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언어의 장벽도 뛰어 넘는 '이해'라는 위로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10-13 17: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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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 가족과 한국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다. 한국배우 최희서, 김민재, 김예은, 일본배우 오다기리 죠, 이케마츠 소스케가 호흡을 맞췄다.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는 서울에서 성공한 형 토오루를 찾아 왔지만, 동업하던 형의 동료에 사기 당한 후 새로운 아이템이 있다는 형을 따라 강릉으로 향한다. 가수의 꿈이 있지만, 아픈 동생 뒷바라지하며 가장 역할을 하는 최솔(최희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다. 그는 오빠(김민재), 동생(김예은)에 엄마 생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자며 고향 강원도를 찾는다. 서울에서 우연히 마추졌던 츠요시와 최솔은 같은 기차에 올라타며 어느샌가 서로의 여정에 동행한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스틸

 

사실 츠요시 가족과 최솔 가족이 강릉이라는 목적지가 같을 수는 있지만, 이들의 여정에 서로 동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끼리 함께 동행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츠요시네와 최솔네 가족은 함께 하면서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한다. 특히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은 초급 수준의 영어 단어들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 자체가 감독이 관객들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말 수가 적지만, 아픈 최솔에 자신의 외투 점퍼를 건네는 츠요시의 아들의 모습이야말로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통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극 중 츠요시보다 한국 생활을 먼저 시작한 형 토오루(오다기리죠)의 한국어 실력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통역을 담당한다. 그는 동생 츠요시에 한국에서는 "맥주 주세요" "사랑해요"만 알면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소가 나오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술은 소통의 장에 필요한 도구다. 또 "사랑해요"는 연인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단어이지만, 사실 그 말 속에는 이해, 배려, 공감, 애정까지 모두 들어가 있다. 천사 타령을 하는 '얼빠' '금사빠' 토오루지만, 누구보다 한국 생활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여져 웃음이 난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스틸

 

투닥대기만 하는 것 같은 최솔네 삼남매. 하지만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내보이는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다. 특히 어리숙하고 허당미 있어 보였던 오빠, 자신을 희생하며 꿈을 포기한 언니를 응원하는 최솔 남매의 모습은 우리내 가족을 보는 듯해, 눈시울을 붉게 한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3년간의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 끝에 100% 한국 스태프와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다만, 의아한 점은 영화가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형을 찾아 아들과 함께 온 츠요시. 이들이 탄 택시는 차가 밀리는 서울 한복판을 달린다. 택시 기사는 길이 막힌다며 온갖 짜증을 내며 핸들을 내리치고, 골목길에서는 길이 좁고 차가 막혔다며 가지 못한다고 짜증을 낸다. 형을 찾아온 츠요시를 사기꾼으로 오해하고 무작정 내쫓는 형의 동료,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는 뉴스를 굳이 넣었다.

 

실제 서울에서 도로가 막힌다고 해서 짜증을 내는 택시기사는 없다. 갈길 바쁜 손님만 있을 뿐이다. 또 자초지종도 모르고, 무례하게 무작정 외국인을 쫓아내는 한국인도 드물다. '이해'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이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과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만큼은 한국과 일본을 이어줬다. 실제 이케마츠 소스케는 통역 역할을 자처한 최희서에게는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 김민재와는 정확한 말이 서로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과 기분은 전달됐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스틸

 

이처럼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라는 영화 제목 자체도 결국은 가치관이 독특한 세상 누구라도, 이 세상에 누군가는 그를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작은 위안을 전한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코로나19로 소통이 단절된 시기, 언어보다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 이해를 함으로써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독특한 힐링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러닝타임은 128분, 개봉은 10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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