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시선RDI, 4000억원대 ‘강남빌딩’ 소유권 분쟁 장기화 (1)

윤대헌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4 1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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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RDI, “두산중공업 불법 강탈로 수 천억 피해”
두산중, “이미 대법원 판결 끝나 대응 가치 없어”
대법원 상고로 판결에 따라 양 사간 ‘희비’ 교차

[하비엔=윤대헌 기자] 4000억원대 ‘강남빌딩’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시행사(시선RDI)와 시공사(두산중공업)간 빌딩을 둘러싼 분쟁은 지난 2014년 대법원이 두산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시선RDI는 지난해 말 재심을 신청했고, 지난달 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 중인 이 빌딩은 지난 2014년 4월 매매가 1680억원(감정가 2630억원)에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최초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후 2019년 4월 마스턴자산운용이 사들여 현재 하나은행이 수탁(소유권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2014년 당시 억울하게 건물을 빼앗겼고, 이후 건물이 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검토한 결과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점을 발견해 재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두산중공업 측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상황에서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소유권 분쟁은 그동안 민·형사 재판을 거쳐 2014년 12월 대법원이 두산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김대근 대표는 불법으로 의심되는 새로운 증거를 수집했다면 지난해 말 ‘신탁재산 처분금지 소송’과 ‘우선수익자지위부존재’에 대한 재판을 다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또 과거 검찰이 수 차례 불기소 처분을 내린 형사 소송 건에 대해서도 재항고한 상태다. 형사 소송에는 두산중공업 박지원 회장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정강, 군인공제회, 한국자산신탁,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등이 관련돼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이 사기 및 횡령, 배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사문서위조, 불법대출, 대형등기범죄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사진=두산중공업]


▲ 시선RDI, “두산중 영업 방해, 불법 대위변제로 공매”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대표는 서울 서초동 소재 토지(1309-9~12번지)를 매입, 2009년 1월 빌딩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15층짜리로 지어진 이 빌딩(바로세움 3차, 현 에이프로스퀘어)은 2011년 1월 사용승인이 떨어졌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시공사로 참여했고, 건물 감정가는 2630억원이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바로 뒤편에 위치한 이 건물의 현재 호가는 4000억원대에 이른다.


시선RDI가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과 ‘신탁재산 처분금지’ 재심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민사소송법이 규정한 관할조항의 위반’으로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그 어떤 재심사유도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각호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시선RDI는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시선RDI 측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무엇일까.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시선RDI는 건물을 짓기 위해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을 통해 12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고, 이 돈은 다시 시선RDI로 넘어가 토지매입과 사업비 등에 사용됐다.


하지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2009년 9월, 두산중공업은 시선RDI 측에 느닷없이 분양금지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시선RDI 측에서 독단적으로 분양과 신문광고 등을 진행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수탁사였던 한국자산신탁이 건물을 완공한 후 토지 등기를 하지 않고, 건물만 등기해 분양을 통한 채무 정산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두산중공업 측의 터무니없는 낮은 분양가 책정과 공사 중단 압박, 로고 사용 금지 등 고의적으로 분양 업무를 방해했고, 이 때문에 대출 상환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공매에 넘어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이처럼 시선RDI가 채무 변제 기한에 빚을 갚지 못하자 두산중공업은 1200억원을 대신 변제하면서 1순위 우선수익자가 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질적인 건물 소유자인 시선RDI 측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두산중공업에서 일방적으로 1200억원의 채무를 갚았다”며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이 신용공여 은행인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아 시선RDI의 채무를 대위변제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가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시선RDI가 채무를 변제한 다음 날인 2011년 5월31일 두산중공업은 사전에 자본금 1만원의 ‘더케이’라는 회사를 설립, 이 회사를 통해 교보증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위변제를 진행한 것이다.


김대근 대표는 “당시 두산중공업은 해당 빌딩을 마치 자신들의 건물인 것처럼 꾸며 대출을 받았고, 이는 무담보 대출에 해당한다”며 “특히 시선바로세움이 시선RDI의 채무를 이미 대위변제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은 채무인수할 대상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두산중공업이 보증채무를 가지고 있고, 당초 PF 금액 외에 금융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채무자인 시선RDI가 상환을 불이행해 이를 대위변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2011년 5월30일은 시선RDI의 대출 상환 만기일이고,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과의 신탁계약(3년)은 2011년 2월24일 종료됨과 동시에 신탁목적달성 불가능으로 신탁은 재차 종료됐다.


따라서 한국자산신탁은 공매를 주도할 수 있는 자격이 안 되는 만큼 공매는 물론 소유권 이전 역시 무효라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 서울 서초동 소재 에이프로스퀘어(구 바로세움 3차) 빌딩.


▲ 건물 등기 시 소유주인 시선RDI 명의 빠져
이후 공매로 넘어간 이 빌딩은 여러 번의 유찰 끝에 2014년 4월 매매가 1690억원(감정가 2630억원)에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최초 소유권이 넘어갔고, 현재는 마스턴자산운용이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당시 건물의 수탁사였던 한국자산신탁은 엠플러스자산운용으로 소유권을 넘기기 위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했지만, ‘등기 원인’으로 제출한 건축물 대장과 토지대장에는 당연히 명시돼야 할 실질적인 소유주였던 시선RDI의 명의가 빠져 있었다.


또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서류에 관할 구청의 검인이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 등기의 증거라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의문점은 이뿐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이 등기신청서가 아닌 법원 결정문을 신청서로 대체해 등기를 진행한 점도 납득이 안 된다.


2014년 당시 등기국 등기관들은 한국자산신탁의 등기신청을 10회에 걸쳐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한국자산신탁이 법원에 ‘등기관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을 통해 법원의 결정문을 받아 불법적으로 건물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측은 이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당시 한국자산신탁이 등기관의 각하 결정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이의신청을 한 결과, 서울중앙지법에서 등기관의 각하 결정을 취소하고 ‘매도인의 등기신청취지에 따른 등기를 실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에 등기관이 해당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직권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빌딩은 2014년 4월29일 최초 소유권이 이전됐다. 하지만 신탁등기말소는 같은 해 5월2일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유권 이전 등기와 신탁등기 말소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신탁등기사무처리에 관한 지침을 보면, ‘신탁등기의 말소등기 또는 권리이전등기 가운데 하나만 신청하면 등기관은 이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말소등기와 권리이전등기는 동시에 신청해야 처리가 된다는 얘기다.

 

▲ 건물 등기 당시 날인된 도장.


김 대표는 또 2014년 등기신청 시 인장과 명판도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영필적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해 감정서를 발급받아본 결과, 법원 결정문 내 등기관의 도장과 등기관의 각하결정문 등에 찍힌 도장 3점이 각각 다른 도장이었다는 것이다.


또 등기처리 시 명판에는 당연히 ‘기입’이라는 도장이 찍혀야 하지만 ‘기업’으로 찍힌 점 등을 들어 이는 명백한 ‘위조’라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집합건물에 해당되는 이 빌딩은 대지권이 설정돼야만 분양이나 소유권 이전, 공매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자산신탁은 2011년 2월24일 건물에 대해서만 소유권보전등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지사용권은 이후 6년이 지난 2017년 1월17일에 등기됐다. 그럼에도 한국자산신탁은 2011년 6월3일부터 공매를 진행한 것이다.


최초 해당 빌딩을 인수한 엠플러스자산운용은 군인공제회(60%, 300억원)와 키스톤유한회사(30%, 150억원), 정강(10%, 50억원)이 주주로 구성된 회사다.


2013년 12월, 당시 두산중공업과 군인공제회가 작성한 협약서에는 ‘군인공제회가 두산중공업에 건물을 액면가액으로 되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군인공제회가 수 천억원대의 건물을 매수하면서 한 푼의 차액도 없이 다시 두산중공업에 넘긴 것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 측은 “군인공제회와는 다시 팔거나 살 수 있는 콜옵션-풋옵션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자산운용펀드 파생상품 시 많이 활용되는 금융계약조건이다”라며 “따라서 쌍방이 상호보완적인 옵션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근 대표는 지난해 9월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포함한 17명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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