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 감독 "'보이스' 자책하는 피해자들 위로해주고 싶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10-04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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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개봉 14일만에 100만 관객 돌파
-금감원, 경찰, 실제 범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고증을 위해 노력
-한서준 역 변요한, 액션 99% 직접 소화해내며 절박함 표현
-"곽프로는 보이스피싱의 의인화"

[하비엔=노이슬 기자] 보이스 피싱 범죄 사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지만 정작 그들을 소탕했다는 기사는 보지 못했다. 인출책을 잡거나, 곳곳에 흩어져 활동하는 조직원들 체포가 대부분이이었다. 전화 한통으로 한 순간에 피해자에 지옥을 선사하는 이 범죄를 낱낱이 파헤친 영화가 등장했다.

 

김선, 김곡 두 형제 감독이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보이스 피싱' 범죄 조직단과 그들의 수법을 담아 스크린에 펼쳐냈다. 덕분에 형제 감독의 영화 '보이스'는 추석 연휴 개봉해 14일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보이스피싱 백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 '보이스' 김곡 감독과 변요한/CJ ENM

 

'보이스'가 개봉 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 100만 돌파 목전을 둔 가운데 화상 인터뷰를 통해 김선 감독과 만났다. 당초 김선, 김곡 감독 모두 인터뷰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선 감독은 "당연히 100만 관객은 돌파할 줄 알았다.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한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이다.

 

기존의 타 작품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사기를 다룬 적은 많지만, 사실 보이스피싱 조직단의 실체와 본거지, 설계자 등은 그려지지 않았다. 김선, 김곡 감독은 재작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보고 싶었단다.

 

"보이스피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한번은 다뤄보고 싶었다. 재작년때 쯤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을 다루는 영화가 꽤 있었는데 조그만 사건으로 쓰이거나 에피소드의 한 부분으로만 쓰였다. 저희는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어서 적진에 들어가보자. 그 안의 사악한 기운들을 주인공을 통해서 관객들이 이해하는 시나리오를 써보자하는 마음이었다."

 

▲영화 '보이스' 김선(왼쪽), 김곡(오른쪽) 감독/CJ ENM

 

두 감독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고증'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단의 본거지를 직접적으로 본적이 없기에 정보는 부족했다. 이들은 금감원, 실제 해당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써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굉장히 점조직화 돼 있어서 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넓게, 얇게 군데군데 삶에 침투해 있어서 그걸 한 단계 한 단계 담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콜센터가 메인이 됐고, 연계되는 인출책 등으로 배치했고, 서준과 이규호 팀장(김희원)이 하나씩 되짚어가면서 해부도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콜센터, 환치기, 공작소 이런 것들은 다 팩트다. 최대한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경찰분들과 금감원, 방송에 소개된 팩트들을 중심으로 사실 고증을 하려고 노력했다."

 

두 감독의 취재는 꽤 오랜시간이 소요됐다. 프리 단계에서도 고증을 위해 금감원, 경찰 등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때로는 전화로 질문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해냈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에 등장하는 '가로채기 앱'은 실제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단다.

 

"저희가 화이트해커분을 만나면서 실제 저희 전화기로 '가로채기 앱'을 테스트해봤다. 그게 깔리면 제가 어딜 걸어도 금감,원 경찰서 어딜 걸어도 앱을 깐 주체로 전화가 가게 되더라. 저도 과정을 알고만 있었지, 정말 보니까 황당했다. 1년에 6천억, 7천억이라는 숫자로만 듣다가 실제 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악성앱의 위용을 보니 깜짝 놀랐다."

 

▲영화 '보이스' 김곡 감독, 배우 이주영/CJ ENM

 

두 감독이 만들어낸 '보이스' 속 보이스피싱 보직 해부도는 실제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범죄 계획을 세우는 곽프로부터 콜센터 직원을 관리하는 천본부장(박명훈), 보이스피싱 범죄로 피해자에 돈을 빼앗고 기뻐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마치 도박장이나 경마장 처럼 욕망이 날 뛰는 공간으로 표현됐다.

 

"뜨거운 열기가 보여지는 공간이다. 지옥 불의 열기다. 실제 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됐던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죄책감'이란 것은 없다고 한다. 전화로 거짓말해서 돈을 뜯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고 한다. 피해자의 눈을 보는 것도 아니고 비대면 범죄니까 칼로 찌르는 것 이상의 고통을 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죄책감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나서 날뛰고 더 악마같이 보여드리려고 했다. 들어본 사례 중에는 가해자(범죄자)가 다시 전화해서 '너 당했다며? 돈 잘 쓸게' 하기도 한다고 하더라. 돈 뜯어 인생 망쳐놓고 후속타로 조롱까지 하는 악랄한 집단이다."

 

중국의 본거지까지 관객을 인도하는 인물은 서준이다. 변요한이 분한 서준은 전직 형사이지만 건축현장에서 새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가족과 직장 사람들까지 모두 잃은 그는 물불 가리지 않고 중국의 본거지까지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변요한은 실제 손에 꼽을 정도로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해내 노라움을 안긴 바.

 

"변요한은 눈여겨보던 배우였다. '보이스' 시나리오 나왔을 때 액션 장면도 많고 절박함, 서준의 역할이어서 이제까지 안 봤던 변요한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하게 됐다.

 

▲영화 '보이스' 김곡 감독, 배우 변요한/CJ ENM

 

감정적으로는 절박함이다. '내가 응징하겠다'는 절박함이 기본으로 깔려있고, 사실적이었다. 현재진행 범죄라서 허왕되거나 만화적으로 보여지길 원치 않았다. 실제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얼감을 전반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액션도 마샬아트보다는 맨주먹 싸움, 진흙탕 싸움을 원했다. 무술 감독님도 그런 식으로 안무를 짜셨다. 놀랍게도 변요한 배우는 스턴트를 써도 되는 부분인데도 직접 했다. 딱 봐도 운동을 잘하는 것은 아는데 서준에 엄청 몰입했나보더라. 하나라도 본인이 직접하다보니 후반부터 영화 끝날때까지 대역을 쓴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몇 컷트 정도였다. 99%는 변요한이 했다. 그걸 보면서 저도 주위 동료들도 놀라소 스태프들도 놀랐다. 서준 캐릭터를 사랑했고 피해자들의 울분을 대변했고, 분노를 잘 드러내는 의지에서 나온 것 같다."

 

변요한의 절박함과 분노를 들끓게 하는 대상은  중국 본거지 콜센터의 곽프로다. 김무열은 지적여보이지만 어딘가 싼티 나는 양아치 같은 곽프로를 완벽소화하며 새로운 악역을 탄생시켰다. 두 감독은 김무열을 믿었고, 곽프로의 '악랄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다" 등의 곽프로의 대사 한줄 한줄은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 비수를 꽂는다. 

 

"곽프로 캐릭터는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를 의인화 한 것이다. 범죄가 인간으로 나온다면 아마 그런 모습일 것이다. 기만, 악랄함, 무자비함, 철두철미함, 광범위한 정보력, 말빨, 언변이라던지 표정, 손짓, 발짓, 옷 매무새까지 보이스피싱 형상화였다.

 

'작전'도 '악인전'도 재밌게 잘 봤다. 김무열 배우 '정직한 후보'도 재밌게 봤다. 역할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배우다. 젠틀한 외모에서 악의 기운이 나오면 풍부해질 것 같았다. 젠틀하고 멋진 외모에서 사악함이 나오면 그 캐릭터가 더 무서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연락하게 됐고, 김무열 배우도 곽프로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살짝 너무 악랄해보이면 사악한데 동시에 지적이고 여유있으면서 동시에 욕망덩어리이기까지 한 캐릭터가 될수 있을까 캐릭터 분석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곽프로의 전사도 많이 이야기하면서 '작전' 이야기가 나왔다. 김무열 배우의 장점은 자신감이 있다. 제가 감독이 조금 설명이 부족해도 자신있는 수를 놓아서 헛방이 없다. 자기 확신이 있어서 남의 말을 경청하더라. 어떤 말이 들어와도 자기식으로 소화하더라. 그런 부분을 알게 되서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영화 '보이스' 배우 김무열, 김곡, 김선 감독/CJ ENM

 

여기에 김 감독은 "박명훈 배우도 철옹성 같은 모습이라 제가 박수치면서 찍었다. 연출자로써 만들어야 하는게 많은데 콜센터의 무서운 분위기를 눈만 뜨면 한번에 보여줘서 쾌감이 있었다"며 "서준은 액션과 가정연기가 다 좋았고 곽프로는 긴 연설 이런 장면들이 마음에 든다"고 애정을 전했다.

 

두 감독이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만든 '보이스'. 감독들은 실제 범죄 피해자들이 '치유'받길 원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지옥도, 해부도를 보여드리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이 팀장의 대사에 자연스럽게 넣었다.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의외로 굉장히 많았다. 

 

실제 오디션 보러 온 분들 중에 보이스피싱을 당한 분들도 있었다. 가족, 친지, 중에도 있다고 하더라. 정말 그분들한테 들어보면 자책을 많이 하더라. 어떻게 보면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거짓말 누가 속냐'고 질책하지만 당한 사람들은 '안 속을 수가 없다'는게 일관된 말이다. 그 당시 공포를 파고들면서 전화기를 못 놓게 하고 정말 큰일날 것처럼 한다고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그리고 '바보 같았다'고 자책한다. 내가 바보같았다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놈들이 어마무시하게 치밀하기 때문에 여러분 잘못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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