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연 "'펜트하우스'로 꼬마들에 인기, 이런 날이 오다니"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9-27 16: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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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시즌3까지 48회동안 '주간 전체 미니시리즈' 1위로 유종의 미
-김소연, 천서진 役으로 '희대의 악녀' '대체불가 배우'라는 수식어 얻으며 연기 호평
-"'펜트하우스'는 나에게 도전이었다"

[하비엔=노이슬 기자] "나만큼은 천서진 미워하지 말자 생각했다. 극악무도한 행동들을 전 국민이 질타해도 나만큼은 천서진을 안타까워해주자. 미움은 종영 다음날부터 하자 생각했다."

 

매주 금요일 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욕망에 불탄 악인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역대급 '희대의 악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는 바로 배우 김소연이 연기한 천서진이다. 천서진은 도를 지나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욕망을 펼치다 가장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약 1년 6개월동안 '펜트하우스' 시즌3까지 마무리하면서 배우 김소연 역시 성장했다. 최종회가 끝난 후 김소연의 머리는 짧은 단발이 돼 있었다. 그는 마지막회에서 실제 자신의 머리를 자르면서 천서진으로써의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천서진은 온데간데 없고 세상 천사같은 사랑스러운 배우 '사람 김소연'만 남아있었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은 "아직 여운이 짙게 남아있다. 제가 머리가 짧아졌다. 천서진에게 머리카락은 상징성이 있다. 감독님이 공작새가 꼬리를 잃은 기분이라고 표현해주셨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여운이 남는다.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서 알쏭달쏭한 남다름이 있다"고 감회를 전했다.

 

김소연이 분한 천서진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욕망을 붙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캐릭터였다. 20년 전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악녀 연기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던 김소연은 악녀의 새 역사를 썼다. 천서진은 오윤희(유진)와는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결국 그녀도 죽음으로 몰고갔고, 청아재단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 마저도 죽게뒀다. 온 국민에게 '희대의 악녀'가 됐지만 김소연은 "나만큼은 미워하지 말자였다"고 말했다.

 

"천서진은 탐욕스러운 극악무도한 자기 욕망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린다. 이 여자의 서사와 삐뚫어진 이런 감정들을 세심하게 연기하고 싶었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이 안에는 왜 이렇게 됐는지 차곡차곡 쌓인 서사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시청자분들에 나름 호소했던 부분이 있다. 잘 보였는지 모르겠다

 

나만큼은 천서진을 미워하지말자 생각했다. 극악무도한 행동들을 전 국민이 질타해도 나만큼은 천서진을 안타까워해주자. 미움은 종영 다음날부터 하자 생각했다. 윤희를 절벽에서 미는 씬은 대본 읽을 때도 숨이 막혔다. 그때 처음으로 천서진이 미웠다. 그 연기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준비하는 과정도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때와는 달랐던 점이 제 딸을 구하려다 그렇게 됐다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심했던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 씬 끝나고 잠도 안 오고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유진이한테 메시지도 보냈다. 짧게 '좋은 꿈 꿔'라고 하고 잠 이모티콘을 보냈다. 로건한테 뜨거운 물 붓는 장면도 '천서진 진짜 너무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로건을 한참 못보다가 주단태와 싸우는 장면에서 촬영장에서 로건을 마주했다. 멀찌기 서있는데 멀쩡해서 너무 고마웠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은 실제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자르는 것을 먼저 제안했다. 그녀는 "아무도 자르라고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상우오빠가 고맙게도 너무 멋있다고 해주고 시부모님이 잘 생각했다고 해주셨다. 당신의 아들이 배우기도 하니 열려있는 모습이셨다. 그래서 큰 용기를 얻어서 자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자르는 장면을 직접 찍어주신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은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지 않나. 그런 모습에 상징성에 대해 말해주셨다. 거기에 힘을 입어 막 잘라서 숏컷이 됐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도 그 장면 찍을 때 감정이 더 올라왔고 여운이 남는다(미소)."

 

욕망만큼이나 모성애도 강했던 천서진.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입소한 교도소에 봉사활동을 가는 딸 하은별(최예빈)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천서진을 이해했지만, 김소연은 '못된 모성애'를 보여주는 연기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은별이한테 하는 잘못된 모성애 연기가 되게 마음이 아팠다. 안타깝다. 사랑을 못 받아서 줄줄 몰랐다는 것은 조금 합리화된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천서진은 삐뚫어졌을까 은별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방송 보면서 육성으로 항상 '은별아 어떡해' '너무 미안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런 연기는 마음도 안 좋고 힘들었다."

 

모녀 호흡을 맞춘 최예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와인 먹는 장면은 연기한 것이 없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알고 있지만 모르게 그려져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은별양 바스트 먼저 찍었는데 그 얼굴을 보고도 좋은 감정이 나왔다. 평상시도 맑은 에너지 주는 것도 좋았다. 제 친구들은 고딩 딸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어색함을 느꼈는데 최예빈 양이라서 우주가 날 도왔구나 생각하게했다. 실제 은별이라고 부른다. 너무 예쁘다. 태도도 훌륭하고 연기도 잘한다. 시즌이 갈수록 연기력도 더 향상됐다. 스킬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연기하니까 더 예뻤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천서진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악을 쓰는 장면도 자주 등장했다. 김소연의 성대가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제 성대가 굉장히 건강하더라"라고 말했다. "목이 쉴까봐 초반에는 대비를 많이 했다. 목에 좋다는 원액도 사고 항상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제 성대가 건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즌 초반에 작가님이 생강같은 목에 좋은 것들을 선물 주셨다(미소)."

 

자극적인 설정과 소재 때문에 시청등급이 높았지만, '펜트하우스'는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에 사랑받았다. 실제 '펜트하우스'는 시즌 1 첫 방송부터 시즌3 최종회까지 총 48회 동안 '주간 전체 미니시리즈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는 독보적인 기록을 작성했고, VOD와 온라인 동영상 조회수, 2049 시청률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며 신드롬급 인기를 지속, 드라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 결과 해외 OTT를 통해서도 방영되며 글로벌급 인가를 구가하게 됐다. 그 중심에는 매회 화제가 됐던 LTE급 전개와 예측불가한 스토리였다. 

 

"매번 대본을 기다렸다. 제가 12부에 피를 토한다. 근데 13부에 또 나온다고 해서 당황하기도 했다. 매회 저희한테는 반전이었다. 로건을 살린 사람이 저였다는 것도 너무나 큰 반전이었다. 저 아닌 것처럼 하려고 남자 워커 신고 풀샷 찍을 때는 옆에 있는 남자 스태프분이 대역해주셨다. 근데 다들 알아보셨더라. 바로 들켜서 아쉽기도 했다(미소)."

 

김소연이 뽑은 명장면은 천서진이 오윤희를 밀고 난 후 독창회를 위해 연습했던 리허설 장면이다. 그녀는 "전율을 느꼈던 장면이다. 또 느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윤희 밀고 나서 청아아트센터에서 독창회 연습하는 장면이 있다. 리허설 하는 장면. 윤희 그렇게 하고 2~3일 뒤에 바로 찍었다. 그때 그 씬이 전율이 느껴졌다. 옷도 흑조 스타일로 준비돼서 천서진한테는 피아노씬보다도 리허설 장면이 더 애착이 간다"고 회상했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김소연에게 '펜트하우스' 천서진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김소연은 '대체불가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희대의 악녀 천서진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녀는 "댓글 중에 '어떻게 천서진을 사랑하겠어. 김소연을 사랑하는 거지'라는 글이 감사하고 좋았다"며 웃었다.

 

"패러디도 정말 많이 봤다. 시즌1 때 힘이 났던 것이 초반에 몇부 지나고 나니까 개그맨분들께서 저희 연기를 패러디해주고 분장도 따라해주셨다. 우리 드라마가 관심을 받는구나 싶었다. 디테일을 엄청 잘 살리더라. 제가 얼굴살이 없는데 얼굴을 그리고 흰자를 강조한 부분도 재밌게 봤다. 큰 관심 주셔서 지금도 열심히 보고 있다.

 

꼬마들 사이에서 인기는 너무 신선했다. '나한테 이런 날이 오다니'. 하하. 저는 캐릭터로 일반화되는 것을 부러워했다. '어 천서진이다' 하는 것들이 원했던 순간이다. 새롭게 얻게 된 것 같다(미소)."

 

함께 한 배우 유진, 이지아, 엄기준, 봉태규, 신은경 등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천성적으로 착한 배우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은경언니를 필두로 기준 오빠들도 그렇고 다들 선한 사람들이다. 1년 반 지나면 (힘든)내색할 수도 있는데 지금도 배우들끼리 서로 보고싶다고 할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현장이었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현장의 호흡이 좋아던 중심에는 주동민 감독이 있었다는 김소연은 "저는 감독님의 팬이 됐고, 끝났는데도 또 만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용기 주고 매 컷마다 좋았다고 해주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사적으로 만나지 못해서 아쉽다. 감독님과는 소통을 많이했다. 감독님과 이렇게 편해질 수 있구나 처음 느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감독님이라는 존재는 다가서기 어려웠었는데 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소심해서 어려웠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세심하게 말씀주시고 용기내서 말하면 아이디어 좋다고 해주시고 마음 열리면서 일년 반을 너무 행복하게 작업했다. 주동민 감독님 덕분에 '펜트하우스'가 더 그리운 것 같다. 또 작품 제의가 온다면 대본을 읽었을 때 그게 영상화됐을때 놀라운 부분이 많아서 저는 다시 하고싶다.

 

김순옥 작가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작가님은 항상 잘한다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디테일을 터치하지 않으셨다. 초반에는 모임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코로나19로 못 만났다. 연기를 잘했다 싶은 날에는 너무 좋았다. 15부 끝났을 때는 '소름' '대박' 이러면서 짧게 용기를 주셨다." 

 

'펜트하우스' 촬영 전 후가 많이 달라졌다며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전작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던 중 만난 '펜트하우스'. 김소연은 "시작할 때는 안주했던 마음이 있어서 두렵기도 했다. '이브의 모든 것'도 했지만 고민도 많았다. 그 고민을 잘 끝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두려움을 떨치게 해준 작품이었다. 하다보니 큰, 좋은 일이 생긴 작품이다. 포기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한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이에 조급하기도 했었다. 남을 더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안오면 아쉬워하고.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다. 방송 보면서도 '오빠 왜 쟤는 저렇게까지 할까' 하면서 안타까운 면이 많았다. 아등바등 살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오빠랑 주고 받았다. 지금 갖고 있는거에 행복함을 느끼자고 많이 얘기했다. 오히려 천서진 캐릭터를 통해서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욕망 덩어리라. 오히려 제 욕망을 내려놓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유스' 천서진 役 김소연/제이와이드컴퍼니

 

또 김소현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즌제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자로써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았다. 약 1년반을 '펜트하우스' 속 천서진 역할에 집중해야했기에 천서진 캐릭터에서 환기 시킬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예전 작품하면 딱 100일 정도 촬영하면 그러다가 반나절을 쉬거나 하루를 쉬면 친구를 만나거나 그러면 감정선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했다. 근데 상우오빠가 일상도 소중하다고 하더라. 너는 김소연이고 몰입할 때만 잘하면 되는거야. 너의 일상도 행복해야지라고 해주는데 몽글몽글 감정이 올라왔다. 

 

촬영하면서 이틀 밤새면 하루 쉬고 그런 적이 많았다. 지금은 맛있는것도 먹고 쇼핑몰도 가고 그랬다. 완벽하게 쉬고 촬영장 가면 몰입이 깨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천서진과 인간 김소연의 갭도 나눠져서 훨씬 좋았다. 극악무도하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 더 혼란이 덜했던 것 같다."

 

'펜트하우스'는 '아이리스' 이후에 배우 김소현에 찾아온 전환점이란다. "서른살 시점에 '아이리스'가 첫 변곡점이었다. 그전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신경쓰고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외적인것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아이리스'때부터 그런 모습에 실망하고 집중하면서 해보자 해서 그때도 머리 자르는 것 제가 먼저 제안하고, 몸도 먹어가면서 5~6kg 찌우고 그랬던 모습을 생각하면 전환점인것 같다. 그 다음이 '펜트하우스'다. 너무 행복하게 해준 작품이다. 도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차기작 결정할 때 큰 용기가 되는 작품인 것 같다. 희망을 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1년 반을 달려온 김소연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최애 만화책인 '슬램덩크'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다. "엄마, 시부모님이 너무 재밌게 보셔서 뿌듯했다. 내 소중한 지인들에게 재밌는 작품이 됐다는 것에 뿌듯하다"며 웃었다.

 

"연기할 때도 상우오빠는 정말 항상 도움이 되고 고마운 존재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 지인들의 반응은 너무 고맙게도 평생에 받을 칭찬을 다 받은 느낌이었다. 지인들을 위해 사인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편 친구들의 미취학 아동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정말 인기가 많구나 실감했었다. 가족들의 응원과 사랑이 있기에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제가 만화책을 좋아한다. 이 드라마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슬램덩크' 보는 것이다. 20번 넘게 봤지만 매번 볼때마다 피드백이 다르다. 마지막 회가 끝나면 '슬램덩크'를 볼 생각에 설렜다. 야구도 2년 정도를 못 봤다. 웹툰도 10편 정도 리스트를 짜 두었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단다.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너무 좋아한다. 꼭 한번 해보고싶다. 시트콤도 너무 하고싶다. '순풍산부인과' 지금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웃음). 정말 안 보셨으면 좋겠다. 너무 예쁜척만 하고 있더라. 너무 부끄러운 작품인데 그래도 그때 행복하고 너무 좋았다. 재밌고 행복하고 연기도 열심히 하는 김소연이 되야지 생각했다. 로코도 해보고싶다. '순정에 반하다' '검프' 너무 행복하게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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