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이드 인 루프탑' 이홍내 "배우라는 꿈에 미쳐 견딜 수 있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6-24 11: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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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온 몸에 살기가 가득한 채, 잔인하게 무고한 목숨을 빼앗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악귀 지청신. 삭발 헤어스타일에 서늘한 표정,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은 배우 이홍내를 안방에 '악귀'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속 지하늘은 악귀 지청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취업난 속 취준생으로써, 그리고 헤어진 연인과 귀여운 밀당을 하는 신선한 모습이다. 지청신보다는 지하늘과 싱크로율이 더 높은 배우 이홍내는 실제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가진 이홍내는 "주연배우로써 개봉하는 시점에서 전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 요즘 느끼는 감정 상태"라며 "따뜻하고 재기발랄하고 즐거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했다. 저는 처음 봤을 때보다는 개인적으로 슬펐다. 하늘이 처한 상황과 감정들이 그때 생각이 나서 슬펐다.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인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홍내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김조광수의 신작 퀴어물이다. 극 중 지하늘은 3년 동거한 애인 정민(강정우)에 헤어지자는 말을 밥 먹듯이 하다가 결국 캐리어 하나만 들고 쫓겨났다. 오갈 데 없는 하늘은 오랜 친구 봉식(정휘)과 함께 그의 옥상집에서 함께 살아간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춘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이홍내 역시 동성애 소재보다는 청춘들의 애환에 깊이 공감하며 출연을 결심했다. "시나리오를 회사를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됐다. 제가 꼭 하고 싶다고 했었다. 감독님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영화 새로운 인물에 끌리는 것 같다. 하늘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표현해보고 싶었고, 소시민을 연기하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하늘에게 끌린 부분은 공감이다. 같은 90년대생으로써 너무많이 공감이 됐다.

동성애에 선입견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집중했다. 그게 남자일 경우 동성애인데 하늘이와 정민과의 이별을 통해 영화가 시작하는데 왜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도 투정하고 불편하게 하는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다. 감독님과 그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 나눴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없었다면 이 촬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홍내는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악귀 지청신은 잊으라는 듯이 밝고 명랑한 모습의 지하늘을 그려냈다. 동성애 연기 눈빛,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지하늘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배가시켰다. 그는 "감독님이 없었다면 이 촬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성애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걱정도 됐지만 김조광수 감독님이기에 기댈 수 있었다. 사전에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리딩도 많이 했다. 함부로 쉽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웠다. 진정성을 더하고, 최대한 이해해서 절대로 가볍거나 장난스럽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충분한 대활를 하고 나서 촬영에 임했다."

지하늘이 처한 상황에 많은 공감을 했다는 이홍내. 극중 지하늘은 "나는 이름도 지하늘"이라며 자신의 이름에 '지하'와 '하늘'이 함께 있다고 대사가 있다. 이홍내가 생각한 '지하'와 '하늘'의 의미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부분이 지하늘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서 취준생으로써 취직을 준비하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그런 현실때문에 답답한 현실이 지하인 것 같다. 하늘이라는 이름은 그 친구가 목표하는 꿈꾸는 삶인 것 같다. 지하늘이라는 이름이 처음에 대본 봤을 때도 복합적인 이름이고 대사씬도 있어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하늘의 서사는 감독님과 얘기 나눈 부분이다. 동성애자라는 본인의 성향을 알게 됐을 때의 그런 것들을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대화로 많이 알게 됐다. 90년생들의 동성애라고 생각해서 이미 고등학교 때 정체성의 고민을 끝내고 성인이 된다고 하더라. 그런 고민은 끝낸 상태에서 성정체성을 알아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고민과 시련보다는 지금 현실에 더 고민하는 과정을 담아내려고 했다."


앞서 이홍내는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자신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밝힌 바. 하지만 성격은 다르단다. 하늘과 이홍내의 싱크로율을 묻자 "성격은 비슷한 지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늘과 성격이 비슷한 지점은 없다. 연애할 때 투정 부리는 타입도 아니고, 저는 말이 많은 편도 아니다. 하늘이의 사랑 방식은 조금은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연애하면 부모님께 소개를 시키지 않는다. 극 중 하늘이 병원에서 둘러대는 장면은 그때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촬영했었다.

저도 막연하게 배우의 꿈 하나만 생각하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늘 불만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늘이라는 친구처럼 사람으로 인한 고충은 없었지만 제가 많이 공감한 부분은 현실을 살아가는 현 시대의 20대도 많이 공감할 것 같다. 나도 보증금 사기도 당해서 친구네 옥탑방에서 거주한 적도 있다. 영화처럼 마당에서 친구랑 술도 마시면서 미래를 얘기하기도 했다. 불안해하는 모습이 닮아있었던 것 같다."

 

답답한 현실에도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홍내. 올해로 7년차 배우인 그는 힘든 시절을 견디면서 배우의 꿈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최근 영화 <국제수사>에서도 단역을 소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시작으로 '경이로운 소문'까지 안방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버티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이홍내는 "배우라는 꿈에 미쳐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연기하는 이 행위에. 어릴 때부터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던 아이였다. 늘 칭찬받고 싶었고 관심받고 싶었다. 근데 내가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비디오방에서 영화보는 게 취미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무작정 도전했다. 과정이 힘들고 이런 부분보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거 같았다. 부딪힐 때마다 주변에서 힘들지 않냐고 꿈을 쫓아 살아가냐고 했었다. 근데 저는 힘든 순간이 별로 없었다. 연기는 특별한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었는데 서울 와서 연기를 시작하고 배역의 분량보다는 출연이 행복했다. 

단역 시절일 때 정말 행복했다. 현장에 있는게 너무 좋았고 대사가 없으면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저때가 되면 잘해야지 생각했다. 늘 즐거웠고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은 대기시간이 길고 잠을 좀 못잔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지만 우리 나라는 혼자 아르바이트하면서 사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미소). 그렇게 힘든 시절에 배우의 꿈을 꿀 수 있었던 이유는 무식하기도 했고 좋아했던 일을 해보고싶다는 막연함.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 목표가 있어서 해나갈 수 있었던것 같다."

스크린에 당당히 주연으로 데뷔한 배우 이홍내.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을까. 그는 "매 순간 기분이 바뀐다. 늘 다양한 장르, 새로운 배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운동을 엄청 좋아해서 스포츠를 베이스로 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 운동선수들이 저는 매력적인 멋있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 운동선수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운동선수의 삶을 표현해보고싶다.'

사진=(주)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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