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X천우희가 쓴 청춘의 '추억' 페이지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4-21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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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당신은 어떤 추억에 설레나요? 그게 첫사랑일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그냥 스쳐 지나갔던 우연일 수도 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가슴 한편에서 꺼내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아름다웠던 순간의 기억이 힘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영호(강하늘)는 삼수생이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던 그가 삼수생 생활을 하던 중 문득 초등학교 시절 소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마음이 시키는대로 무작정 소연에게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소연은 병원에 있는 신세. 

 

이에 동생 소희(천우희)가 답장을 하며 두 사람은 자주 편지를 주고 받는다. 어느새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편지. 그리고 둘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천우희 또한 이를 시나리오의 매력 포인트로 꼽은 바. 이에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배경만으로도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제작진은 2003년과 2011년의 톤을 동일하게 설정함으로써 어느 한 시대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이에 자칫 소품을 스치면 현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공감도를 높이기도 한다. 

 

 

또 그 시대가 IT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한 밀레니엄 세대들의 1030 시대이기에 지금과 큰 변화는 '속도'와 휴대전화 모양 변형 이외에는 크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가로로 화면이 움직이는 휴대전화, 사라져가는 빨간 우체통과 헌책방 외에는 2003년의 향수를 자극할 소품이 부족해 아쉬움을 더하기도 한다. 

 

드라마 '미생', 영화 <스물>, <청년경찰> 등으로 청춘의 아이콘이 된 강하늘은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는 시대의 청춘을 대변한다. 또한 그 삶 속에서 우연히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설레어한다. 사랑에 빠진 강하늘의 순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천우희는 아픈 언니를 간병하고, 헌책방을 하는 엄마를 돕는다. 그녀는 미래를 생각하기에 이미 현 생활 자체가 고달프다. 천우희는 특유의 부드러운 매력으로 소희에 잘 녹아들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연히 얻은 편지 한 통으로 위안을 얻어가며 변화하는 모습은 그 일상을 더욱 응원하게 한다.

 

 

강소라는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히려 영호 역인 강하늘과 더 많이 호흡했다.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수진(강소라)의 거침없는 모습은 잔잔한 전개 속 활력소다. 활기 넘치는 수진이지만 그녀의 기다림은 극중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비가 오면 우울해지거나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호에게 비는 '위안'을 주는 존재다. 소희 또한 비는 하늘이 지쳤을 때 잠시 '쉬어가자'고 말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진모 감독은 영화 속 대사처럼 기다림에 감성적인 소재 '비'를 더해 '기다림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그는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감독은 첫사랑을 매개로 하지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하며 '사람에 대한 태도'를 비춘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만남이 비대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요즘. 영호와 소희는 편지만으로도 서로에게 설렘을 안기고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능성 낮은 약속을 했지만 이 또한 기다림 자체가 설레임이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러닝타임은 117분, 전체관람가, 개봉은 4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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