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 진흙탕 수주전' 삼성물산·대우건설, 서로 J건설·K사 매각설 제기…비방전 도 넘어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0-05-26 18: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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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J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설 제기
대우건설, 래미안 브랜드 철수설 '맞불'

▲반포3주구 (사진:연합뉴스)
[하비엔=홍세기 기자]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양사가 ‘매각설’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대우건설의 J건설 인수설’을 부각하며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고, 대우건설 역시 ‘래미안 K건설 인수설’로 맞불 놓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물산, 브랜드 우위 강조하기 위해 ‘J사의 대우건설 인수설’ 부각

매각설을 먼저 들고 나온 쪽은 삼성물산이다. 반포3주구 입찰서 공개 이후 조합 입찰 지침을 충실히 지킨 대우건설의 사업제안에 조합원들이 호감을 보이자 삼성물산은 자사의 사업제안을 알리기보다 네거티브 홍보로 방향을 잡았다. 비방 홍보의 핵심은 대우건설 매각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재산 손실이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007년 3월 대우건설과 맞붙은 용산역 전면2구역 수주전에서도 대우건설의 매각설을 제기한 바 있다. 용산역 곳곳에 ‘삼성 VS 금호’ 단 여섯 글자 현수막만 달아 놓고 제안서 홍보에 소극적이었다. 조합원 개별 홍보가 합법적이었던 당시 대우건설이 조합원 한명 한명을 접촉하며 사력을 다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결과는 대우건설의 승리였다. 조합원 70%가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 주며 삼성물산은 일방적인 패배를 맛봤다. 대우건설이 삼성보다 사업 조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대우건설이 1군 건설사로 보기에 살짝 부족한 금호건설에 인수된 것에 집착, 브랜드 파워만 강조했던 것이 뼈아픈 패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앞서 2000년 동부건설과 맞붙은 대치주공 재건축에서도 ‘최고의 재산가치 삼성’ 구호만 앞세웠을 뿐 제대로 된 사업제안을 내놓지 않아 결국 대치주공 자리에 ‘동부센트레빌’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 단지가 준공되면서 맞은편 ‘타워팰리스1,2,3차’는 지역 시세 1위 자리를 ‘동부센트레빌’에게 내 줘야 했다. 현재도 3.3㎡ 당 시세도 동부센트레빌이 타워팰리스보다 1500만원~2000만원 높게 형성돼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도 홍보인쇄물과 영상물을 통해 대우건설 매각 리스크를 부각하며 대우건설을 인수할 회사로 지목되는 J건설을 2~3류 회사 취급했다. J사는 지난 19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시공자 1차 합동설명회’에서 삼성물산 홍보영상물에 다시 한 번 등장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J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금년 공정거래위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자산총액 총 5조원 이상) 64개 기업 중 46위에 랭크된 굴지의 기업인데 삼성물산의 이 같은 악의적 홍보 행위가 개탄스럽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삼성물산 ci 대우건설 ci
대우건설, 이재용 부회장 체제 갖춰지면 애물단지 주택부문 접을 것

…근거 없는 소문으로 조합원 현혹

대우건설도 실현 가능성 낮은 ‘래미안 철수설’을 들고 나와 반포3주구 조합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매출 비중이 높은 주택 사업을 철수하려 했다는 항간의 소문을 정설처럼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아파트 사업수주를 하지 않아 인력이 대거 이탈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 든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고육책’이라고도 암암리에 홍보하고 있다.

대우건설 홍보관 앞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이후 ‘이재용 체제’가 구축되면 그룹 내 애물단지인 주택사업을 어떻게든 손볼 것”이라면서 “그룹 매출 300조 중 ‘래미안’ 매출은 1%도 안 되는데 주택관련 장기·악성 민원으로 인한 그룹 이미지 실추가 심해 래미안을 팔던지 브랜드 사멸의 길을 택하던지 결정할 것”이라는 대우 측 주장을 피력했다.

여기에 더해 대우건설은 “K건설로의 매각설이 불거진 2014년 하반기부터 삼성물산 주택 부문 핵심 인력 이탈이 심각했다”며 “수차례 걸친 희망퇴직으로 주택 핵심 인력이 대형 건설사, 신탁회사, 중견 건설사로 이동했고 현재 40대 중후반~50대 초반의 직원들이 래미안을 지키고 있다”며 은연중에 삼성물산의 실무 감각 상실을 내비쳤다.

이처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매각설’로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대해,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규모 10조, 시공능력평가 5위에 달하는 대우건설 매각을 성급하게 추진할 리 없고 삼성물산의 주택 부문 철수설 역시 항간의 소문일 뿐 실체가 없는 내용”이라며 “시공사 선정 조합 총회를 앞두고 매각설을 이용해 조합원 불안심리에 기대기보다 사업제안서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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