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적' 박정민 "맹목적이었던 배우 꿈, 이룬게 기적"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9-15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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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박정민 주연 영화 '기적' 개봉
-추석 극장에 따뜻한 휴먼 드라마 선보여
-올해 데뷔 10년차로 1년에 3~4편의 작품을 내며 열일 중

[하비엔=노이슬 기자] 배우 박정민이 연기자의 꿈을 꿀 때 아무도 그를 응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맹목적으로 도전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고, 이제는 1년에 3~4편의 영화를 내놓는 어엿한 주연배우로써 자리매김했다. 박정민은 올 추석, 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가슴 따뜻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9월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 정준경 役 배우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준경은 비상한 두뇌를 가진 수학 천재로, 간이역을 만들어달라며 대통령에 편지를 보내는 인물이다. 박정민은 준경의 현실과 꿈, 상황에 깊이 공감했다. "나의 꿈과 상황들을 대입해 봤을 때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도 울기도 많이 울었고, 지금도 가끔씩 울기도 한다. 준경에게서 얼핏얼핏 비치는 저의 모습들을 발견한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서도 울었다는 박정민은 "제가 나온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많이 울면서 봤던 것 같다. 그때 촬영했던 순간들이 기억이 나서 더 많이 울었던 거 같다. 추억에 젖은 느낌이었다"고 완성된 영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준경은 꿈을 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준경, 이런 부분들이 준경에 많이 이입을 하게 했다. 현실은 냉혹하고 꿈은 모호하다. 그래서 현실은 사람을 잡아 끄는데 타협하게 만들고,  내 자신에 대해 단정지어버리는 것 같다. 남들은 저 자신을 단정짓기는 쉽다. 남은 그럴 수 있지만 나까지 그래버리면 안되는 것 같다. 

 

저도 10년동안 내적 갈등을 하면서 살았던 거 같은데 준경이도 그 상황에서 일어서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이 '기적'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극 중 양원역을 사람이 아닌 세트장을 지은 것인데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게 준경이가 꿈을 향해 달릴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9월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 정준경 役 배우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기적'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간이역 '양원역'이 세워진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꿈을 이룬다는 '기적'과, 기차의 '기적'을 동시에 의미한다. 실제 봉화군을 배경으로 했기에 배우들의 가장 큰 숙제는 사투리였다. 박정민은 "어릴 때부터 사투리를 쓴 사람들은 발성, 구조자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걸 따라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러 사람에 자문도 구하고 녹음도 받고 했는데 내가 지금 사투리에 막히는 순간, 대의를 놓치는 기분이었다. 소탐대실할 것 같았다. 심리와 정서가 보고 싶은데 사투리 한다고 다 놓칠 것 같아서 자유롭게 중점을 두지 않고 연기했다. 정말 어려웠다."

 

사투리 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촬영 중 연기가 잘 안풀린다는 느낌에 힘들었단다. "촬영은 재밌게 했지만, 연기적인 고민으로 답답했었다. 촬영 쉬는 날 감독님과 길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저는 연기가 잘 안풀리던 와중이었고 감독님도 느끼신 것 같았다. 박정민이 즐겁게 연기하는 것을 보고싶다. 스트레스 안 받고. 그런거 너무 많이 했으니까. 우리 영화에서는 스트레스 안 받고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있는 모습을 보고싶다. 자신을 믿고 즐겁게 촬영해줬으면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맘이 편해졌다. 감독님 믿고 갔다. 다음날 촬영 끝나고 내가 원하던게 이런거였다고 하시더라. 저도 편하게 연기했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극 중 준경의 뮤즈를 자처하는 라희 역의 임윤아와는 알콩달콩 귀여운 매력을, 이수경과는 찐 남매케미, 이성민과는 현실 부자의 모습을 비췄다.

 

▲9월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 정준경 役 배우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윤아씨와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굉장히 서로를 존중했고 서로 잘 받아주고 아이스브레이킹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되게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윤아씨가 연기를 잘해서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저도 물어본 적 있다. 배울 점도 많았고 존경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자전거타고 가는 씬이 있다. 진짜 사소한 것이었다. 거기서 서로 배를 잡고 웃었다. 얼굴만 봐도 너무 웃겼다. 장난을 서로 너무 많이 친다. 윤아씨가 장난 치는 것을 좋아하더라. 윤아씨랑 있으면 참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

 

누나 역할로 호흡한 이수경에 대해서는 "이수경 배우를 사실 잘 몰랐다. 근데 함께 호흡하고 굉장히 리스펙하게 됐다. 보경 역할로 수경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다. 얼마나 잘할지 걱정도 됐다. 촬영 초반에는 윤아씨와의 분량을 찍고 수경씨가 들어왔다. 우리는 어렵게 고민하고 얘 와서 쓱 하고 잘하면 어떡하지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잘해줬다. 누나와 동생같은 합을 궂이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 잘 받아줬다. 3회차만에 바로 친해졌다"고 극찬했다.

 

부자 호흡을 맞춘 이성민과는 후반부 속마음 고백씬을 회상했다. 해당 씬은 두 부자가 몇 십년만에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씬으로 관객들에 공감과 눈물을 안기는 장면이다.

 

▲9월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 정준경 役 배우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성민 선배님이 먼저 촬영을 하셨다. 저는 카메라에 안 잡히는데 진짜 엉엉 울었다. 선배님 대사와 연기에 앞에 여자 스태프들이 다 울고 있었다.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털어놓는 것이 대중들이 느낀 감정일 것 같다. 저는 아버지와 성격, 얼굴이 똑같다. 진짜 준경이 부자같은 모습이다."

 

'기적'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박정민에게 '기적'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제가 이렇게 영화를 촬영하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기적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 시절, 보석같은 영화가 주어지고 인생이 바뀌었다. 영화 '파수꾼'을 만난 게 기적인 것 같다.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후 10년차가 된 박정민은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를 쌓고 있다. 그가 준경처럼 맹목적으로 도전했던 것은 '배우의 꿈'이었다. "제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지지해준 사람이 없었다. 재능이 없으면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을 맹목적으로 도전했다. 연기시켜달라고 조르고 그랬던 것 같다. 저는 학교 다닐 때 방학도 없었다. 연기를 하려면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열심히 뭔가에 미쳤었던 것 같다. 효율성이라고는 따지지 않고 무자비하게 미쳐있고 맹목적이었던 시기인 것 같다.

 

지난 10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감정이 요동쳤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잡히지 않는 알수 없는 반성들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즐겁게 해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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