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전여빈, '낙원의 밤'으로 인생캐 경신한 누아르 찐덕후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5-13 06: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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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틈만 나면 자세 연습, 총 연습 때문에 손가락에 멍도 들었죠."

 

지난달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에서 마지막 10분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인생캐'를 경신한 전여빈. 매사에 무감하고 시크한 재연(전여빈)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담당, 새로운 누아르로 탄생하게 된 뒤에는 전여빈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느와르 찐덕후"라는 전여빈은 <낙원의 밤>으로 성공한 덕후가 됐다. 영화 공개 후 하비엔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전여빈은 "<낙원의 밤> 평을 다 찾아봤다. 너무 감사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재연에 대한 마지막 10분에 대한 인상적인 글들이다. 다 캡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낙원의 밤>에서 전여빈은 전직 조직폭력배였던 삼촌과 제주도에서 사는 재연으로 분했다. 그의 삼촌은 조직에서 나와 '무기 밀매상'을 업으로 삼았다. 덕분에 조카인 재연은 쉽게 총기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총을 접하며 자라왔다. 

이에 극 중 재연이 총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또한 모두가 극찬한 '마지막 10분' 역시 재연이 총 하나로 모든 것을 압도한다. 전여빈은 "손가락에 멍이 들었다. 틈만 나면 자세 연습하고, 계속 가지고 다녔다. 재연이 총 갖고 노는 장면도 연습했는데 편집된 것 같다"고 했다.

"박훈정 감독님은 무술감독님이 해주는 각을 원하지 않았다. 재연이 혼자 무던히 노력해서 잘 쏠수 있는 상태. 서툴지만 정확하게 총을 다룰 수 있는 언밸런스 상태를 원하셨다. 서울에서 사격장을 다니기도 했고, 총기실장님께 자세를 배웠다. 그 장면을 오케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자세를 단번에 아시더라. 그 연습들을 충분히 했고, 처음 총격 연습 때는 소리가 너무 크고 반동이 컸다. 노력하는 만큼 금방 해결되더라. 자연스럽게. 스스로는 총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을 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클라이막스의 재연의 정서 또한 총기 사용만큼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다. 당시 영화 속 재연은 분노했지만 감정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불타오르는 눈빛만이 상태를 짐작하게 했다. 덕분에 '표출하지 않는 분노의 두려움'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함부로 들뜨지도 않고, 사람이 심장이 있다면 '나의 마음이 불타고 있다. 불을 최대한 한 곳으로 에너지를 뿜어내자' 했다. 그게 손끝과 총이었다. 마음가짐은 배우한테 굉장히 중요하다. 그 상태가 되기 위해 믿어야 한다. 그 마음을 갖고 있으면 몸에도 반응이 온다. 머리도 어지럽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울분이 차 오르지만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으니까. 완수해야니까 심정으로 촬영했다."

<낙원의 밤>에서 전여빈은 엄태구와 호흡했다. 극중 박태구(엄태구)와 재연은 소중한 가족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하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졌다. 조직의 배신으로 도망친 태구와 시한부 인생의 재연은 제주도에서 만난다. 

"제가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안면만 있는 사이였다. <죄많은 소녀>를 봐주셨다고 하더라. '영화 잘봤다'고 먼저 소감을 말해주더라. 열심히 하시고 잘하시는 선배님이니까 저는 마음이 열려있었다. 

 

<낙원의 밤>에서 태구와 재연을 캐스팅해 준 것에 대해 감독님이 도전을 하셨고, 그 둘이 우리라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서로 좋은 호흡을 주고받자라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던 상태다. 항상 밥을 사주시고 제주도 맛집을 데려가주셨다. 자연스럽게 서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좋은 동료가 됐고 영화속에서 케미로 발현이 된 것 같다."


<낙원의 밤> 속 재연과 태구의 관계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인물들의 무뚝뚝한 말투의 대사는 '썸'타는 연인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전여빈이 느낀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감독님이 저에게 태구와 재연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저는 연애 감정은 아닌 것 같고 측은지심 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맞다고 했다. 단순히 젊은 남녀의 사랑으로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하셨다. 좀더 넓게 가져가려고 했다. 

처지가 비슷한 두 사람의 끈끈한 연대가 보여지기를 원했다. 저도 결국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태구는 재연에게서 누나, 조카의 모습을 본다. 재연이 가족들을 잃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투영시킨 것 같기도 하다. 저도 태구에게 재연 같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 인간에 대한 하나의 큰 사랑이지 않았을까. "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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