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태풍이 계약에 미치는 영향

  • 하비엔 편집국 / 2020-09-11 16:20:21
법률사무소 호산/김호산 변호사
[하비엔=하비엔 편집국] 매년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우리나라를 찾는 태풍이 점점 많아지고, 강도도 세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바비’나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사람의 의도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많은 계약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누구의 잘못도 없이 발생한 일은 누가 책임져야할까.

예를 들어, A가 바닷가에 지어놓은 본인 소유의 전망 좋은 집과 그 대지를 B에게 팔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받고, 잔금지급일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 태풍으로 예기치 못하게 집이 무너진 경우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A는 B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계약의 가장 기본은 계약 내용대로 이행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법에서는 본인의 잘못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살다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계약 당사자 그 누구의 잘못도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민법에서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법용어로는 이를 ‘채무자위험부담주의’라 하고 있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서 이를 적용해보면, 위 사례에서는 A의 채무인 집을 인도해주어야 할 의무가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매매계약상으로는 B가 A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해주도록 되어 있더라도, A는 B에게 계약내용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라는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비록 태풍으로 집이 사라진 것이 A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채무자인 A가 그 위험을 부담하도록 하여 본인이 받을 수 있었던 매매대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A는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B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이것으로 매매계약은 정리가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처리할 때의 얘기인 것이고, 실상에서는 계약 당사자들이 서로 원하는 합의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합의대로 처리가 가능하다. B의 입장에서는 건물이 무너졌더라도, 건물이 있었던 대지는 여전히 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서로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며 매매대금을 조정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 원했던 계약이 예상치도 못한 자연재해들로 무산된 것은 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태풍으로 각종 피해를 입은 분들은 태풍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 가장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계약 문제는 상대방이 얽혀 있는 문제라 법적 분쟁까지 나아가게 되면, 장기간 동안 각종 소송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태풍의 피해가 누구의 잘못도 없이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만 서로 이해한다면, 계약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좋은 합의안을 도출하고 힘든 법적 분쟁 없이도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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