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영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우리가 처한 팬데믹 상황 연상"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3-22 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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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를 배경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누적 관객수 27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다.

 

 

화려한 홍등가가 펼쳐지는 야시장 등은 어딘가 익숙해 동남아 유명소를 떠오르게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색다른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제작진이 직접 동남아 여러 나라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그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화를 체험했고, 이에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그 중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은 디즈니의 첫 여전사 '라야'야다. 특히 라야는 <겨울왕국> 시리즈를 비롯해 <주토피아>, <모아나>, <주먹왕 랄프> 등 애니메이션에 참여하며 역량을 과시한 바 있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의 참여로 완성됐다.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해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지난 모든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전체 450명 애니메이터들이 재택근무 시행 이후 집에서 작업해 완성했다"며 깜짝 비화를 전했다.

 

"저희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을 끝냈다. 나인 투 세븐으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야근까지 집에서 해서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정신줄 놓지 않았다."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과는 달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팬데믹 사태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최초의 '재택근무'로 완성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기에 개봉 소감 또한 남달랐다.

 

 

"라야가 최초다. 상영하는 것도 전 세계 처한 상황들이 다르다. 한국은 극장을 오픈했다. 어떤 나라는 극장 개봉이 안되기도 한다. 온라인과 동시에 다 개봉한다는 것이 저는 되게 신기했다. 미래가 성큼 다가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총 45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각각 집에서 후반작업까지 진행을 마쳤음에도 마지막까지 별 탈없이 해냈다. 그는 "출퇴근은 편했지만 동료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고 재택근무의 장단점도 전했다. 하지만 이내 "그 덕분에 더 캐릭터에 집중해서 성향을 파고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영재 애니메이터의 최애 캐릭터는 단연 주인공 라야다. 그는 라야의 무술씬들을 주로 담당했다고 전했다. 

 

"라야의 무술씬들을 제가 많이 했다. 나마리랑 칼 싸움이나 격투씬을 제가 많이 했다. 그래서 나마리도 애착이 많이 간다(웃음). 나마리는 라야처럼 족장의 딸이지만 둘다 강인한 공주 캐릭터다. 나마리만의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여러 번 보다보니 애착이 간다. 라야는 혼자 떠돌아다니면서 혼자 무술을 배우고, 나마리는 엄마에 이어 책임감이 있다. 둘다 애착이 있는 캐릭터인데 아무래도 라야가 더 애착이 간다."

 

 

디즈니는 <모아나>를 시작으로 <겨울왕국> 시리즈 그리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까지 여성 캐릭터를 점차 강인한 여전사로 변형시켜왔다. 라야는 모아나나 엘사처럼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막중한 인물.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여태까지 나온 캐릭터 중 가장 거친 환경에서 자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라야는 부족에서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혼자 외롭게. 황량한 배경이 외로움을 배가시키고, 오로지 믿을 건 툭툭 뿐이다. 시수를 찾아다니는 것이 무예도 가장 뛰어나고, 무술로는 가장 뛰어난 전사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사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구두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전향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좋아서 땅만 보고 다녔단다. 그런 그에게 여자친구가 "하늘 좀 보라"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시선을 돌려서 생각하다나 30살이라는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운 좋게 첫 직장을 거쳐서 픽스와 디즈니에 거쳐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로 디즈니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그는 올해로 디즈니 근무 14년차다. 특히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2D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점차 변화해온 디즈니를 고스란히 겪어온 인물이다.

 

"전에는 픽사에 있었다. <볼트>라는 애니메이션을 진행하면서 컴퓨터 애니메이터를 데려올 때 같이 왔다. 디즈니는 그 당시 2D를 붙잡고 있었다. 스튜디오내에 할아버지 애니메이터분들, 와인 나눠마시는 그런 장면들을 많이 목격했다. 그런 시기에 들어와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면서 되게 많은 것을 봤다. 지금 생각하면 할아버지 애니메이터들, 저희 모두가 알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 애니메이터 분들을 너무 옅게만 봐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나가셨다.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다.

 

그분들한테 혼나면서 배운 적도 있다. 3D와 2D 접근 방식이 다르다. 제가 3D로 그 방식을 못 따라가서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미소)."

 

현재는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디즈니 내에 자신과 같은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몇명이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이 어렵다는 그는 "가끔 채팅을 하지만 라스트 네임은 한국인인데 미국인 같고, 그런 분들이 한 20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려운 시기,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만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그는 "판타지 어드벤처인데 신뢰와 공생론이 함께 존재한다. 지금 저희가 처한 상황을 연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비중있는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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