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가디슈' 구교환, 궁금증 많은 천상 영화人 "문어 해보고싶어"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8-10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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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첫 이미지는 강렬했다. 목소리를 들으면 시선이 절로 따라간다. 눈빛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카리스마에서 압도당한다. 하지만 엉뚱한 매력으로 상대를 웃음짓게 했다. 바로 충무로 대세 배우 구교환의 이야기다. 

 

그가 지난해 <반도>에 이어 두번째 상업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또 다시 여름 시장에 돌아왔다. <모가디슈>는 지난달 28일 개봉 후 신작 공세에도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200만 관객을 목전에 두며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흥행 중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공관원들의 모가디슈 탈출기를 그린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모로코에서 4개월간 올로케로 촬영이 진행됐으며, 실제 타임머신을 타고 내전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구교환은 스스로 N차 관람을 할 정도로 <모가디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개봉날 또 한번 극장을 찾았다는 그는 "극장에 가고 싶기도 했고,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원래 제가 나온 영화를 쑥스러워서 잘 못 보는 성격인데 <모가디슈>는 계속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작품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구교환은 극 중 북한 대사관 참사관 태준기로 분했다. 북한 대사관 역의 허준호, 남한 대사관 역의 김윤석, 남한 대사관 참사관 역의 조인성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은 류 감독과 호흡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님은 저한테 좋은 선배님이자 감독님이다. 고3때 처음 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감독님의 데뷔작은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그런 영화는 처음이었다.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감독님을 만나고 <모가디슈> 시나리오를 봤다. <모가디슈>는 모든 출연진의 앙상블이 보여지는 시나리오였다. 이 이야기에 일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

 

좋은 기회로 <모가디슈>의 일원이 된 구교환은 전작만큼이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조인성과는 스릴감 있는 액션 호흡을 선보이고, 시종 뾰족하게 날이 선 모습이었다. 구교환이 연기 포인트를 둔 지점은 '오랫동안 훈련받은 사람'이었다.

 

"태준기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다. 의뭉스러운 모습들이 긴장감이나 알 수 없을 때 보여지는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태준기를 소개하기 좋은 것 같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사람이기에 근성과 기세가 드러날수 있도록 체력 훈련을 오랫동안 했다. 영화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아도 몸에서 체력적인 자신감이 있도록 보이려고 했다. 

 

 

조인성 선배님과 대립구도를 이루고 강렬한 액션씬도 선보인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영상 콘티로 준비돼 있던 씬이다. 액션 기초부터 훈련을 했다. 선배님이 경험도 많으셔서 리드해주셔서 잘 따라갔다."

 

반면 허준호와는 동지애를 나누는 인물이다. 앞서 허준호는 매체 인터뷰에서 구교환을 젋었을 때 자신의 모습과 닮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모가디슈>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카체이싱 장면에서 구교환은 허준호를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태우고 질주했다. 하지만 구교환은 실제 막 운전면허를 딴 초보운전자였다. 구교환은 허준호를 멘토이면서도 '일타강사'라 표현했다.

 

"허준호 선배님의 작품을 보고 자란 세대다. 젊은 시절 선배님과 닮았다는 이야기는 정말 영광이다. 선배님은 저에게 누구보다 큰 드라이빙 멘토다. 저희가 총 4대의 차량이 있었는데 저와 함께 하셨다. 선배님은 운전실력이 뛰어나셔서 핸들 돌리는 방법 등의 팁을 많이 주셨다. 디테일한 제스쳐를 포인트마다 짚어주셨다.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신 것 같다.

 

 

또 허준호 선배님은 극 중 제가 지켜야하는 존재다. 전향서를 발견했을 때 보고하는 그 모습이 태준기의 기존의 모습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린 아이처럼 일러바치듯이 표현을 하더라. 태준기도 어른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외로운 사람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었다."

 

구교환은 "선배님들의 이름을 듣기 시작했을 때 그분들과 함께 앙상블을 맞춘다는데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부담보다는 설레임이 컸다. 기쁨, 환희였다. 태준기 참사관을 만드는데 있어서 프레임 밖에서는 항상 저를 응원해주셨다. 제가 반응할 수 있는 지점들을 계속 만들어주졌다. 인성 선배는 저에게 항상 자극을 주셨다. 허준호 선배님은 제 어깨를 잡고 격려해주셨다. 윤석 선배님은 온유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셨다. 세분의 시선을 받으면 태준기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기대 이상의 더 대단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벅찬 촬영 소회를 전했다.

 

2008년부터 독립영화계에서 배우와 감독, 영화인으로써 활약한 구교환은 2014년 <꿈의 제인>으로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 후보에 올랐고,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첫 신인 남우상을 수상했다. 2019년 <메기>로 또 한번 존재감을 알린 후 다음 해인 2020년 <반도>로 대중에 얼굴 도장을 찍었다. 올 여름 <모가디슈> 개봉과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의 스핀오프 <킹덤: 아신전>에 여진족 파저위 아이다간 역으로 출연하며 대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주목받는 것은 아직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알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지난해에 이어서 다음 여름이다.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다. 매순간이 특별하지만 그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연이은 여름 시장에 부담감이 없냐는 물음에는 "부담감보다는 그냥 재밌다. 계속 낯선 인물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 <모가디슈>의 경우는 대규모 세트와 현장의 서랍을 열면 소품이 있을 것 같은 현장감이있다. 배우로써 한 세계관에 들어와서 공간에 들어올 때마다 낯선 경험을 하는 것이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영화감독으로써 만든 작품 역시 유튜브 계정을 통해 틈틈히 공개 중이다. 구교환의 원동력은 '궁금증'이란다. "궁금한 이야기, 인물, 내가 보고싶은 이야기. 내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도 궁금해지는지가 중요하다."

 

궁금증이 많아서일까. 연기할 때와는 달리, 귀엽고 엉뚱한 면모도 드러냈다. 그는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최근 넷플릭스의 <나의 문어 선생님>을 봤다. 문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또 어떤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냐는 물음에는 "최근에는 광고회사 이야기를 써봤다. 오피스물인데 오피스 활동은 거의 없다"고 하기도 했고,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 화면을 보며 "오늘 윤종신의 '롱디' 노래를 듣고 왔다. 근데 오늘 인터뷰 하는 이 모습이 롱디같다. 이렇에 화면을 분할해서 조용한 대화씬을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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