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행복 집짓기 1화] 집 짓고 난 후에도 모두가 행복한 웃음이 넘치도록

편집국 / 기사승인 : 2021-09-17 1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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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생태건축가, 

주요 약력- 품건축(주)대표이사, 펜타건축사사무소 대표, 도서출판 품 대표

저서. ‘시골땅 집짓기 성공해부학’ ‘행복집짓기+’ ‘건축, 생태적소통의 이마주’

[하비엔=편집국] ‘건축’이라는 분야에 몸담은 지 어느덧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느낀 것은 슬프게도 건축시장에 대한 ‘불신’이다. 건축주는 업체를, 업체는 건축주를 믿지 못한다.


나 역시 마음으로 설계를 하고 최선을 다해 공사를 해도, 돈을 제때 주지 않는 건축주와 시공을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업체 사이에 끼여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는 답답한 마음에 새벽 늦게 집 옥상에 올라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고민에 빠졌다.

“왜 서로가 믿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것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내가 문제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단 하나. ‘돈’이었다. 계약을 하고 돈을 주지 않는 건축주, 부실시공을 하고도 돈 때문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업체,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인허가에 맞추어진 설계도면으로 하는 공사는 분쟁이 씨앗이 되기도 한다. 책임은 곧 돈이기 때문 돈을 덜 들이기 위해서 건축시장은 서로 간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회복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집’이라는 곳은 사람이 고된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감성적인 공간인데 그것을 오로지 ‘돈’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행복 집짓기’와 ‘집들이 음악회’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현장에 오면 일하는 사람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오기를 망설인다. 하지만 집 주인이 현장에 오지 않으면 누가 관심을 가질까. 건축주가 업체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건축주를 집 짓기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건축주가 궁금해하는 것이 없을 것, 집짓기가 끝났을 때 집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설계한 이유, 재료 선택의 이유, 앞으로의 공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현장에 자주 와 시공사와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그 과정에서 반드시 내가 함께 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은어가 많아 건축주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싱크대 문짝 디자인을 함께 고르는 중이다

 

집짓기가 끝나면 건축주에게 ‘집들이 음악회’를 제안했다. 건축가, 건축주, 시공사는 물론 그 가족과 이웃이 모여 입주 축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 집 키와 현판을 전달한다. 행복 집 짓기 현판’이 의미하는 것은 ‘평생 책임’이다. 집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가 현장에 자주 찾아와 업체와의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들이 음악회에서 설계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처음 몇 년, ‘그걸 왜 해?’라는 반응이 있었다. 건축주는 수락하더라도 주변 이웃에서 시끄러울 것 같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이 두 번, 두 번이 세 번, 그렇게 14번째 집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반응이 달라졌다. 참여도가 높아지고 주변 이웃도 집들이 음악회에 함께 하기 시작했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이웃이 자리를 마련해 달라 하기도 하고, 넓은 무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마당을 내어준 이웃도 있었다. 상가주택 1층의 카페 개업식과 같이 하기도 했다. “집 짓고 서로 원수 된다고 하는데, 이 집은 집 다 지은 후에 싸우지도 않고, 서로 축하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건축주, 시공사, 건축가가 설계부터 시공, 집들이까지 함께 하는 집짓기 여정이 ‘행복집짓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시 현판’이다. 현판에는 집을 위한 ‘헌시(獻詩)‘가 있고, 이 헌시를 노래로 만들어 음악회에서 공개한다. 시와 노래가 있는 감성적인 공간에서 공감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집짓고 난 후에도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짓는 집짓기 문화가 만들어졌다.
 

 

▶다음 김용만의 행복 집짓기 2화부터는 집짓기마다 있었던 이야기가 현장감 있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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