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노이슬 기자] '역덕' 이준익 감독이 또 한번 역덕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이 감독의 열 네번째 영화 <자산어보>는 <동주>에 이은 두번째 흑백영화다. 단조로울 수 있지만, 모든 장면이 수묵화같다. 덕분에 인물들이 더욱 돋보인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자산어보>는 이날까지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박열> 등 끊임없이 역사 속 인물을 재조명해온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통해 정약전(설경구)이라는 조선후기 학자를 조명하며 그의 제자 창대(변요한)를 재창조했다.
"정약전이 그 아픈 순간 왜 유배 가서 [자산어보]라는 책을 썼는지 궁금했다. 동생인 정약용(류승룡)이 쓴 [목민심서]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정약전이 한 것은 격물치지(格物致知)로, 쉽게 말해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고 격을 부여한 것이다.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가치와 쓰임새를 써놓은 것이 [자산어보]다.
실제 약전이 '밤송이새라고 창대가 말하였다'라고 창대를 언급해서 적시한 것은 개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대부 선비가 어부가 한 말을 굳이 썼다. 약전은 수평사회를 지향한다. 임금도 없는 사회말이다."
이 감독은 전문가에 자문을 구하며 끊임없이 고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어보>에는 딱 하나의 허구가 있단다. 극 중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지어준 철목어(짱뚱어)다.
"영화적 선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짱뚱어는 흑산도에 없다. 뻘에 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고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었다. 영화적으로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짱뚱어가 제일 좋았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그래서 고증에 어긋나지만 영화적인 선택으로 관객을 위해서 쓰겠다 했다."
철목어 대사로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면, 창대를 통해서는 '사람노릇'이라는 메시지를 넣고자 했다. 또한 가거댁의 '씨와 밭' 대사로는 여성의 독립성을 얘기했다.
"그 시대는 신분사회였다. 계급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창대의 개인성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욕망의 본질이다. 그건 환경에서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과의 토대가 많지만 문과를 가고 싶은 것이다. 약전과 약용 사이에서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기능으로 상대가치다. 영웅주의. 영웅을 미화하는 것. 그 안에는 진실보다는 사실을 근거로 위장하는 것이다. 그 영웅을 똑바로 보려면 비교되는 존재를 그려주면 된다.
가거댁의 대사는 정약용 기록에 대목이 있다. 실제 초등학생들 만화책에 인용한 것을 봤다. 유배를 가다가 나주 주막에서 주막 주인이 "씨만 중한 줄 아쇼, 밭이 좋아야지"라고 했다. 200년 전에도 어떤 할머니가 정약용 앞에서 그런 주장을 했었던 것이다. 이 시대의 단면을 표현해주는 방식이다.
이준익 감독이 역사속 인물을 재조명하는 방식은 여느 '역사극'과는 차이가 있다. 이 감독은 개인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게 한다. <동주>에서 송몽규를, <박열>에서 후미코를, 그리고 <자산어보>에서 창대를 조명했다.
"'역덕'이라는 말이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박열>에서는 고증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자만해서 대충 하면 내 영화에 내가 발목을 잡힌다. 그래서 자막에 정확한 워딩을 넣었다. 실제 [자산어보] 본문에 창대와 가거댁(이정은)이 명시돼 있고, 창대가 말한 그대로가 적혀있다. 정약용의 가슴아픈 시 역시 그렇다. 모든 삶을 넣을 수는 없다."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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