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탕준상 "'무브 투 헤븐' 그루, 미워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6-21 1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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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현빈을 따르던 막내, 손예진이 예뻐하던 '사랑의 불시착'의 막내 군인 금은동이 넷플릭스를 다시 찾았다. 첫 주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제작 김성호 극본 윤지련)으로 다시 한번 넷플릭스에 입성, 전 세계를 무대로 한층 더 성숙해진 면모를 선보였다. 

 

탕준상의 첫 주연작 <무브 투 헤븐>은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인기작 TOP 10에서 1위를 기록, 현재까지도 차트인 하며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공개 후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탕준상은 "세 작품 모두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됐네요. 너무 좋고요. 굿즈들도 선물 받아서 좋고요. SNS에 해외 팬들이 찾아와서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DM도 보내주시면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계셔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탕준상에게도 생소했다. 게다가 아스퍼거증후군 역시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처음엔 유품정리사라는 단어는 생소하기 때문에 장례를 돕는, 시체를 처리하는 그런 것인가 싶었어요. 근데 대본 보니까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김새별 작가님의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보고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설정이 현실에는 없을 전달자, 자칫 잘못하면 고인에 선을 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고인이 전해야했던 메시지와 물건을 전달하는 그루는, 그루라서 이해가 되는 순수함, 우직함 때문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감정을 덜 표현함과 동시에 진실되게 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으로 실제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루를 찾아갔어요."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 증세 중 하나이다. 자폐 소재는 많은 국내외 작품을 통해서 많이 비춰졌던 바. 탕준상은 그루로 분해 긴 호흡의 대사대사마저로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첫 주연 합격점을 받았다. 

 

 

"한글 대사보다는 해외쪽의 것들을 참고했어요. 그게 익숙해지고, 따라하다보면 저만의 방식을 못 찾을 것 같아서요. 모르는 외국어 언어로 하는 것들을 관련 영상을 찾고 익혀서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어요. 누구보다 소통과 공감을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루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루를 통해 이해할 수 있고 마음적으로 훅 와닿는 그런 모습이 비춰졌으면 했어요. 미워보이지 않게 예쁘고 귀여워 보였으면 했어요(미소)."


김성호 감독의 디렉팅도 궁금했다. "감독님은 비슷한 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을 알고 계시기도 하셨고,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하셨어요.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한 책도 읽으셨고요. 감독님이 스펙트럼이 넓고 자폐도 다 다르나면서 여러가지 보기를 주여주셨어요. 저는 거기서 저만의 그루를 해석했죠. 톤의 높낮이나 시선처리, 행동, 말투의 빠르기 등을 계속 연구했었어요."


탕준상은 주연 그루를 연기했지만, 아쉽게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기에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했다. 그는 "엄마, 아빠는 보시고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저는 못봤어요. 많은 분들이 위로 받았다고 하니 뿌듯해요. 주변 친구들도 못봤죠. 2022년 1월 1일에 친구들이랑 정주행하기로 약속했어요"라고 답했다.

 

극 중 그루의 후견인으로는 배우 이제훈이 함께했다. 탕준상은 "저는 제 것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제훈형을 보니 그런 것 같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저희 드라마는 매 에피소드마다 게스트 배우들이 나오는데 처음 뵙는 분들과도 분위기를 풀어야 하고, 제 연기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죠. 저는 현장에 제일 많이 가는 사람이니까요. 인간 관계로써도 그런 비중이 있다는 것을 형을 보면서 느꼈어요."

 

 

이제훈은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였다. "첫 주연에, 어려운 그루 역이라 부담도 있었죠. 근데 형은 제 입장으로서 잘 이해해서 조언해주셔서 촬영하면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어요. 연기적으로는 우선 형이 뭔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가르침이었어요. 서로 의견 나누면서 만들어 나가는게 즐거웠어요."

 

극 중 아빠 한정우로는 배우 지진희와 호흡했다. 극 중 한정우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소방관 출신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선인의 모습이다. 두 부자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안기며,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호흡이 참 좋았어요. 대선배님이시니 어려워 할 찰나에 먼저 첫 촬영때부터 같이 밥 먹자고 하시고 많은 조언도 해주셨어요. 매 촬영마다 같이 단 둘이 있을 때가 생기면 먼저 말을 걸어와 주셨어요.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케미가 산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무브 투 헤븐>에서는 소외된 우리 이웃 산재를 받지 못한 청년의 죽음, 독거노인의 고독사, 데이트 폭력 피해자, 노부부의 극단적인 선택, 미혼모, 입양아 등을 조명하며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로 현실의 쓸쓸함을,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특히 데이트 폭력 에피소드 경우는 경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탕준상이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

 

"4부 데이트 폭력 에피소드에서 그루가 고인의 집에서 카메라를 찾는 장면이 있죠.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마치 <무브 투 헤븐>에 셜록홈즈가 있는 것 같아서 설렜어요(미소). 그걸 촬영하면서도 그 긴 대사를 해냈을 때도 쾌감이 있었어요. 같이 추리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게 좋았어요. 그래서 4부가 기억이 남아요. 또 8부 놀이공원씬에서 삼촌 상구에 이끌려 놀이기구 타고 나오는 장면도 많이 울었어요."

  

 

앞서 김성호 감독은 탕준상이 원테이크 씬에서 긴 대사를 소화한 것에 대해 칭찬한 바. 그루의 특성상 이름조차도 어려운 열대어 등 물고기들의 특성까지 줄줄이 외워야 했었다. 긴 대사가 많았던 탕준상만의 암기 비결은 뭘까. 탕준상은 "그루도 흥분하면 말이 좀 빨라저요"라고 입을 열었다. "평소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봤어요. 지식인에 검색하고, 절대 못 외울 것 같았는데 연기로 하다보니 이상하게 외워졌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반복인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더 쉽게 됐어요. 두 번정도 원테이크로 간 부분이 4부의 카메라 찾는 장면이었어요. 2~3일간 반복해서 계속 외웠어요."

  

극 중 그루는 누구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사실 그에게도 비밀이 있다. 탕준상은 그루의 비밀과 맞물리는 9부 입양아 메튜 그린 에피소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었단다. "이 부분을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루도 입양아잖아요, 알고 있는 사실이고 공감하는 사실이 있죠. 그것을 표현하는 것과 수족관가서 멘붕을 겪고 하는 것이 제가 느꼈던 마음을 고스란히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제일 신경쓴 것 같아요."

 

탕준상은 "<무브 투 헤븐> 후에 제가 주는 관심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대사 중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만 한명만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대사가 있어요. 웬지 모르게 공감이 갔어요. 이 친구들도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는 그런 모습이 채워진 것 같아요"라며 흐뭇해했다.

 

스무살까지 1년채 남지 못했지만 탕준상은 어린 나이에 주연을 맡으며 대중에 자신을 알리고 있다. 그는 "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청소년이라서 못했던 캐릭터, 성인이어야 가능한 캐릭터들에 도전해보고싶고요. 청소년인데도 <무브 투 헤븐>에서는 운전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실제 해보고 싶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은 탕준상은 최근에는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있다. 탕준상은 "'라켓소년단'은 다들 또래예요. 저보다 어린 동생들과 촬영하고 있어요. 거기서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없이 서로 의견을 편하게 주고 받고 있어요. 한 가정의 형제자매처럼 굉장히 조용할 날이 없죠. 서로 금방 친해지니까 편하게 하고 있어요"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연기 활동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변성기가 찾아와 무대보다는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탕준상은 "제가 했던 뮤지컬 성인 역할로도 불러주시면 목 관리를 잘 해서 하고 싶어요. 저는 로맨스보다는 액션을 더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불러주시면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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