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푸른호수' 선택권 박탈당한 입양인들의 냉혹한 현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10-12 1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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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초청
-부산 첫 상영에서 전 좌석 매진사례

[하비엔=노이슬 기자]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가 있다.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돼 그 나라의 시민으로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파양당한다면, 그리고 양부모가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들은 추방당한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고, 버린 나라 한국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영화 '푸른 호수'(감독/각본 저스틴 전)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입양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담아내며, '입양'이라는 제도의 겉과 속이 다른 미국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초청된 영화 '푸른호수'

 

영화 '푸른 호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안토니오(저스틴 전)는 자신의 피를 이어 받은 아이와, 피부색도 피도 다른 딸, 사랑하는 여인과 막 가정을 꾸렸다. 행복한 앞날을 기대했지만, 예상 밖의 일에 휘말리며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안토니오가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의 위기에, 가족은 강제 이별 위기에 놓인다.

 

한국에서 버림 받았지만 미국에서 양부모를 만난 안토니오. 이제서야 이방인의 땅에서 자신이 선택한 가족과 함께 하려한다. 처음으로 선택했지만, 그 선택권 마저 이방인을 향한 제도로 인해 박탈당한다.

 

안토니오로 분한 저스틴 전과 아내 캐시 역의 명품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관객들에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딸 제시 역의 시드니 코왈스키의 호흡은 말이 필요없다. 핏줄이 아닌 '사랑'으로 하나된 가족은 남부러울 것 없다. 특히 아빠와 같은 머리 색을 갖기 위해 셀프 염색을 하고, 갓 태어날 동생에 질투하는 등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 시드니 코왈스키는 '미나리' 앨런 킴에 이어 러블리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초청된 영화 '푸른호수'

 

베트남계 여성 파커의 등장은 안토니오와 닮은 듯 다른 이방인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댈 곳 없는 입양인 안토니오와 달리, 가족들과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건너온 파커. 파커는 타국 땅에서도 베트남계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인 파커의 마지막 모습과 안토니오의 피를 이어받은 둘째의 출산 장면이 교차되며 인간의 삶과 죽음, 진정한 행복에 대한 의미도 되새긴다.

 

실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입양제도가 행해지고 있지만,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게 입양 정책이다. 지난 2000년 소아시민권법(CCA)을 통과시켜 외국에서 태어난 입양아에 대해 부모 중 최소 1명이 미국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2000년 이후에 입양된 이들에만 해당된다. 이전 입양인들은 실제 추방 위기에 놓였다. '푸른 호수'는 소속없이 '강제 추방'이라는 현실에 내몰린 입양인들의 현실을 과감없이 그려냈기에 더욱 시리다.

 

'푸른 호수'는 잔잔한 호수의 모습과 함께 한국어 자장가로 시작된다. 안토니오의 한국인 친모는 5, 60년대, 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절을 연상케하는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여기에 아리랑까지 흐른다. 감독은 플래시백이 아닌 안토니오의 '흐릿한 판타지'라고 했지만, 80년대생 안토니오를 그리면서, 시대상이 엄연히 다른 묘사는 당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듯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제2의 '미나리'"로 불릴만큼 미쳐 알지 못했던 미국 사회의 씁쓸한 제도에 일침을 가하며 호평받고 있는 '푸른 호수'는 제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초청, 전 좌석이 매진사례를 이루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러닝타임 117분, 12세 관람가다. 개봉은 10월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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