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빛나는 순간' 지현우 "고두심에 입맞춤 씬, 제가 리드"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7-07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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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국민 연하남의 아이콘으로 불린 지현우. 그는 '송곳'과 '원티드'까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피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현우가 3년만에 멜로로 스크린을 찾았다. 한층 더 성숙해진 감성 영화 <빛나는 순간>으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지현우가 출연한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은 평생 물질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 온 70세 핸 진옥(고두심)과 서울에서 온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상대를 이해, 힐링 로맨스를 선사한다.

 

 

지현우가 분한 경훈은 30대 다큐멘터리 PD다. 촬영은 제주도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지현우는 경훈의 감정을 이해했기에 관객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여운을 전해주고 싶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시나리오가 참 좋다였다. 이 감정들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경훈은 진옥을 해녀 삼춘이 아닌 한 여자로써 바라본다.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다 이해됐다. 왜 기존에는 이런 설정의 작품이 없었지? 생각도 해봤다. 근데 시나리오를 보니 감정이 다 이해됐기에 함께하게 됐다."

 

지현우의 경훈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촬영하면서도 계속됐다. 본인이 관객들에 이해를 시켜야하는 입장이었기에 더욱 신중해졌어야 했다. 그런 지현우에게 소 감독은 플레이리스트를 줬단다. "경훈 직업이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느낌으로 표현해야 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음악으로 설명해주셨다. 그걸 항상 현장에서 듣고 그리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조용필 '걷고 싶다', '바다 끝', 선우정아 '도망가자' 등과 팝송들이 있었다."

 

 

70세와 30대의 파격멜로에 선입견은 없었다는 지현우는 대선배 고두심과의 호흡을 만족해했다. "저는 드라마를 더 많이 했다. 영화를 많이 안했는데 영화를 했을 때 연기자니까 이런 저런 색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제주도 올로케라는 점도 좋았다. 대선배님과 호흡하는 기회도 흔치 않다. 경훈에 혼자 몰입해보자는 생각에 매니저 없이 혼자 제주도에 와서 촬영했다.

 

선배님은 연기할 때 기댈 수 있는 안정감이 있다. 회사로 따지면 회장님인데 권위적이지 않으시다. 그 정도로 좋으셨다. 큰 그늘 안에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 위안이 많이 됐다. 어느정도 연차가 되서 후배들과 작품을 하고 있다. 선배보다 후배 대하기가 더 어렵다. 예지원, 최강희 선배 등과 할때는 제가 기대면서 하다가 내가 버팀목이 되야하니 힘들더라. 성격 자체가 으쌰으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힘들었다. 이번에는 선배님께 많이 기대면서 했다."

 

지현우는 "주변에서 선배님 좋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다. 긴장은 하지만 어려서부터 대가족으로 커서 어른들께 잘 다가가는 편이다. 선배님은 '라떼' 스타일은 아니시다. 주변 사람 이야기를 다 수용해주셨다. 연기적인 부분도 많이 챙겨주시고, 선배님 친구들이 맛있는 제주도 음식을 자주 싸오셨다. 단식을 해야해서 많이 못 먹었던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지현우는 경훈의 스타일에 자신의 의견을 담아냈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을 생각해냈고, 손질하기 편한 펌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펌도 제가 제안하고, 체중감량도 했다. 감독님이 요구하기보다 대본 자체에 '드러나는 젊은 육체'라고 써 있었다. 동굴 씬도 일부 편집이 됐더라. 뱃살이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촬영하면서도 맨몸운동이나 달리기 위주로 관리했다."

 

가장 어려웠던 씬은 극 중 경훈과 진옥이 이별하는 장면이었단다. 이 장면은 감정을 쌓은 뒤 촬영하고 싶다는 지현우의 바람으로 실제 마지막에 촬영했다. 반면, 경훈이 상사화 옆에서 진옥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멜로' 경험이 더 많은 지현우가 리드했단다. "진옥의 주름진 부분에 경훈이 입을 맞추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주름짐을 나이가 아닌 아픔이 담긴 그 인생에 입을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선생님도 그 장면에서는 다들 긴장한다. 그 부분에서는 제가 더 경험이 있으니 한번에 오케이 됐다. 다른 버전으로도 많이 찍어봤다."

 

<빛나는 순간>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고두심의 제주 4,3 사건 고백씬은 현장에 있던 지현우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감탄했단다. "제일 중요한 씬이고 그런 씬은 감정씬이라 NG가 나면 큰일난다. 선배님께서 대본에 없는 대사를 2~3분 넘게 하셨다.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고민을 했는데, 마무리쯤에 대본에 있는 대사를 하시더라. 한번에 촬영이 끝나고 한동안 멍했다. 음악으로 따지면 갑자기 째즈를 하신 것이다. 저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되야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즉흥적으로 감정을 보여주시는데, 정말 모두가 감탄했다."

 

 

제주도 올로케 촬영은 힘든 순간이 있었더라도 홀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힐링할 수 있었기에 만족했다. 앞서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왔을 때도 홀로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던 지현우는 인터뷰 당일에도 해당 카페 주변을 산책했다. 그는 "군중속의 고독이 제일 고독한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이 괴로운 이유가 자기 방에서 조용히 혼자 지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봤다. 고독을 외면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군중속의 고독이 제일 고독하한 것 같다. 무대 조명이 꺼지면 '이제 껏 뭐했지' 그런 생각이 있다. 선배님도 말씀하셨는데 아드님도 연기하는데 선생님이 집에 오면 멍하니 있는 모습을 어릴 때부더 많이 봤다고 하더라. 그 마음을 이제 이해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저도 이해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활기찬 분위기에서, 울고 불고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는 나는 어디 있나라는 생각에 공허함이 있다.

 

제가 한라산을 좋아한다. 20살 때 KBS 공채로 같은 기수들과 연수로 한라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27명의 속도는 다 다르다. 저는 혼자 내려내려오게 됐었다. 그때 혼자 '괜찮아?' '힘든 것 없고?'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내려왔다. 심심하기도 했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면서 산을 내려오니 시원하더라. 그 뒤에는 힘들 때마다 산에 올라가 1인 2역을 하고는한다(미소)."

 

 

혼자가 편해졌다는 지현우는 서른을 넘긴 시점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 중이다. "맛집으로 따지면, 그 전까지는 요리는 그저그래도 인테리어나 기타 등이 좋았다면, 지금은 진짜 요리가 맛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고민 끝에 그는 "척하지 말자"라는 철칙을 지키려고 한단다. "기술적으로 연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그게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다. 팬들이 저를 응원해주는게 창피한 배우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었다. 배우로써 작품을 했을 때 연기하는 저 사람이 거슬리거나 어설프거나 싫다 했을 때 이해가 안된다고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고 싶다."

 

지현우는 차기작에서 새로운 도전과 함께 자신의 철칙을 지키려고 더 노력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주말연속극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아이 셋이 있는 아빠 역할을 맡았다. 주변에서 동료 선배들이 총각 역할에서 애 아빠 역할이 됐다는 말에 '너도 환영해'라고 하시더라. 주말 드라마 한지 오래됐다. '도둑놈, 도둑님' 이후에 오랜만에 하게 됐다. 주말극으로 인사 드리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마침 지금 들어와서 다시 인사를 드리고 어머님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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