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 사상’ 삼성중공업, 벌금 2000만원…노동자·시민단체 ‘반발’

하비엔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6-24 18:40:26
  • -
  • +
  • 인쇄

[하비엔=박정수 기자] 무려 31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에 대해 법원이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해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 형사3-2부(정윤택·김기풍·홍예연 부장판사)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와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삼성중공업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명령했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인근에서 작업하던 다른 크레인과 충돌해 직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사고 당시 검찰은 삼성중공업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직원 등 15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삼성중공업 법인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1심에서는 11명에게 금고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나머지 4명에게도 무죄 판결을 뒤집고 금고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은 과거 거제조선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력을 들어 삼성중공업과 A씨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사진=삼성중공업]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그러나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재벌기업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파리목숨’이다”라며 “이번 판결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고, 부상을 당한 노동자 역시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야 하는데, 관련자들의 처벌은 형식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해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안전경영’ 및 ‘준법경영’을 강조했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책임경영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려 6명의 목숨을 빼앗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집행유예와 벌금에 그친 것은 엄연한 재벌 봐주기식이다”라며 “5년 만에 내려진 판결에 허무함과 억울함을 느낀다. 사측의 진심어린 사과나 반성은 오래 전에 실종됐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