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유니크한 여전사-동남亞의 화려한 조우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3-02 02: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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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본적 없는 신비로움이다. 동남아 곳곳을 떠올리는 의상과 소품부터 뱀을 연상시키는 용까지, 디즈니가 동남아시아의 신비로운 전설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유니크한 판타지 세계를 완성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어둠의 세력 '드룬'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겨울왕국>으로 아름다운 눈의 세상으로 초대했던 디즈니 제작진이 <모아나>에 이어 다시 한번 '여전사'를 필두로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전설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한때 하나의 왕국이었던 쿠만드라는 거짓과 불신, 탐욕 등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됐다. 이에 심장, 송곳니, 발톱, 척추, 꼬리까지 드래곤의 신체 부위를 형상화한 5개의 땅으로 나눠졌다. 이들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가 남긴 드래곤 젬이 깨지자, 대부분은 돌이 돼 버렸고, 살아난 자들은 조각을 훔쳐 달아나 서로를 불신하고 적이 됐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겨울왕국> 시즌2에 이어 여전사가 등장, 치마를 벗어던졌다. 또한 아버지가 돌이 된 후 혼자 떠돌아다니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라야와 족장인 어머니를 이어받아 부족을 이끌 리더의 나마리는 대조적이지만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마지막 드래곤 시수 역시 드래곤 중 유일하게 아무 능력도 없는 '암컷 용'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은 여전사의 등장에 격투씬도 화려하다. 라야가 인도네시아 전통무술 펜칵 실랏과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에서 모델링한 무술 스타일이라면, 라이벌인 나마리는 태국의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를 연상시키는 격투 스타일을 선보인다. 450명의 디즈니 아티스들이 7만 2000개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완성한 것을 증명하듯, 격투씬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한올 한올 흩날림까지 실사와 흡사한 자연스러움으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쿠만드라가 다섯개의 땅으로 이뤄져 각 지역의 특색을 이룬 가운데, 동남아 여러 나라의 정취가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물'을 생명과 희망의 상징으로 삼아 수상마을이 등장, 형형색색의 홍등이 걸린 야시장, 그 곳의 말썽쟁이 원숭이들, 거대한 바위산 등이 동남아의 유명 관광지를 떠올리게 한다.

 

흔히 약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사랑스러운 이들이 '조력자'라는 점도 흥미롭다. 마치 태국의 삼륜차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콩벌레 퍼그 툭툭이 가장 대표적이다. 몸집이 작을 때도, 커졌을 때도 언제나 라야의 곁을 지키며 그를 돕는다. 또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 분이 배에서 홀로 장사를 하거나, 야시장에서 순진함을 이용해 사기치는 노이와 원숭이들까지, 결국엔 이들이 어른들을 구해내는 모습은 신선하다.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 '뿡폭탄'을 쏘는 모습도 재밌다.

 

 

마지막 드래곤 시수의 목소리를 연기한 아콰피나는 신의 한수가 아닐까. 드래곤 젬 조각이 하나씩 모이고 형제들의 능력을 갖게 되며 기뻐하는 시수의 모습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용'의 전형적인 틀을 깼다. 허스키하면서도 걸걸한 이콰피나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찰떡이다. 

 

디즈니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통해 또 한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믿음'과 '공생'을 토대로 한 섬세한 이야기 구조에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또 한번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다만, '렛잇고'와 '인투 디 언노운'에 이을 OST를 기대했지만 귀에 쏙쏙 박히지 않아 아쉬움을 더한다.

 

러닝타임은 114분, 전체 관람가, 개봉은 3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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