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재벌가 분쟁 통해 바라본 성년후견제도

  • 하비엔 / 2020-08-27 16:50:44
법률사무소 호산/김호산 변호사
[하비엔=하비엔 ] 최근 한국타이어(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의 장녀가 아버지인 그룹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여 성년후견제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5년 전 롯데그룹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이 있고 난 뒤 재벌가 분쟁에서 또 한 번 이슈가 된 것이다. 이러한 재벌가 분쟁에서 성년후견제도가 이용된 이유는 성년후견제도가 무엇인지, 그 법적 효과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추측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성년에 이르면 누구나 본인의 재산관리를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통장 계좌 개설, 부동산 계약 체결, 주식 처분 등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어디서 거주할 것인지, 몸이 아프면 어느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등 본인의 신상에 관한 부분도 스스로 정하여 행할 수 있다.

그런데 성년후견이라는 제도는 성인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제3자가 ‘후견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해주도록 하는 제도이다. 언뜻 보면, 성년후견제도가 나의 재산과 신상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후견 개시는 원칙적으로 가정법원의 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민법에서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서만 성년후견을 개시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성년후견개시가 필요한지 판단할 때 당사자 심문,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기 때문에, 부당하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실무에서는 주로 중증 치매 환자, 뇌사고 환자, 정신장애인 등에 대해 성년후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후견인만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가정법원의 감독하에 피후견인의 재산은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오로지 피후견인의 생활과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관리된다. 피후견인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무효이기 때문에, 피후견인의 사기 피해나 피후견인의 가족이 임의로 피후견인 재산을 처분하거나 가져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노령의 개인이 행한 재산 처분 결정에 의문이 있을 경우, 상속 예정자 또는 그러한 재산 처분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피후견인의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성년후견제도는 법원의 감독하에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자들이 그들의 재산과 신상에 관한 결정을 오로지 그들의 복리를 위해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고, 위와 같은 효과는 이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오히려 재산 처분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후견인이 재산을 처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산 다툼이 치열할수록 피후견인의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자는 친족이 아닌, 전문가 후견인이다(가정법원마다 변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루어진 전문가 후견인 후보자 목록이 있다). 전문가 후견인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위에서 피후견인의 복리만을 고려하여 후견서비스를 제공할 뿐, 성년후견개시를 신청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재산관리를 해주지는 않는다.

성년후견제도는 도입된 지 7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제도이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등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노인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과거와 달리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최선의 보살핌을 해줄 것이라 기대할 수도 없다.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제도가 더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향후 고령자, 장애인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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