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號' 한미약품, 신약개발 난항·신용등급 하락 이어 3분기 성적표도 적자투성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5 12: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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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송영숙 회장
[하비엔=홍세기 기자] 지난 8월 고인이 된 남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약품이라는 배의 선장으로 취임한 송영숙 회장이 신용등급 강등과 신약개발 난항에 이어 임기 시작 후 받은 첫 성적표에서 실적악화라는 악재를 만났다. 


임 전 회장의 부인인 송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한미약품 고문(CSR 담당)을 맡아 왔지만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한 이력은 없어 장남 임성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회장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시장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같은 반응에 한미약품 측은 송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계열사 발전 과정에서 임 전 회장과 함께 주요 경영 판단 사항을 협의하는 등 그룹 성장에 공헌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장과 연구소 설립 등 주요 투자 사항에 대해서도 고인이 된 임 전 회장과 논의하며 판단을 도왔고, 북경한미약품 설립 당시 한·중 간 정치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해 신용등급 하락 등 대내외적인 악재 상황에서 취임한 8월 이후 첫 경영실적 발표에서 큰폭의 실적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면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한미약품, 3분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부 적자전환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0.5% 증가한 2669억3300만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그러나 영업적자가 322억82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249억4100만원고 비교해 크게 나빠진 실적이다. 특히,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88억9500만원에서 416억2600만원 적자로 전환됐다.

또 한미약품의 모기업인 한미사이언스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7% 상승한 2158억 4400만원이라고 잠정 공시했지만 영업적자는 35억6600만원으로 전년동기 81억70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또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60억4700만원 흑자에서 74억6300만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나빠진 성적표를 받게 됐다.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의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에 따라 공동개발 분담금 정산분 496억원을 경상개발비로 일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업이익 적자를 봤음에도 연구개발 비중은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미약품 측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총 연구개발(R&D) 비용은 1867억 73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23.4%"라고 밝혔다.

신약개발 난항에 신용등급 강등까지

한미약품은 실적 악화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한미약품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내렸다. 연이은 기술수출 권리 반환 등으로 연구개발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과 이에 따른 차입 부담을 반영한 것.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권리 반환, 사노피와의 퀀텀프로젝트 계약조건 변경 등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일라이릴리와 얀센도 'BTK inhibitor', 'LAPS CLP/GCG' 등에 대한 기술수출 권리까지 반환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확보했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을 중단하고, 권리 반환을 결정했다. 사노피는 연구개발 전략의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임상 진행 어려움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한신평은 기술수출, 마일스톤 달성 등 회사의 연구개발(R&D) 성과가 재투자 재원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지 못했다고 신용등급 하락 원인을 설명했다.

또 대규모 시설 투자와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으로 차입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미약품은 2016년 이후 약 1800억 원 규모의 cGMP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평택에 37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바이오플랜트를 건설해 바이오신약 생산기반도 구축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차입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7582억원에 달한다.

한신평 뿐만 아니라 나이스신용평가도 한미약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회사의 단기적 현금 창출 규모는 기존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며 이전 수준의 재무구조 회복에는 다소간의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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