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 "'푸른 호수' 모든 입양인 위한 영화"...저스틴 전 감독이 가진 사명감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10-12 11:54:40
  • -
  • +
  • 인쇄
-'푸른 호수'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연출, 각본, 연기까지 맡은 배우 저스틴 전 "모든 입양인 위한 영화"

[하비엔=노이슬 기자] "모든 입양인을 위한 영화"


​12일 오전 11시 영화 '푸른 호수'(감독/각본 저스틴 전)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개최, 저스틴 전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진행했다.

 

'푸른 호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분투를 그린 영화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지난 7일 CGV 센텀시티에서 첫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푸른 호수' 스틸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저스틴 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2008년에 방문한 적이 있다. 2년 전에도 '미스 퍼플'이 부산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부산에서 첫 상영은 아니지만, 너무 사랑하는 영화제에 초청돼 너무 좋다. 월드 클래스 영화제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안타깝다"고 초청된 소감을 전했다.

 

'푸른 호수'는 국내에서 입양됐으나 파양의 아픔을 겪은 이방인의 차가운 현실을 담았다. 감독은 "저는 이 이야기에서 분리할 수 없다. 한국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백인들사이에 둘러쌓인 사람으로서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항상 하게 됐다. 식물이나 꽃이나 어떤 것들을 보면서, 미국 사회 안에서 우리의 뿌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영화를 찍는 것은 우리에 대한 애정, 관심 이야기 등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고 연출 이유를 전했다.

 

'푸른 호수'에는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아내 캐시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다. 감독은 "요즘 K-콘텐츠가 많이 관심을 받고 있다. bts나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이 사랑받으면서, 한국인들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를 위해 알리시아 비칸테르에 편지를 썼다. 그녀가 출연한 스웨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한과 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가깝게 친밀감을 느꼈다. 편지에 말하기를 캐스팅할 때 정확하게 원하는 것, 무형의 한, 정을 보여주고 말로 나타내지 않는 에너지를 나타낼 수 있는 사람,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배우라고 얘기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써 스토리 텔링에 대한 저만의 보편적인 연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푸른 호수' 스틸

'푸른 호수'가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감독은 "제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 질문을 많이 던진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다. 당연히 어머니 아버지 형제는 혈연관계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느낀 점은 그들은 가족을 선택한다. '푸른 호수'는 제가 탐구하는 주제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입양인인데 부모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안토니오는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본인의 선택이 있고, 가족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는 이전의 삶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완전히 자기와 다르게 생긴 딸이 있다. 아시아인도 아니고 혈연도 아니다. 그가 그녀를 딸로 선택한다는 것은 파워풀한 이야기다. 우리는 가족이 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거기서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것이다. 내가 들어간 공동체는 무엇인지, 나는 한국에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하며 그 가족에게는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상황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입양인의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감독은 "저는 입양인이 아니다. 저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모를 것이다. 제가 리서치를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누가 부모가 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본을 썼을 때 제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 딸이었다. 그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제가 아버지로써 당시 촬영할 때 딸이 두살이었다. 인간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아버지로서 역할, 선택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다. 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았다. 제 모든 영화에는 가족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어떤 생각들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푸른 호수'에는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 안토니오와 더불어 베트남 가족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들은 베트남 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감독은 베트남 가족의 스토리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베트남 스토리였다. 제 개인적인 것에서 비롯됐다. 미국 영화에서 보면 '미나리'를 예를 들면 한국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 등 한 인종만 보여준다.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이 한 스크린에 허용되지 않았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다른 민족과 비교되거나 서로 교훈을 얻거나 교감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할까 자유가 없을까 라는 부분이 저한테 중요했다. 주인공이 남부에 있다. 저는 캘리포니아 LA 출신이다. 미국 전역에 있는 아시아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왜 백인들만 남부인일까, 한국 입양인이 남부 사람으로 보인다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다문화 가족도 나온다. 제 아내가 러시아인이라 저도 다문화 가족이다. 아버지는 아시아인인데 왜 아이들이 백인인 것을 보여주면 안되는지 궁금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보여주면 이후에는 그냥 가족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이어 "두 아시아 민족이 스크린을 공유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기능은 안토니오에게 거울같은 존재다. 삶의 문제가 있다거나 어려울 때 죽음이라는, 가장 궁극적인 딜레마에 놓인 사람을 보게 되면 뭔가 본인에 대해 반출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게 영화에서 파카오의 역할이다. 어려움이 많지만 내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파카오가 우는 장면을 보면 그가 힘든 시절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에는 안토니오가 짜증을 낸다. 파카오는 안토니오와 분리된 사람이고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그 인터렉션 때문에 본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베트남은 전쟁을 겪었다. 그래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나라다. 미국에서는 미국 안에서는 전쟁이 없었집만 한국과 베트남은 있었다.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가졌다는 점도 공통적이다"고 덧붙였다.

 

극 중 안토니오의 생모의 모습은 한국의 50년대, 60년대 시절로 묘사됐다. 이는 80년대 사회상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와 관련 감독은 "제가 한국계 미국인인 의상 디자이너와 많이 이야기했다. 현대 한복을 원하지 않았다. 색도 훨씬 더 생생하고 선명한 컬러가 됐지만, 저는 그런 한복이 안토니오의 생모가 입는 한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플래시백이 아니라 환상이다. 이는 안토니오가 상상하는 모습이다. 아주 흐릿한 기억 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다. 저는 레퍼런스 없이 시작했다. 시대는 현대이지만 이 의상 자체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시대의 옷이 아니라 주인공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흐릿한 관점이다. 이것은 판타지다. 저의 재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푸른 호수' 스틸

영화는 실제 미국에서 살다가 추방된 이들의 삶은 비극적이게 끝나기도 한다.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다. 리서치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추방됐거나 추방될 운명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제 대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영화는 아젠다를 가진 영화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를 보게 됐고, 아주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전 세계 아이들을 입양한다. 돈이 오가고 미국 정부에서 이것을 돕는다. 어떻게 그것이 도덕적일 수 있는지, 23년 전 서류가 하나 빠졌다고 해서 갑자기 미국인이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원하지 않아 미국으로 왔는데 여기 사람이 아니라면서 다시 가라고 한다. 이것은 심적으로 엄청 데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법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는 지난 2000년 소아시민권법(CCA)을 통과시켜 외국에서 태어난 입양아에 대해 부모 중 최소 1명이 미국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2000년 이후에 입양된 이들에만 해당된다. 이전 입양인들은 실제 추방 위기에 놓였다. 감독은 "2000년 이후에 입양된 사람들은 미국 사람이 아니라고 결정이 된다. 누군가가 만든 기준일 뿐이다. 그것에 따라서 본인의 추방이 결정된다. 미래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제 영화는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지, 그들의 경험을 스크린에 옮겨서 정책적인 부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법을 개정하게끔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안토니오의 이후의 삶을 사람들이 상상하길 바랐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길 바랐다. 이들의 미래와 안토니오의 추방후의 삶도 상상해봤다. 쉽지 않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바로 일도 못하고 외롭다. 기댈 사람도 없다. 감히 상상하건데 완전히 영혼이 파멸되는 느낌일 것 같다. 올해 초 새로운 법이 발의되면서 이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이런 입양인들과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이야기가 나왔다. 2000년에 소아시민권법은 통과가 됐지만 그 이전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11년동안 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정부에서 통과가 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너무 어려운 것이다. 이민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가족에 대한 가치, 인권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시민들이 입양한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이다. 이것을 이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가치의 문제, 인권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법이 주목을 받으면 그때 통과된다. 필요라기보다는 주목이 되야하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법 통과하는 것이 높아진다. 영화를 통해서 입양인 시민권자 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간절히 바랐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초반 설정된 엔딩과 완성된 영화의 엔딩이 달라졌다. 감독은 "리서치 과정에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공무원도 있었고, 범죄 경력이 있는 분들, 여러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토니오를 완벽하지 않게, 결함있는 인물로 만들자 했다. 입양인 다섯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았다. 그 중 한분은 입양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본인의 아이가 나올 때라고 했다. 그분이 여성분인데 안토니오가 자기 아이를 처음 보는 그 순간은 굉장히 파워풀 할것이라고 해서 그 피드백이 반영됐다. 입양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원치 않고 싫어할 것이라하는 고정관념에 대한 피드백도 있어서 고쳐나갔다. 추방이 될 위기에 빠진 이들을 만나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목소리가 대본에 들어가서 섞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엔딩이 달랐다. 마지막 장면 이후의 엔딩이 있었다. 추방당한 입양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실적이 않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뭔가 관객에게 다른 것을 보여준다면, 희망적인 엔딩이 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안토니오 입장에서는 선택을 하니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반영했다. 저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해서 엔딩을 바꿨다. 그분들이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고 하셨다. 이 영화는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입양인 공동체에 드리는 영화가 된다"고 사명감을 전했다.

 

한편 '푸른 호수'는 10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저작권자ⓒ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