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강조했던 아모레퍼시픽, 청소 노동자에겐 '차별(?)'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5 16: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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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승강기 사고에 사과 대신 계약해지
관리업체에 협의 강요는 경영 간섭 '불법'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사진:아모레퍼시픽)
[하비엔=홍세기 기자] ‘상생’을 강조해온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7월 발생한 화물 승강기 사고 문제로 청소용역 업체 노동자에 대해 차별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차별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사고 처리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했다.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청소해온 노동자가 화물용 승강기에 한 시간 정도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청소 노동자에게 일체의 사과도 없었고, 사과를 요구한 노동자를 해고했다.

평소 아모레퍼시픽은 본사 직원이 승강기에 갇히면 관리 업체가 위로의 의미로 꽃다발과 초콜릿을 주는 등 노동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러한 배려가 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에게는 없었다고 보도됐다.

지난 2017년 완성된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본사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여러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멋진 디자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건물 내에는 잦은 사고를 일으키는 화물승강기가 존재하고 있다.

해당 화물승강기는 주로 짐을 나를 때나 청소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승강기로 잦은 멈춤 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한 우려로 퇴사한 직원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4월부터 5달 동안 확인된 사고만 9번이다.

논란이 된 청소 노동자는 지난해 7월 해당 엘리베이터에 갇히면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게 됐고 이에 병원치료 등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인터뷰한 윤씨는 “지난해 7월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밤 9시, ‘쿵’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승강기가 5층에서 갑자기 멈췄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조에 54분이나 걸렸다. 비상벨 소리가 54분 동안 계속 울렸다. 큰 소리만 나면 아직도 숨이 멎는 듯 하다.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호소했다.

이후 윤씨는 날이 갈수록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결국 100일 넘게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10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회사에 사과와 승강기 수리를 요청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건물관리업체인 에스원에 책임 소재를 떠넘겼고, 에스원 측은 청소 하청 업체에 책임을 넘겼다.

결국 윤씨는 다른 건물로 보내졌고 입원이 길어지자 계약 만료로 사실상 해고 됐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스픽 측은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하청업체에 경영 관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윤씨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7월 사고가 난 것은 맞으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는 아니다”라며 “윤씨는 건물 청소 용역을 맡은 회사의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해당 건물이 완성 된 이후 엘리베이터가 문제를 일으키자 관리업체에서 준공 초반에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직원들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며 위로 했었던 적은 있지만 이후에는 없었다”며 “해당 청소 근로자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한 다른 직원들도 어떤 위로의 선물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에스원을 비롯해 청소용역 업체에서도 근로자분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위로를 했지만 과도한 보상 요구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가(아모레퍼시픽) 청소 용역업체에 충분히 설명드리고 원만히 협의를 해주라고 했지만, 근로자와의 합의를 강제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법을 어기는 상황이라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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