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승리호' 수트 없앤 구수한 한국판 新 우주SF 블록버스터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2-05 17:00:55
  • -
  • +
  • 인쇄

[하비엔=노이슬 기자] 우주SF 장르인데 수트가 나오지 않는다. 엄청난 정의감을 가진 이도 없다. <승리호> 우주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서민이다. 이들은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고, 구멍난 양말을 신는다. 일할 때는 화끈하고, 여가 시간엔 화투 놀이나 우주선을 고친다. 정말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구수한 한국형 우주SF가 탄생했음을 알린다.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는 2092년, 지구가 병든 후 우주 위성 궤도에 생긴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 UTS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송중기)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우주 해적단이었던 장선장(김태리)은 카리스마로 선원들을 이끈다. 기관실을 담당하는 타이거 박은 전직 갱단 두목으로 거친 외향과는 달리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다.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새로운 피부를 갖고 싶어하며 美(미)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쓰레기 청소 후 차를 해체하던 중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필요한 승리호 선원들은 도로시를 '검은 여우단'에 팔기로 결심힌다.

 

승리호 선원들은 '돈벌이'였던 도로시와 소통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를 지켜내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 간다. 특히 도로시와 승리호 선원들이 서로를 지켜내는 모습은 드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해야했던 이유를 여실히 증명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나노기술은 마치 은하수를 보는 듯하다. 우주SF에서도 조성희 감독은 감작적인 '미장센'은 빠지지 않았다.

 

조성희 감독의 '연출요청'이 아닌 연극처럼 반복되는 상황을 수차례 연습한 끝에 스크린에 그려진 아이 도로시의 모습은 천진난만하다. 조 감독은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에 이어 아이를 순수와 희망의 상징으로 삼았다. 또 한번 탁월한 아역 발굴 능력을 입증했다.

 

 

<승리호> 속 선원들은 누구보다 우주쓰레기 청소에 열심히다. 하지만 언제나 남는 것은 빚뿐이다. 또 인류의 새 보금자리인 UTS 영공에서도 계급은 나뉜다. <승리호>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상 현재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재난 후 사회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UTS 시민들은은 전 세계인들로 구성됐다. 이에 <승리호>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지만 '자동통역' 돼 각자 자국어로 소통하는 모습도 미래 기술의 발전을 예고하는 듯해 흥미롭다. 

 

한국형 SF 장르 탄생과 더불어 배우들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송중기는 딸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 연기로 감성을 자극, 김태리는 위풍당당 카리스마로 무장한 모습으로 신선함을 안긴다. 진선규는 드레드 헤어와 문신, 도끼로 강렬한 모습이지만 따듯함을 지닌 반전 인물이다. <승리호>의 마스코트 로봇 업동이로 분한 유해진은 로봇에 인간미를 더하며 '가장 한국적인 SF 장르'를 완성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당초 <승리호>는 지난해 9월 개봉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라는 암초를 만나 영화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져 개봉이 잠정연기됐고, 마침내 <승리호>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오늘(5일)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저작권자ⓒ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