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범 "'인질' 본 이시언 계속 악수요청...섬뜩하다는 반응 좋다"

  • 노이슬 기자 / 2021-08-27 17:19:34

[하비엔=노이슬 기자]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재범' 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올해로 18년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김재범이 무대가 아닌 스크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2017년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로 스크린 데뷔했지만, 무대가 더 익숙한 배우였다. 하지만 씨네필에게 김재범은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외유내강)의 인질범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재범이 세번째로 출연한 영화 '인질'은 배우 황정민이 한밤 중, 목격자도, 증거도 없이 납치된다는 신선한 설정이다. '인질'은 개봉 후 9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며 코로나19 시국에도 흥행 중이다. 김재범은 개봉을 앞두고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인질' 최기완 역 김재범/NEW

 

'인질'에서 김재범은 황정민을 납치하는 '빌런 5인방' 중 리더 최기완으로 분했다. 최기완은 황정민에 돈을 받기 위해 그의 집에 가 OTP를 찾는 등 대외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 공개 후 빌런 5인방에 대한 연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김재범은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요새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호평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질'은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써 출연하지만 언론 시사 전까지도 그를 납치하는 빌런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졌다. 필감성 감독과 황정민은 황정민을 제외한 주 출연 배우를 관객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로 극의 신선함을 더했다. 이들은 무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특히 김재범은 황정민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

 

"오디션을 황정민 형이 추천했다고 들었다. 너무 감사했다. 정말 고마운 형이구나, 원래도 좋아하는 형인데 그걸 계기로 더 좋아졌다(웃음).

 

사실 오디션 같은 경우는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된다. 근데 그러면 나중에 허탈감이나 상실감이 크더라. '꼭 될것이야' 보다 '되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임한다. 2차 오디션 때는 감독님과 모니터 화면도 있었다. 정민형이 대사를 맞춰줬었다. 약간 촬영하는 느낌이 들어서 주눅들었었다. 근데 너무 편안하게 대사를 맞춰주셨다. 어떤 팀에 합류해서 연습하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 너무 감사한 오디션 현장이었다. 거기서 떨어지면 섭섭하긴 하지만 대접받고 나온 느낌이었다. 그래도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 '인질' 최기완 역 김재범/NEW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천장을 뚫을 정도로 펄쩍펄쩍 뛰었다"는 김재범. 하지만 '인질' 캐스팅된 사실은 비밀이었다. 그는 "합격 소식 듣고 바로 부모님, 가족들에 알렸다. 아내도 너무 좋아했다. 근데 어디에 알릴 수 없었다. 하하. 그게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왔지만, 캐스팅됐는데도 어디 말을 못하고, 매일 아내한테만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그랬다."

 

'인질'이 공개된 후 평론, 언론에서는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하는 김재범의 눈이 무섭다는 평과 함께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특히 무대에서만 주로 봐왔던 김재범의 스크린 연기를 본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극 중 최기완이 황정민에 악수를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시언씨가 영화 보고나서부터 저한테 악수를 계속 청했다. 저만 보면 '김재범씨 악수한 번 합시다'하더라. 이게 10번이 넘어가고 15번이 넘어가니까 어떻게(거절) 해야 기분이 나쁘지 않을지 고민했다. 계속 '무서운 형'이라고 하더라. '캔 주면 안되다'고 하더라(웃음)."

 

김재범은 18년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이지만 영화에서는 신인이다. 데뷔작보다 롤이 커졌고, 대배우 황정민, 제작사 외유내강까지 최강 조합이기에 부담감이 있었다. "영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무대는 굉장히 편안하고 18년을 하다보니 이제 알게 됐는데, 영화는 부족하다보니 부담을 갖고 있었다.  근데 현장에 와서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조언도 해주고 함께 하니까 최기완에 몰입해서 잘 하면 되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부담감이 없어졌다."

 

▲영화 '인질' 최기완 역 김재범/NEW

 

최기완 캐릭터를 만들면서 잘 소화하고 싶은 마음에 의욕이 넘쳐났던 김재범. 하지만 필감성 감독은 '5섯명의 싸움'이라고 말했고, 그는 다섯가지 힘이 하나로 뭉쳐야 힘을 발휘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2인자인 염동훈(류경수)의 성격과는 완전히 다르게 가려고 했다. 정적으로.

 

"다른 영화를 보고 참고하면 그 영화가 생각날까봐 참고하지 않았다. 대본 안에서의 최기완에 집중했다. 다른 캐릭터도 겹치지 않기위해. 그러다보니 자존감이 거대하다고 생각했다. 의리 따위는 없고 책임감도 전혀 없다. 이런 것들을 캐치해서 인물을 구축해나갔다. 오로지 대본 안에서 경험도 생각해보고 캐릭터에 접목하고 그랬다.

 

최기완의 자존감은 근본이 없다. '근자감'이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탓해야할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잘못된 건 누구, 세상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이라 그게 쌓이면서 자기 중심적으로 변한 인물이다. 남들이 날 무섭게 보고 대장으로 떠 받들여주고, 내가 이런 짓을 하니까 사람들이 떠받들여주고, 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것 밝혀지길 원한다. 일반적인 상식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게 나고, 너흰 날 못잡아로 접근했다."

 

최기완 캐릭터는 정적이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는, 결코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다. 김재범은 최기완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범죄자의 생각을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질'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모든 걸 내 중심으로 두면 안되겠다, 내가 말이 안 된다는 것도 될수도 있고, 정말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선 사람들을 넘어서서 그 사람들의 생각으로 접근하자 생각했다.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이해를 돕기도 했다."

 

▲영화 '인질' 최기완 역 김재범/NEW

 

5인이 한 조직이지만, 최기완은 아지트가 아닌 행동파다. 그는 듬직한 덩치를 가진 오른팔 영록(이규원)과 대부분 함께했다. 아지트에 남겨진 멤버들과는 주로 전화로만 호흡했다. 김재범은 "전화로만 호흡해야했기에 답답함이 있었다"고 했다.

 

"현장, 아지트와 나와의 연결 방법은 전화 뿐이다. 그 짜증남. 이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타인에 대한 감정에 전혀 공감이 없다. 자기 뜻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때 크게 동요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전화 통화에서도 많이 짜증이 표현된 것 같다. 화나게 만드는 호흡이 전화 덕분인 것 같다. 

 

저는 영록이와 함께 다녔다. 너무 든든하다. 그냥 서서 보면 목이 보인다. 목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었다(미소). 든든하게 저를 지켜보더라. 촬영이 끝난 날 제가 대게를 사줬다.

 

영록이가 말이 없다. 촬영하면서도 말 몇 마디 안 했다. 흐름이 깨질까봐. 저도 배역에 몰입하다보니 까불지 않았다. 촬영 후와 촬영 전에, 오히려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서로 즐거웠던 이야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인질' 최기완 역 김재범/NEW

 

극 후반부에서는 황정민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등 액션연기도 선보이며 활약했다. "내가 이 사람을 이겨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제가 수갑이 채워져 있어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기지 않으면 뒤는 없다는 생각으로 싸웠다. 철저하게 합을 맞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형의 에너지를 받고 지지 않으려고, 카메라가 있는데도 진짜로 싸우는 느낌으로 했다. 최대한 안 맞춘 것처럼 보이게. 막 싸움 느낌이 나야했으니 연습도 많이 했다.

 

취조실 씬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많은 대화를 하면서 촬영했다. 마지막 액션 씬 촬영 때는 찜닭을 먹어서 촬영 중 자주 화장실을 가야했다. 그래서 스스로의 표정 자체가 안타깝다."

 

황정민의 추천으로 '인질' 오디션 기회를 얻고, 그와 호흡하며 한해 최고로 핫한 여름 시장에 스크린 관객들을 만났다. 김재범은 "괜히 천만 배우가 되는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정민형과는 뮤지컬 '오케피'에서 처음 만났다. 형이 연출했고 제가 주연배우로써 만났다. 멀찌감치에서 본게 다였다. 팔과 다리가 길다. 얼굴이 진짜 빨갛다.하하. 생각보다 날씬하다 생각했었다. 

 

그때 되게 편안하게 대해줬다. 연출님인데 극단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었다. 다 같이 뭘 만들어가는 느낌. 그래서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굉장히 열심히 하셨다. 연출하면서 배우하는데 대사도 다 외우셨다.  아침 일찍 항상 나와계신다. 쉐도우 연습을 하고 계신다. 잠이 좀 없으시더라. 현장에서도 치열하다 느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모니터하시더라. 그냥 천만 배우가 되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역시 천만 배우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김재범은 "'인질'에서 저에 대한 모든 평들이 '무섭다' '섬뜩했다'는 반응이 기분이 좋았다.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 앞으로도 기뻐서 펄쩍펄짝 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어릴 때 꿈이 연극배우였다는 그는 "그 꿈들이 자라오면서 연극을 배우게 되고 무대가 좋다보니 무대에 있는 시간 많았다. 무대 때문에 오디션 기회가 더 적었기도 했다. 쉬지 않고 공연을 하면서 기회가 적었던 거 같다. 기회가 된다면 무대도 하고 영화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는 살 날이 아직 많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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