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황동혁 감독 "'오징어 게임' 주 캐릭터 내 자아, 전세계 인기 예상 못했다"(스포 有)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9-28 18: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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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첫 시리즈 연출 도전한 황동혁 감독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
-전 세계 190여개국 중 80여개 국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

[하비엔=노이슬 기자] 우리가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하던 게임 구슬치기,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등은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게임에 구슬과  손목 맞기, 딱지가 아닌 자신의 목숨이 걸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심플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사가 결정되는 곳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이다.

 

가장 심플한 방법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서바이벌이 그려지는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가 바로 황동혁 감독이다. 황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의 연출을 맡고 '도굴'을 제작하는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스토리로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오징어 게임' 공개 후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저는 항상 전작과 이절적인 작품을 해왔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앞에 했던 작품이 안 떠오른다고 하더라"라며 '오징어 게임' 역시 전작과는 다름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다음은 황동혁 감독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스포가 포함돼 있음)


Q1.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7일 추석 연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 후 뜨거운 글로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올랐고, 66개국에서 1위, 80여개국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A. 제작할 때 세계 1위, 미국에서 1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했었다. 근데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가 있을 줄은, 저도 잘 될줄은 몰랐다. 하하. 상상도 못할 일이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서 놀랍기도 하다. 약간 멍한 상태이다. '킹덤' 갓처럼 뽑기 도구를 많이 사신다고 들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넷플릭스와 작업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다섯번째 게임이 '동그란 딱지'였는데 유리 구술로 바꾼 것이다. 단순성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다. 빈익빈 부익부가 코로나19 덕분에 심해졌다고 한다. 전 세계 누구나 겪고 있는 일이라 '오징어 게임'에 더 공감을 하신 것 같다.

 

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게 좋은데 세상으로 보면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훈이 마지막에 전화기에 대고 '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대사를 한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우리는 경마장의 말처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사람이고 말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의 시스템에 대해서 궁금해야하고 알아야 한다는 말을 기훈의 입으로 말한 것이다.

 

Q2. 오랜 시간 준비한 '오징어 게임'이다. 처음 오징어 게임을 구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2008년 2009년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다. 가장 어려운 시절에 데스 게임에 참여한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만든 작품이다. 오징어게임은 제가 어릴 때 많이 했던 게임인데 가장 격렬한 게임이었다. 게임 할때면 옷이 찢어지기도 했었다. 삼각형 동그라미 네모가 그려진 선 위에서 두명의 주인공의 목숨이 아슬아슬할 것이라 생각했다. 

 

Q3. '오징어 게임'의 핵심은 6단계의 게임 속 인물들의 감정 상태와 갈등구조다. 반면에 게임은 심플하다. 각 단계별로 게임 설정 기준은 무엇인가.

 

A.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가장 처음으로 한다. 수백명이 모여서 같이 하는 게임이다. 동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자체가 스펙타클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번째 충격이 가장 충격적이었으면 했다는 생각에 배치했다. 줄다리기는 긴장감 있는 게임 등을 강약 업앤 다운을 조정하고 게임의 성격 특성을 살렸다. 유리 징검다리는 어릴 적 징검다리를 건너서 학교를 다녔다. 잘못 딛으면 물에 빠지고 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의도가 들어있는 게임이다. 누군가 길을 터줘야만 건널 수 있다. 수많은 패자들의 희생을 통해서 완성하는 게임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을지라도 많은 피해자들의 피와 땀, 시체 위에 서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랐다. 기훈(이정재)은 그걸 인정하고 상우(박해수)는 자기자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작품의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Q4. '오징어 게임' 속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그려진다. 기훈과 상우, 새벽, 황준호 등 캐릭터들을 구상하면서 참고한 것이 있다면?

 

A. 저 자신을 제일 많이 생각했다. 저 안에 있는 다른 자아들을 끄집어내서 만들었다. 기훈과 상우는 저에게 있는 두 가지 모습이다. 사람들이 제 모습이 보인다고 얘기 하더라. 황준호 캐릭터는 시리즈를 늘리면서 내부를 보여줄 수 있는, 관찰자 캐릭터가 필요했다. 새벽은 탈북자도 아니었고 남자 캐릭터였다. 대체적으로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마이너리티를 구성하고 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Q5. 기훈의 서사는 과거 모 자동차 노조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또한 게임 설계자인 일남의 이름과 관련해 많은 추측이 있고, 기훈 아들설까지 다양하다. 

 

A. 다양한 추측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훈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노동자다. 평범한 노동자가 한 순간에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사회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드리는 싶었다. 전 세계 자본주의 세계가 그렇지 않나.

 

일남은 게임의 설계자이면서 1번 참가자인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가장 첫번째 참가자. 그래야 일남에게 모든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일남은 밖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줬던 기훈과 다시 놀고 싶었다. 아들설은 설일 뿐이다. 하하. 그래서 그를 게임에 참여하게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일남은 제 중학교 시절 친구 이름이다. 한 일(一)자의 사내 남(男)자를 쓴다. 그게 너무 일남이랑 어울린다. 오씨로 바꾼 것은 오징어 게임 상징성 때문에 바꾼 것이다. 성기훈도 제 친구 이름이다.

 

새벽은 글을 쓸 당시 남성 캐릭터가 너무 많았다. 지영 역도 지용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근데 남자일 필요가 없어서 바꿨다. 여자로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일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Q6. '오징어 게임'은 456명이 총 456억원의 상금에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다. 숫사 456이 상징하는 의미가 궁금하다.

 

A. 처음 썼던 글에는 1000명이고 상금이 100억이었다. 근데 100억이 너무 적더라. 아파트 한 채에 7~80억씩 하는 세상인데, 상금을 다시 생각했다. 찾아 보던 중 로또 최대 상금이 400억원 대가 있었다. 400억대의 상금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456번은 외우기도 쉬워서 그렇게 정하게 됐다. 

 

Q7. '오징어 게임'에는 세모, 네모 계급이 존재한다. 이들 역시 게임 참가자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이들의 채용 과정은 어떻게 되나.

 

A. 참가자들과 비슷한 리크루트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는 진행요원, 누군가는 참가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병정으로써 충실히 하면 네모가 되는 권한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Q8. 게임 참가자 모집 초반에 일명 '딱지맨'으로 공유가 깜짝 등장했다. 이병헌 또한 목소리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황준호의 형이자 '프런트 맨'으로 등장한다.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A. 저와 전작을 같이 한 배우들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술자리 기회가 있을 때, 한분 한분씩 분위기 좋을 때 제안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두분이 그 역할을 하면 어울릴 것 같았다. 너무 적역이라 생각해서 만족하고 있다. 이병헌씨의 더빙은 조금씩 변조해서 사용했다.

 

Q9.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기훈 역에 이정재를 캐스팅한 이유로 '망가뜨려보고 싶다'고 했던 바. '오징어 게임' 속 이정재는 전작에서 본적 없는 지질한 모습이었는데 만족하나.

 

A. 너무 만족스럽다. 이렇게 지질한 역할의 이정재씨는 기억이 없다. 극단적인 설정을 해봤다. 사회가 이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인간성이 이 사람과 이 세상에서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다. 

기훈은 생활이 리얼한 지질함이다. 이렇게 망나니같은 사람인데도 기훈을 미워할 수 없게 연기해주셨다. 120% 만족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Q10. 새벽 역 배우 정호연을 향한 전 세계적인 반응이 뜨겁다. 신예 정호연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새벽 역은 신선한 배우를 쓰고 싶었다. 주변에서 추천이 많았지만 신선한 배우를 쓰고 싶어서 오디션을 길게 오래 봤다. 경력이 있던 배우들도 참여했지만 정호연 배우를 봤을 때 '아 쟤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주저없이 캐스팅했다.

 

Q11. '오징어 게임'을 두고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렌도스가 "넷플릭스가 만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극찬했다. 글로벌 인기 속 실 사용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유출, 여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A. 저희가 특정 번호를 체크하고 사용한 것인데 체크 과정에서 제대로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지금 실사용자분과도 해결 중에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영상도 해결할 생각이다. 계좌번호는 우리 스태프의 것을 사용한 것인데 실제 456원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정리 중이다.

 

VIP들이 등장하는 씬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을 여성으로 오해하신다. 바디페인팅한 남녀 한쌍이 있다. 또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현실성 있는 선택지였다. 성별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Q. 첫 시리즈물에 도전한 소감도 궁금하다. 시리즈물과 영화는 어떤 점이 달랐나. 또 기훈이 마지막에 다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것을 암시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즌2를 염원하고 있다. 가능성은?


A. 저는 영화만 하던 사람인데 시리즈는 8시간이다. 영화 네 편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다. 혼자 쓰고 촬영하는 과정에 몸이 정말 많이 상했다. 이걸 다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가장 중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다. 시리즈물의 장점은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휴먼도, 코미디도.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장르와 감정을 다 넣을 수 있는게 제일 매력적이었다.

 

영화 하나 구상한게 있어서 그거 먼저 할 것 같다. 인기가 높고 다들 원하셔서 책임지려면 수습하려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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