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구망' 카슨 "외국인 아닌 한명의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7-27 16: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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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비엔=노이슬 기자] 한국의 고추장을 사랑하고 말투도 구수하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의 소유자로 전형적인 외국인의 모습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인스럽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제작 여운혁 조영철, 연출 권익준 김정식, 극본 백지현 서은정, 이하 <지구망>)의 배우 카슨 앨런(Carson Allen, 이하 카슨)의 이야기다.

 

카슨이 출연한 <지구망>은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계 호주인 샘(영재), 태국인 민니(민니), 한국인이지만 외국인 코스프레 하는 한현민(한현민), 스웨덴 사람 한스(요아킴), 미국인 카슨(카슨), 트리니다드토바고 사람 테리스(테리스 브라운), 그리고 외국인 기숙사를 관리하는 알바만렙 박세완(박세완)과 미국인 제이미(신현승)가 주인공이다.

 

 

<지구망>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카슨은 최근 마포구에 위치한 하비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식 개그코드라서 엄청 고민됐다. 근데 해외 친구들 반응이 좋더라. 외국인 기숙사생의 이야기라는 점이 많은 공감이 됐던것 같다"고 했다.

 

카슨은 극 중 남자친구의 할머니가 준 고추장을 사랑하는 외국 유학생으로 분했다. 그녀의 식탁에는 언제나 고추장이 빠지지 않고, 말투도 구수한 시쳇말로 '꼰대'스타일이다. 하지만 실제 카슨은 매운 것을 못 먹는단다. 

 

"불닭 볶음면을 매워서 못 먹는다. 먹으면 바로 반응이 오는 스타일이다. 아침 7시 촬영인데 빈속에 고추장을 먹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다음부터는 케찹으로 바꿨다. 그건 또 맛이 없더라. 하하. PD님과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그 다음부터는 고추장 대신 케찹 누들을 먹었다." 

 

 

카슨은 극 중 캐릭터와 성격 싱크로율이 반반이라며 "나도 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다. 학교 다니면서 화장을 하고 다녀본 적은 없다. 근데 <지구망> 촬영 때 화장이 진하면 감독님께서 뭐라고 하셨었다. 옷도 깔끔하면 안됐다. 그만큼 편한 캐릭터를 원하셨다. 그 지점이 평범한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또 카슨은 "실제는 친구들과 유치하게 싸우는 편은 아니다. 소수의 친구들과 친해서 트러블이 없다. 극 중 우산과 고추장이 없어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저는 외국인이라 말을 예쁘게 하려고 하고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다. 근데 그 장면에서 소리지르는 씬이 많았다. 처음으로 소리 지르니 많이 어색했다"고 실제 성격과 다른 점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남자친구인 김병장(정진운)과의 장면이다. 해당 장면은 바람피운 전 남자친구에게 펀치를 날리며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안긴다. "김병장과 헤어진 후 그 집을 찾아간 씬은 저도 잘 이해가 안갔지만 너무 재밌었다. 김병장 앞에서 하는 대사도 내 캐릭터를 대변해주는 느낌이었다. 저도 실제 연애하면서 쿨한 편인데 걸크러시 느낌이었다. 한대만 맞자하고 때리니까 너무 시원했다(웃음)."

 

 

또 극 중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자 극명히 갈리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반응도 흥미로웠단다. 

 

"저는 미국 국적이지만 일본에서 살다가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아버지는 항상 북한과의 전쟁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라고 해주셨었다(미소). 한국에서 오래살면 북한에 이미지가 무뎌진다. 근데 실제 한국 처음 오는 외국인들은 긴장감이 있고, 부모님들도 걱정하고 그런다. 그게 너무 공감됐다. 또 '도를 아십니까'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하다. 저도 당해봤는데 왜 그 많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저에게 길을 묻고,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지 의아했었다. 따라가본 적은 없다."

 

카슨이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비자 문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다 친절하다. 한국어 서툴러도 너무 귀엽다고 해줬다. 근데 비자 문제는 너무 힘들다. 한국에서 미국 유학 가는 친구들도 공감할 것이다. 예술 비자로 1년씩 연장한다.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엔터에서 일하고 싶으면 이 비자가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에이전시가 잡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만큼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그는 "한스는 원칙주의자는 맞는데 실제 요아킴은 너무 착하다. 우리에게는 개그맨이다. 한현민과 같이 항상 분위기 메이커였다. 특히 현민은 웃음을 못 참는다. 한번 터지면 15분동안 촬영하기 너무 어렵다. 저는 애드리브는 거의 안했다. 세완과 극 중 남자들 내기하니까 우리도 내기하자고 해서 그런것 넣은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카슨은 "한스 침대에 전기장판이 있었는데 그곳은 낮잠 자는 핫스팟이었다. 테리스가 자고 있었는데 세트장이라서 서로 가까운 거리였다. 다른 방에서 찍고 있는데 테리스의 코고는 소리가 엄청 컸었다. 다들 놀라서 보니까 테리스가 자고 있더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카슨은 드라마 '킬미힐미', '푸른 바다의 전설', '몬스터', 'THE K2', '보이스', '우아한 가',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 등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은 배우다. 어릴 때부터 공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후 스포츠를 많이 익혔기에 액션 연기가 익숙하다. <지구망>에서 카슨은 액션 연기를 짧게나마 선보여 더욱 의미가 있단다.

 

"<지구망> 현민이의 '뭐 난 그렇다'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 춤을 추는데 감독님이 잘 춘다고 칭찬해주셨다. 몸으로 하는 것은 쉽게 삘리 익히는 편이다. 감독님께서 제가 스턴트 하는 걸 아시고 <지구망>에 스턴트 장면을 넣어주셨다. 짧게 와이어 타고 검술을 넣어주셨다. 그날은 하루종일 액션만 찍었는데 기분 좋았다. <킬빌> 의상까지 준비해줘서 너무 재밌게 잘 찍었다(미소)."

 

 

<지구망> 이전에 카슨이 배우로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작품은 드라마 '동백꽃'이었다. "'동백꽃'에서 고두심 선생님의 가게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포항에서 촬영했다. 혼자 활동하다보니 KTX나 비행기 타고 모텔에서 자고 그랬다. 그때는 진짜 행복한 기억밖에 없다.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 스태프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후 첫 주연으로 연기한 <지구망>은 다른 배우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오디션을 봤단다. 최종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최종 합격 통보 들었을 때는 친구와 카페에서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너무 기쁜 마음에 북받쳐서 엄청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배우로서 한국에서 살고 싶은 카슨은 <지구망>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외국인'이라는 강조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테리스는 흑인이라서 어두운 이미지의 역할만 나온다. 그런 것도 없어졌으면 한다. 최근에서 '펜트하우스 3'에서 흑인들 나왔는데 그런 것들은 보기 안 좋은 것 같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지구망>에서 우리 모두 외국인으로 나왔지만 외국인이라는 강조가 없었다. 저도 한국에서 산지 15년 정도 됐다. 외국인이 아닌, 누군가의 친구로서 한 명의 배우로서 역할을 맡고 싶다. 타국에서 외국인이 배우를 하면, 역할은 많이 없다. 근데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계속 도전하고 있다. 여기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중학교 때 한국 드라마 많이 봤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나왔으면 좋겠다 꿈꿨었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외국인'이라는 정해진 모습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고두심, 윤여정 선배님처럼 나이 먹어도 계속 연기하고 싶다.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프라임 타임은 언제 끝날까 걱정도 있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

 

사진=하비엔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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