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자산어보' 설경구 "변요한과 첫 호흡, 눈이 좋은 배우"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4-15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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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학자로서 자신의 사상을 글로 써내지 못한 배경은 아플지라도, 섬 생활에 시선을 돌려 '어부 창대(변요한)'를 발견한다. 창대는 물고기 등 어류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출세하고 싶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약전과 창대는 서로의 스승이 되며 신분과 상관없이 '벗'이 됐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의 캐스팅 대부분을 설경구가 했다고 밝힌 바. 창대 역 변요한 역시 설경구의 추천이다. 하지만 함께 호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경구는 "변요한은 <감시자들> 전체 모임 때 처음 봤다. 호흡을 맞추진 않았다. 눈이 참 좋은 배우"라고 했다. 

 

 

"낯가리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의 얼굴도 좋았다. 반항기도 있는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이 창대랑 닮은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랑도 조금 닮은 것 같다. 감독님께 제안 드렸는데 좋은 인연이 닿은 것 같다.

 

내가 알게 된 변요한은 솔직하다. 없는 말 안하고, 더 빼서 살도 안 붙인다. 있는 그대로 밖에 못하는 사람이다. 그게 매력인 것 같다. 자기 의상과 거친 자신의 얼굴을 좋아했다. 웃을 때는 이 하얗게 드러내면 진짜 천진난만 할 정도로 좋았다.

 

다음 작품을 찍어야 하는데 (창대에 너무 몰입해) 턴이 안 된다고 할 정도였다. 촬영 끝나고 주로 변요한씨 방에서 그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 사서 맥주 좀 먹고 그랬다. 자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안가고 현장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 많이 했다."

 

함께 섬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탓에 촬영이 방해될까 우려도 했단다. 극 중 출세를 꿈꿨던 창대는 뒤늦게 깨닫고 흑산도로 돌아온다. 하지만 약전은 이미 창대의 소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먼저 등졌다.

 

 

"그 장면을 촬영 할 때는 그 어떤 배우들과도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계속 피하다가 한번 방은진 씨랑 눈이 맞주쳤는데 한숨을 쉬더라. 분위기가 진짜 초상집 분위기였다. 저는 그때 구석에서 앉아있었다. 최대한 배우들을 피하려고 했는데 사복 차림으로 변요한씨를 만났다. 제가 일부러 확 피해버렸다. 냉정하게. 그 촬영 때, 변요한씨가 너무 울어서 수위를 낮추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하더라. 저도 울거 같아서 못 들어가겠더라."

 

류승룡을 비롯한 특별 출연 배우들 역시 설경구의 제안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설경구는 "짧은 등장이라도 관객들이 친숙한 배우들이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배우 류승룡은 정약용으로, 최원영은 정약종으로 분해 삼형제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약용은 형 약전과 그리움을, 학자로서 글을 쓸 수 없는 억압되고 답답한 마음 등을 한시에 담아냈다.

 

"정약용은 딱 류승룡인 것 같다. 울림있는 목소리하며 헤어질 때도 손을 덥석 잡아주는데 뭉클했다. 실제 쓴 한시는 담백하면서도 아프더라. 형을 위한 마음이 엄청났다고 하더라. 약전이 죽었을 때도 아내나 처자식이 죽었을 때보다 마음 아파했다고 하더라. 류승룡은 그냥 딱 정약용이었다. 시를 읊는 내레이션은 류승룡만한 배우가 없었던 것 같다.

 

류승룡, 최원영 배우가 그간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지만 이준익 감독님 현장이 행복했다더라. 최원영 배우는 3회차 출연이었는데도 행복해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설경구는 데뷔 28년만 첫 사극이었지만 이준익 감독이었기에 믿고 따랐다. 특히 <소원> 이후 재회하고자 마음이 컸기에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이 이뤄졌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님은 늘 변하지 않고 똑같은 것이 좋다. 어른으로서보다 친구같고 형같고 아버지같고 소년같기도 하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감독님은 배우나 사람의 단점은 묻어두고, 장점을 더 어필한다. 자신감을 주려고 한 멘트같기도 하고, 저 처음 수염 붙이고 분장했을 때 '할아버지 같다'고 하셨다. '우리 할아버지랑 똑같애'라고. 그때 큰 힘을 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거울은 보지 않고, 이정은씨(가거댁 역)랑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주변에 보여주니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내가 약전처럼 큰 생각을 품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그럴 그릇도 못 된다. 팬들이 항상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배척받은 지식인이지만, 약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지금 그 가치가 인정받기 보다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모를 것 같다. 과학도서로 근래 지정이 됐다고 들었다. 그러한 약전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사진=메가박스 (주)중앙 플러스엠, 씨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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