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디피) 정해인 "구교환의 애드리브? 뭐든 대답해야만 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9-13 17: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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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년미 넘치게 잘생긴 외모에 준수한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 정해인. 그는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약으로 대한민국 여심을 훔쳐왔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꼭 가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로 남성들의 공감대까지 얻었다.

 

정해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해인은 극중 준호(정해인 분)로 분해 상병 호열(구교환 분)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한다. 지난달 27일 공개됐음에도 여전히 한국 인기 콘텐츠 TOP 3안에 들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 안준호 役 배우 정해인/넷플릭스

 

보통의 많은 남자 배우들과는 달리, 군대를 일찍 다녀온 정해인은 만 22세 때 육군 만기 전역했다. 하지만 'D.P.'(디피)를 작품을 통해 다시 군 생활을 간접경험 해야만 했고, 이등병으로 살았다.

 

"입영 장면부터 시작해서 훈련소 장면 찍을 때는 꿈꾸는 것 같았다. 괴로운 지점도 있었다. 입대하는 순간이 가장 큰 악몽인데 그런 순간이 되게 많았다. 내무반에서 촬영할 때도 너무 긴장되고 모든 상황이 공포스러웠다."

 

처음 내무반 세트에 들어섰을 때는 세트라는 느낌보다는 너무 사실적이라 공포감이 배가됐다. 그는 긴장한 나머지 실제 자신의 관등성명을 댔을 정도였다. "실제 내무반 같이 소품이나 이런 부분들이 다 디테일했다. 옷 모양부터 시작해서 군화의 위치, 선임의 옷 색깔과 이등병의 옷 색깔 등이 다 리얼했다. 오래 입으면 색이 바란다. 그것까지 디테일하게 갔다. 이등병이나 상병은 피부가 까만 것까지 표현이 잘 됐다. 내무반이 너무 리얼했다. 원래 저는 첫 촬영 전날 잠을 잘 못자는데 내무반 분위기가 저한테는 아찔한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곳이어서 '이병 정해인'이라고 관등성명을 했을 정도였다. 정해인으로써 몰입을 했던 것 같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피'는 완성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군복무가 의무가 아닌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디피'가 가진 메시지에 공감했다. 정해인은 "'디피'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 믿기지가 않아서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집 밖을 잘 안 돌아다녀서(미소). 주변 선배, 동료 배우들한테 작품 잘봤다는 축하 문자가 전화를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 안준호 役 배우 정해인/넷플릭스

 

성취감도 느낀다는 그는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촬영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장소 섭외가 어려운 지점도 있었고 촬영장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관심과 호응을 해주시는 것에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제 작품을 봐주실 때다. 고생했다는 말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정해인이 생각하는 '디피'의 인기 요인은 '진정성'이다. '디피'는 김보통 작가의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군 병사들 내 가혹행위, 병영부조리 등을 적나라하게 비추며 군대 조직의 슬픈 자화상을 그렸다. 특히 이를 방관한 자들에게 "뭐라도 해야지 말입니다"라는 대사로 일침을 가한다.

 

"이야기가 주는 진정성인 것 같다. 우리가 마주하는 진실들이 때로는 불편할 때가 있지만 그만큼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고스란히 녹아들어있고, 이 '디피'라는 작품을 보면 시청자들이 다 느껴주시는 것 같다."

 

'디피'에서 정해인이 분한 안준호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이탈 체포조다. 이전 작품과 분위기도 달랐지만, 정해인은 한발 물러나 안내자로서 역할을 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가 핑요했었다. 전에는 멜로나 이런 것들을 했는데 이건 안준호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무거웠던 장면들이 많았다. 돋보이고 싶지 않았다. 탈영병들의 이야기가 주축이 됐어야 됐고, 저는 이야기를 끌고가는 화자 입장이다. 제가 돋보여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 안준호 役 배우 정해인/넷플릭스

 

'디피'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각색 단계부터 안준호 역에 정해인을 염두하고 캐릭터를 완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고민이 있었지만,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난 자리에서 강한 믿음이 생겨 함께 하게됐다. 정해인은 대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안준호를 그려나갔다.

 

"준호라는 인물이 가진 문제점을 남한테 찾기 보다는 1부 속 영창에서 회상하는 장면을 넣어준 것 같다. 안준호는 탈영병을 잡으면서 느끼고, 깨달음을 얻는 인물이다. 준호라는 인물이 스스로 각성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한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는 엄마한테 전화도 한다. 다들 준호한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또 준호는 알면서 모른 척 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방관자이지 않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안준호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안준호의 모습도 제 안에 있는 모습이다"고 했다. "스스로 발견한 지점이 있다. 정해인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에 대해서 돌이켜볼 수 있었다. 제가 우울할 때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

 

정해인은 안준호를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지만, 한호열 상병이 있기에 해소할 수 있었다. 한호열은 원작에 없는 인물로, 한 감독은 안준호의 버디를 새롭게 그려내며 숨구멍을 틔웠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 안준호 役 배우 정해인/넷플릭스

 

정해인은 "아무래도 무거운 이야기고 주제이나보니 제가 할 수 없었던 부분을 한호열이라는 캐릭터로 풀어주신 것 같다. 답답한 부분을 한번씩 시원하게 해주셨다. 개그 코드를 넣어 환기를 시켜준다거나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버디로 활약한 한호열 역의 배우 구교환과는 서로 낯가림이 심한 덕에 친해졌단다. "일단 잘 듣자였다. 형이 얘기할 때는 잘 들으려고 했다. 애드리브는 사실 제가 많이 할 수 없다. 저는 이등병이기 때문에 무슨 애드리브를 하셔도 대답해야만 했다(미소). 모든 말에 리액션을 하니 형이 되게 좋아해주셨다. 저는 이등병이니까 뭐든 다 받아줬어야 했다. 이등병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제한적이다. 기민하게 눈치껏 반응해야한다. 저는 항상 귀를 열고 돌발행동에도 반응해야 했다."

 

'디피'에서 그려진 내무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단다. "촬영장 분위기는 되게 좋았다. 따뜻하고 훈훈하고 배우들끼리도 누가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감독님이 가장 크게 중심을 잡아주신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을 잘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이 각자 맡은 배역에 빠져들어서 녹아서 연기하는게 느껴졌다. 조현철 배우님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촬영하면서도 답답했고 슬펐고 화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기해 주신 배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군내 '수통'처럼 바뀌지 않고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군 병사 내 가혹행위. 정해인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라는 대사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건 군대 이야기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저는 이 사회에 어떤 부조리함을 그 씬을 보면서 느꼈고, 인간 내면의 악함을 느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 안준호 役 배우 정해인/넷플릭스

 

앞서 인터뷰에서 한준희 감독은 시즌2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시즌2를 염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정해인은 "시즌2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 시즌2에서는 안준호는 일병이겠고, 한호열은 병장이 됐을 것이다. 아마 시즌2가 나온다면 한호열의 칼에 대한 트라우마 과거 서사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

 

'디피' 공개 후에도 정해인은 여전히 열일 중이다. JTBC 드라마 '설강화' 방영을 앞두고 있고, 배우 이제훈의 첫 감독 데뷔작 '블루 해피니스'도 함께 하게 됐다. '블루 해피니스' 역시 정해인을 염두해 두고 쓴 작품이란다. 

 

"앞으로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으로 공개된 '설강화도'에서도 또 새로운 모습일 것이다. '디피' 마치고 '설강화'를 했고, 제훈 형 작품을 하게 됐다. 대본을 보고서는 안 할수가 없더라.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극의 메시지다. 저를 생각하면서 썼다고 하니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 형의 감독 데뷔에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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