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극장 사라지지 않은 한 극장영화 만들 것"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8-13 1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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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모가디슈>는 지난 7월 28일 개봉, 올 여름 대한민국을 넘어 8월 첫 주 전세계 흥행 5위를 기록했다. 특히 13일 기준,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긴박하게 벌어진 남북한 대사관의 합동 탈출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으며, 영화는 모로코에서 4개월간 올로케로 촬영됐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 개봉 후에도 현재 차기작 <밀수> 촬영으로 쉴 틈이 없는 가운데 <모가디슈>를 향한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고자 바쁜 시간을 쪼개 언론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 감독은 "영화계 전체가 어려운 시기다. 이 상황에서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록적인 스코어가 목적이 아니었지만 정말 감사드린다"고 관객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과 나눈 화상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개봉 시기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시기에 개봉 후 200만 관객들 돌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A.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 지난주에 올림픽까지 뜨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을 찾아주시고 영화를 보고 좋은 관람평을 남겨주시는 한분 한분이 되게 감사하다. 정말 감사드린다. 진심으로. 제가 영화 처음 시작할 때 90년대 초, 한국영화가 대중에 인기있는 아이템이 아니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 이와중에 이 영화를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숫자를 넘어서는 감동이 저한테는 있다. 

 

<모가디슈>가 작년 겨울 개봉 이야기도 나왔었지만 코로나19 상황도 안 좋았고 이 영화의 특성상 관객들이 무더위까지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해서 여름 개봉이 맞겠다 싶었다. 우리가 돌비 애트모스 녹음이 끝난게 얼마 안됐다. 정말 꼼꼼히 작업했다. 

 

영화계 전체가 너무 어렵다. 후반 작업 업체들은 영화를 내보내야 하는데 개봉을 못해 하드 용량이 너무 쌓여있는 상황이다. 극장 시장 환경 때문에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영화 만드는 사람인데 경쟁 문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길을 가는게 맞겠다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도 봐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록적인 스코어가 목적은 아니었다. 

 

Q. <군함도> 이후 <모가디슈> 역사적, 시대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의도한 바인가?

 

A. <군함도> 이후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가졌다기보다 이 소재와 배경이 저를 이끌었다. 저는 그렇게 치밀한 사람이 아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써 이 영화를 이 시점에 해보고싶었고, 깊은 심도와 와이드한 장면 연출에 대한 훈련을 나름해봐서 <군함도>가 없었으면 <모가디슈>가 없었을 것 같다. 덕분에 체력이 길러진 것 같다.

 

Q. <모가디슈>는 머나먼 아프리카 타국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남북한 대사관의 합동 탈출 과정을 그렸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담긴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 연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은?

 

A. 이런 영화는 너무 많은 요소가 있어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냐가 중요하다. 이 안에 처한 사람들한테 집중을 해야 흔들리지 않게 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거대한 이야기를 거대하게 표현하기보다 '내가 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며 버텨냈을까'를 표현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국가와 이념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결국은 사람들과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가장 중요했다. 스펙타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요인이 너무 많았지만 스스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Q. <모가디슈>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실제 인물들이 완성된 영화를 관람 후 어떤 반응을 보였나?

 

A. 제가 이 작품을 하기로 하기 전부터 덱스터 쪽 기획 프로듀서님은 주기적으로 만나고 계셨다. 저도 인사드렸다.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에 몰린 외교관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교관 기사를 보면 그런 사건들이 많더라. 수많은 외교관들, 북한 관련 전문가들, 종군기자 등 수많은 분들과 국내 서적 자료들이 나오는데 당시 8, 90년대 아프리카 파견나가셨던 외교관분들, 중동 분쟁지역 외교관 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한국에서 분쟁 지역에 파생 나갔던 외교관분들의 많은 사연이 섞여있다. 

 

우리 영화에 채소를 재배해서 나눠주는 장면도 실제 당시 모가디슈 대사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깻잎같은 것도 먹는 사람이 없어서 서울에 다녀온 사람들이 씨를 가져와서 재배를 한다던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외교관 분들이 이 영화 보시고 좋은 반응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Q. <모가디슈>는 실제 소말리아가 아닌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4개월간의 아프리카 로케이션 헌팅 과정은 거친 후 지금의 촬영지로 결정됐다. 앞서 <베를린>을 통해 로케 경험을 해본 바.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는?

 

A. 저는 할수만 있다면 실제 모가디슈에서 촬영하고 싶었다. 근데 여행 금지국가다. 처음에는 케냐를 생각했었다. 영화 속 사람들을 동원해야하는데 실제 소말리아 사람들이 굉장히 미남, 미녀가 많다더라. 피부색도 그렇게 까맣지 않고 이목구비가 멋있다고. 그 지점이 케냐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케냐도 건축구조물이 비슷했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쇼핑몰 테러도 있었고, 현지 영화촬영 인력 문제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예 남미로 가자는 생각도 했다. 

 

모로코가 떠오른 것은 소말리아 모가디슈 배경인 지역에는 이미 수준 높은 로케이션 팀이 구성된 상태였다. 장비동원도 비교적 수월했다. 무엇보다 케냐가 도로 방향이 반대다. 우리 영화는 차량이 굉장히 중요한데 감당이 안 되더라. 

 

모로코 헌팅을 갔는데 <블랙 호크 다운> 촬영 헌팅 지역을 가봤는데 헐리우드 쪽에서 이미 세팅을 해놨는데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아서 조금 당황했다. 이후 지금 모가디슈 로케이션지인 에사우이라를 찾았다. 주 소말리아 대사관이 우리 현장 영화 현장을 보러 왔다가 미술 세팅한 것을 보고 최적의 로케이션을 찾았다고 말하더라. 

 

카체이싱 씬 드라이버가 원래 파일럿이었다. 그 분이 92년도에 모가디슈에 있었는데 우리 촬영장이 실제 모가디슈와 비슷하다고 하더라. 누가 그때를 안다고 우리가 봤잖아 하면서 되게 좋아했다.

 


Q. 해외 로케이션 촬영 경험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점도 많았을 터. 현지 스태프들과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A. 영어 잘하는 제작부들이 헌신적으로 노력을 해줬다. '모하메드'라는 현지 로케이션 하신 형님은 예순이 넘은 나이인데도 열정이 넘쳤다. <미션 임파서블>, <본 얼티메이텀> 등 모로코 와서 찍은 영화는 그분이 다 하신 것이다. 정말 열정적인 분이고 홍반장같은 캐릭터다. 어딜 가나 이 사람을 안다. 공항, 시장, 터프한 지역을 가도 다 인사하는 사람이다. 그분은 제가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공간을 가보고 싶다고 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뛰어가서 바로 확인하게 해줬다. <베를린> 할 때 해외 크루와 일해서 경험이 있긴 한데, 모하메드는 우리와 같은 부류였다. 영화를 위해서는 안 되게 없다. 

 

Q. 현지 스태프와 소통을 통해 진행했지만, 촬영장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을텐데 영화에 어떤 식으로 녹여졌나?

 

A. 굉장히 넓은 드론 샷이 많다.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드론 곁으로 쫘악 날아든다. 갈매기들이 성격이 이상해서 자기들 구역에 낯선 비행물체가 뜨면 달려들더라. 저희는 예상 못했는데 갈매기들 보조출연이 동원된 것이다. 동물들의 등장이 대부분 그렇다. 모로코가 옛날 우리 나라처럼 들개들이 몰려서 많이 다닌다. 무섭기도하다. 갈매기들이 사람을 공격하다시피 낮게 날아서 탁 친다. 한번은 제 바로 앞에 닭 머리를 떨어뜨리고 간 적도 있다. 쉬운 촬영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가서 '이 경험 할래?' 그러면 언제든 갈 것 같다.

 

Q. <모가디슈>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카체이싱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박진감이 넘치고, 긴장감이 가득하다. 책이나 문 등으로 차에 방탄장치를 설치하는 모습 역시 새롭다. 실제 상황과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A. 실제 사건에서는 방탄장치 없이 탈출한다. 정부군 중 하나가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 나타나자 반군은 반군대로 총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대사관 50m 앞이 마지노선이라고 하더라. 그 선을 넘으면 국가간의 전쟁이 된다. 실제 양쪽의 공격을 받으면서 추격을 받았다고 한다. 

 

강 대사님이 기적적으로 한 사람만 희생을 당했다는 표현을 썼는데 너무 믿겨지지 않는다. 너무 가짜같지 않나. 그분들한테 설득력을 주기 위해서 현실은 훨씬 더 영화같았는데 방법을 생각하다가 당시 사용한 ak소총 자체가 반동이 되게 심해서 명중률이 너무 적다고 하더라. 정부군과 반군이 훈련을 하긴 했지만 난사를 했고, 전화번호부 한권 정도 도는 되는 두께의 책을 관통을 못하더라. 극 중 그렇게 아이디어를 낸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군생활을 경험했다. 그런 방탄 장치를 하게 만드는게 설득력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무정부 상태가 돼버린 상황에서 골목 하나 지나가는 것도 어디에서 총탄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훈련받지 않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서 만들었다.

 


Q.<모가디슈>는 김윤석, 조인석, 허준호 등 대배우들의 시너지와 감독의 연출, 믿보 보는 제작사의 스태프들이 환상 시너지를 낸 작품이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A. 스타들의 조합보다는 배역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허준호 선배님은 김지운 감독님의 <인랑>에 등장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전의 허준호호 선배님의 얼굴과 다른 모습이었다. 내 카메라 앞에 이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재에 출연해주셨으면 했다. 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서 만나뵙고 말씀 드렸는데 '합시다'라고 그 자리에서 해주셔서 너무 신났었다. 선배님이 해외 촬영 경험이 많으셔서 현장에서 중심을 너무 잘 잡아주셨다. 

 

김윤석 선배님의 강렬한 캐릭터 연기도 좋아하지만 <거북이 달린다>나 <완득이>에서도 매력을 많이 느낀다. 겁에 질려있는 외교관의 모습이 김윤석 선배님이 너무 끌렸다. 만나뵙고 말씀드렸더니 저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아주 수월하게 진행됐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굉장히 든든한 우군이 돼 주셨다. 괜찮다고 더 찍어도 된다고 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그때가 <미성년> 연출 이후였다. 호기심이 많으시다. 영화 학도처럼 현장 진행을 보면서 재밌어하고 신기해했다. 되게 유머러스하다. 저는 김윤석 선배와의 경험이 너무 재밌었다. 

 

조인성 인성은 말할 것도 없고, 구교환이 신선도를 올려줬다. 이분들이 모여서 자기들의 앙상블을 만들어 주셔서 누구 하나 튀지 않고 배려를 해주셨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Q. 극 중 대한민국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은 안기부 소속으로서 해외 파견된 인물이다. 외교에 능하고, 강단있는 인물이지만 전향서를 조작하는 등 북한 참사관 태준기(구교관)과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이다.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A. 당시 모가디슈에는 안기부에서 파견한 참사관은 없었다고 한다. 대사끼리의 접촉은 많지 않았는데 물밑에서 참사관들끼리 경쟁이 심했다고 하더라. 그 설정을 강화 시키기 위한 것이다. 안기부와 보위부의 참사관들이 등장하면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들었다. 

 

당시 UN 가입을 위해 투표권을 가진 국가들에 로비하는 것이지만, 소련과 미국에서 위성국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국들에 대사관을 만들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냉전 시대를 표현하는데 효울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살아있는 영어 대사, 엉뚱한 반응들 우리가 조인성을 보면서 약간 예상을 엇나가게 만들면서 엉뚱한 유머와 엉뚱한 반응을 줘서 조인성 배우의 공이 크다.

 


Q. 코로나19로 극장과 영화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 많은 작품들이 OTT 플랫폼을 통해 개봉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모가디슈>의 OTT 플랫폼 개봉 고민은 없었나?

 

A. 저는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인생의 한 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 저한테는 극장이 참 특별하다.  어린시절 힘들었던 시절을 지켜준 곳이기도 하고 제가 꿈을 꾸고 이루는 곳이다. 꿈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다. 직업 의상의 의미다. 

 

이 영화의 스펙타클의 차원이 아니라 큰 화면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클로즈업, 눈동자에 반사되는 불빛 하나, 탈출할 때 비행기 소음과 음악들, 모기 소리 하나까지 저는 휴대전화로는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당연히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유혹도 있었지만 더 큰 무언가가 있었다. 

김윤석 선배님도 우리 영화는 절대 스트리밍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하셨다. 정말 흥행과 손익구조만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들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건 관계의 문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다.

 

Q. <모가디슈>를 통해 다시 한번 연출 능력을 입증했다. '연출장인' '천만영화 감독' '블록버스터 감독' 등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군함도>에 이은 대작에 부담감은 없나?


A. 규모가 작은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영화를 만드는데 고충이 가벼워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큰 현장이라 편한 부분도 있고 다 다르다. 저는 '블록버스터 감독', '천만영화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거부감이 있다. 블록버스터를 지향해서 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출장인'이라는 말도 몸둘바를 모르겠다. 

 

신작을 촬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영화라는 것이 신기한 것이 본인의 경험, 체험, 취향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 다르게 반응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좀더 좋은 장면과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함께 만들어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 촬영 감독님과는 데뷔작부터 같이 했다. 함께 하는 이 사람들과 있으면 어디든 가서도 찍을 수 있다. 대신에 밥차도 같이 간다는 전제하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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