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자매' 김선영 "연기에 있어서 완벽주의자, 외에는 허당"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2-08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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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 부르고 싶다. 어딜 가든지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여기에 연극 극단 '나베'까지 꾸려가며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는 그녀의 연기 열정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감히 자부한다. 하지만 예능에서는 허당 매력을 보이기도 한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배우 김선영의 이야기다.

 

김선영이 출연한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코로나19 속에서도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있다.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진행된 하비엔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김선영은 영화 속 의기소침하고 어두운 모습과는 달리, 시종 밝은 모습과 텐션으로 영화 뒷 이야기를 나눴다.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첫째 희숙으로 분했다. 희숙은 첫째이지만 어릴 적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어른이 된 희숙은 자신이 실수하지 않았어도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돈만 뜯어가는 남편과 어긋난 딸에게도 시원스럽게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등장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고 답답하게 만든다.

 

이런 '희숙'의 어수룩한 모습은 46년을 살아온 김선영의 고심 끝에 탄생됐다. 희숙의 의상부터 자세, 걸음걸이 하나하나 김선영의 머리 속에서 탄생했다.

 

 

"내가 예전에 영덕에서 살았는데 시장에서 가끔 뵙는 분이 계셨다. 서울에서 이사 와서 오래 산 사람.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동네분이면서 외지인같은 그런 아줌마가 떠올랐다. 쓸쓸해 보이기도 했었다.

 

희숙은 힘들 때 도피하고 회피하고 부인하는 스타일이다. 힘든 게 일상화 되면 무감정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 희숙도 본능적으로 그냥 웃고, 조금 힘들어지려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잘못했다고 하는 식으로 자신을 낮춰버린다. 그렇게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도 늘 그렇진 않지만 언젠가 한번씩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나도 그런 걸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극 중 희숙의 딸 가희는 행복하지 않은 가정 탓에 어긋난 인물이다. 희숙은 가출하려는 가희를 붙잡기 위해 그제서야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희숙과 가희 모녀는 소통이 단절돼 관객들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김선영은 희숙이 어떤 엄마인 것 같냐는 물음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희숙은 좋은 엄마같지 않다. 불행한 사람인 것 같다. 딸한텐 행복한 모습이 제일 좋은 교육인거 같다. 딸의 불행의 근원은 엄마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다. 그래서 딸은 그 불행을 답습했고, 객관적으론는 희숙이 그 불행을 딸에게 전수한 엄마가 아닌가. 슬프지만 실제로 그런 엄마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딸을 위해 내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려고 한다."

 

<세자매> 이승원 감독은 실제 김선영의 남편이다. '척하면 척'이라는 부부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의견을 많이 나눠왔다. 덕분에 촬영할 때는 의견 충돌없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김선영은 "먹고 사는 문제만 없으면 1년동안 <세자매> 같은 영화만 계속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장면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모든 장면에 집착했다"고 말했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자인데 모든 장면에 같은 에너지를 썼다. 촬영하면서는 재밌었다. 인물이 어두워서 힘들것 같지만 되게 재밌게 촬영했다."

 

 

<세자매> 엔딩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낳는다. 부친의 생일을 기점으로 세 자매가 한 자리에 모여 그간의 아픔을 토해내지만, 이전까지는 가끔 술 취해 둘째 미연(문소리)에 전화하는 막내 미옥(장윤주) 외에는 연락을 하거나 왕래도 없었다. 

 

김선영은 <세자매>의 엔딩을 현실적으로 내다봤다. 실제 문소리, 장윤주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는 그는 "내가 '쟤들 이렇게 사진 찍고 가잖아? 똑같이 산다. 연락 잘 안하고'라고 했었다"고 답했다. "그냥 잠깐 위로가 되는, 내가 너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을 '찰칵'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돌아가면 또 지금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요만큼' 균열이 생기지 않았을까(미소)." 

 

연기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하지만 외의 것은 서툴다고 자평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출연해서는 요리에 능숙한 다른 출연자들과는 달리 허술한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현재 방영 중인 '오! 삼광빌라'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아줌마' 역할은 찰떡같이 소화해내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됐기에 실제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다.

 

"저 못하는 것 많다. 근데 작품 속에서 좋게 봐주시면 그걸로 좋다. 앞으로도 작품의 캐릭터로 기억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미소)."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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