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하도급 업체 선정 ‘불법 개입’ 의혹…“왜 이러나”

윤대헌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0 16: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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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 마감재 시공 요구…현행법 위반 ‘상식 밖’
층간차음재 등도 임의 교체…조합원 부담 가중 ‘우려’

[하비엔=윤대헌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마감재 시공 업체 등의 선정과 관련해 ‘불법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의 갈등으로 ‘공사 중단’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에 앞서 조합의 일방적인 업무 진행이 ‘불협화음’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도를 넘은 이권 개입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월18일 시공사업단에 ‘건축자재 및 마감재 선정 시 조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조합은 창호와 층간차음재, 홈네트워크 등 마감재 업체 선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조합의 이같은 개입이 ‘비상식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통상 아파트 등의 공사는 건축자재와 마감재 선정에 있어 설계 및 공사도급계약, 한국공업규격(KS)에 따라 시공사가 도맡아 조합에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둔촌주공 조합은 마감재 시공에 특정 업체 참여를 요구하는 한편 해당 업체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자재승인을 미루는 등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가구와 타일, 위생도기 등의 시공은 공사기간 및 비용에 대한 협의 없이 조합이 일방적으로 입찰 절차를 거쳐 업체를 선정해 시공사업단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특정 등급’ 이상의 마감재 요구에서 ‘특정 업체’ 시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의 마감재 선정 개입은 서울시가 지난 2011년 제정 발표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와 ‘조합 및 조합원의 이권 개입 및 청탁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행위다”라며 “조합이 이권 개입에 나서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 조합이 특정 층간차음재 업체와 시공사업단의 미팅을 주선하기 위해 작성한 공문.

 

서울시 역시 조합의 개입을 ‘시공사 권한침해’로 규정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열린 둔촌주공 민원 중재 회의에서 “조합이 시공사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 같다”며 “계약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업체 선정은 시공사의 권한이다”라고 밝혔다.

 

조합은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열린 임시총회를 통해 층간차음재와 홈네트워크 시스템, 창호 등에 대해 업체 교체를 결정했다. 당시 시공사업단에 공사기간이나 비용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층간차음재의 경우 층간차음에 대한 공인인증 성적이 없는 업체로 교체를 요구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공인인증 성적 부재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조합은 해당 업체 선정을 고수하는 중이다.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에 따르면 품질이 인증되지 않은 업체는 공사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없다.

 

조합은 앞서 집행부 교체 전인 지난 2020년 3월 현존 최고 등급인 중량충격음 2급 자재로 납품을 결정했음에도 특정 업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홈네트워크 납품 업체도 조합장이 몸담았던 업체로 교체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둔촌주공 재개발 조합장은 당선 전부터 홈네트워크 업체 변경을 꾸준히 요구했고, 지난해 7월 총회를 열어 업체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네트워크 시공은 지난 2020년 2월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가 선정된 상태다. 이 업체는 최근 공사 중단으로 약 4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만약 조합의 강행으로 업체가 교체되면 기회비용 등 200억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감재 등의 시공 업체가 교체된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무엇보다 조합이 지정한 업체의 견적가는 기존 대비 수 백억원 이상 비싸고, 당초 공사를 맡은 업체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피해는 조합에 돌아간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조합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조합이 시공사업단에 발송한 에어컨 실외기 전동루버 업체 입찰 지침. 

 

이외에도 조합은 에어컨 실외기와 함께 설치되는 전동루버 납품 업체 역시 교체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입찰 가이드에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을 명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대놓고 이 업체를 낙점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특정 기능을 가이드에 명기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해당 기능을 가이드에 포함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했고, 결국 타 업체가 선정됐다. 조합이 지원한 업체는 현재 선정된 업체보다 제품 가격이 무려 2.2배에 달한다.

 

조합의 이같은 ‘상식 밖 행정’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낙찰된 전동루버 납품 업체의 공장을 방문해 특정업체와의 차이점을 캐묻는 등 트집을 잡고, 급기야 시공사업단에 공문을 보내 업체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개발 사업의 공사 중단은 현재 공사비 인상 관 관련한 양 측의 마찰로 보이지만, 실상은 하도급 업체 선정에 대한 조합의 이권 개입으로 볼 수 있다”며 “일부 집행부의 이익을 위한 납품 업체 변경은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 가중이라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비엔은 조합 측에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문의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지상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사업이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현재 공정률이 52%에 달하는 이 사업은 그러나 공사비 증액과 분양가 조정 등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업단간 이견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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