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변호사의 세상 읽기 2화] 상속제도 변화에 대한 단상

편집국 / 기사승인 : 2021-10-15 09: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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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변호사
[하비엔=편집국] 고(故)구하라 양이 사망한 후 우리 사회는 ‘혈연’관계를 기초로 한 민법 상 상속제도에 대해 크게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자신의 혈육인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저버리고 가족 공동체로서의 생활을 함께하지 못한 부모에게 단순히 ‘혈연’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남긴 재산을 상속받도록 하는 게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위 논의에서 시작된 민법 개정안 검토를 마치고 2021. 6. 18. 상속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제안이유에 대해 정부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 피상속인과의 윤리적ㆍ경제적 협동 관계를 깨뜨리거나 가족 공동체에 위해(危害)를 가한 경우에도 피상속인의 재산을 법정 상속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처분에 관한 사적 자치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는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나 학대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할 때는 피상속인의 청구나 유언 등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상속인이 될 사람이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상속권 상실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그 사람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도 대습상속(代襲相續)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임’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혈연’관계를 기초로 상속권을 인정하는 기존의 제도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부양의무 위반 등 몇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이 가정법원에 해당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하여 상속권을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2021. 6. 18.에 접수된 위 정부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민법 제1112조는 상속인에게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유증 또는 증여 등으로 처분을 하여 상속인이 상속분을 물려받지 못할 경우에도 상속분의 1/2(자녀 기준)에 해당하는 권리는 유증 또는 증여를 받은 자에게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절대적 자유를 제한하여 피상속인의 생존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일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핵가족화되고 가족에 대한 관념이 빠르게 해체되면서 이 유류분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란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논리가 핵심이다. 이러한 사회 인식 변화를 반영하듯 현재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청구 등 사건이 10여건 이상 계류 중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예측하며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도입 논의, 유류분 제도 위헌 논의를 바라보면서 단순한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상속을 필두로 한 가족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피부로 와닿는다. 권위로부터의 탈피, 개인의 행복추구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요즘 시대에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관계는 더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작지만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가족 공동체 의식이 빠르게 해체되면서 더 이상 생계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주지 않는다. 가족으로서의 끈끈한 연대와 소통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권리도 언제든 상실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의 행복, 나의 자유만이 최우선인 시대에 공동체 의식은 이미 구시대의 낡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가족 공동체 의식 붕괴에 대한 대가로 동시에 찾아온 상속제도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또한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줄지는 미지수다. 위 두 제도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으로 사회를 이끌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앞으로 이준영 변호사의 세상 읽기는 이슈 따라 조명하며 충분한 내용으로 독자분들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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