제419호)는 1927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전망・침대차로 사용되던 차량을 1955년 서울공작창에서 대통령 전용 귀빈차로 개조하여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대통령까지 이용한 차량으로 내부에는 황금빛 천으로 장식된 의자가 배치된 회의실과 식당, 주방, 침실, 수행원 침대, 샤워실 등이 갖추어졌다. 

 

 

선풍기와 미국제 소형 에어컨도 설치되었으며, 대통령 좌석 옆에는 탁자와 자그마한 철제 금고가 배치되어 있고, 로비 창틀 등 각 부분의 공간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문양이 새겨져 있다.
▲사진 죄측부터 회의실 식탁 침실 주방

▲귀빈차에서 내리는 죤슨 대통령
이 귀빈차는 1966년 10월 31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제36대 대통령(Lyndon B Johnson)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이용하기도 했으며, 철도박물관에 함께 보존된 유엔군사령관 전용객차(등록문화재 제420호)는 1936년 일본에서 제작된 2등 전망・침대차로 사용되던 객차를 1958년 유엔군사령관 전용차로 개조한 것이다.


▲청도군 복제 귀빈차 내부모습

1970년 새마을운동 발상의 배경지인 경북 청도군은 1969년 대통령이 특별열차를 타고 가던 중 수해 복구 중인 현장에서 열차를 멈추고 주민들의 공동작업 모습에서 새마을운동을 구상하게 되었음을 기념하여, 새마을운동 성역화 사업으로 철도박물관 귀빈차를 복제하여 2011년 8월부터 옛 신거역 터에 전시하고 있다. 

 


▲일본 귀빈차(우측은 내부모습)

일본은 고료샤(御料車 ごりょうしゃ)라 하여 1877년 일본철도 개통 시 천황이 승차한 1호 객차와 독일에서 수입한 객차를 천황 전용으로 개조한 2호 객차를 중요문화재·철도기념물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시흥차량사업소보존 특별동차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특별동차

철도박물관에는 또 다른 귀빈차가 있다. 1970년대 제작되어 사용되다가 폐차된 특별동차(특동)에 이어 1980년대 제작되어 사용되던 대통령 전용 2량 편성과 수행원 전용 2량 편성 등 2개 특별열차의 차량 4대가 폐차된 후 시흥차량사업소에 보존되던 중 2014년 5월 26일 철도박물관으로 이전하여 보전 및 전시시설 설치작업을 마치고 2015년 어린이날을 맞아 전시되기 시작하였다.

 

▲특별동차 경복호

 

뒤를 이은 특별동차는 ‘경복호’라는 이름의 새마을호형 열차로 이 열차의 특징은 표준궤간과 광(廣)궤간 선로를 호환 운행할 수 있도록 차륜 간격을 변경시킬 수 있는 궤간 가변차량으로 북한의 귀빈차 태양호와 같이 광궤 구간인 시베리아횡단철도 선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복호’는 KTX형 특별열차 ‘트레인 원’과는 별도로 비 전철 구간의 운행을 위하여 계속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인 원과 공개된 회의실


KTX-1에서 2011년 KTX-산천으로 교체된 ‘트레인 원’은 2017년 12월 19일 대통령의 경강선(서울∼강릉) 시승 행사를 계기로 대통령 전용열차를 일반 시민과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으며, 대통령 전용열차에서 언론사 체육부장단과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날 문제인 대통령은 '트레인 원' 회의용 객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이벤트에 당첨된 시민 20명과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대통령 전용열차가 공개되었다는 글을 쓰려니 옛날 생각이 난다. 1960년 1970년대 대통령 전용열차가 지나갈 때면 주변에서 일하던 모든 철도인들은 열차가 통과할 때까지 선로를 등지고 돌아서야 했으며, 대통령 전용열차가 통과하는 노선의 건널목은 상당 시 분 전에 차단기가 내려져 수 십 대의 차량이 건널목 양쪽에서 열차가 통과할 때까지 대기했으며,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알고 기다렸던 시절이다.


그리고 1960년대 열차승무원 시절 누군가가 특별동차사무소 소속으로 전출되면 동료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요즈음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발령과 동시에 집에 전화가 설치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집에 전화 설치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이었다고 하면 아마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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