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도' 폐허가 된 도시, 희망이란 존재할까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07-09 17: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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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신에게 버림 받았다는 사람들. 그들에게 희망이란 존재할까. '부산행'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가 베일을 벗었다.

 

폐허가 되버린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분류가 있다.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던 631부대와 그들에 구출됐으나 변질된 그들에게서 도망쳐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민정의 가족이다. 이런 폐도시에 정석(강도원) 일행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홍콩에서 배를 타고 다시 인천항으로 잠입한다.

 

 

'반도'는 '부산행'과 '좀비'라는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부산행' 좀비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면 '반도' 속 좀비는 '떼' '무리'의 이미지로 '쓸어버리는 존재'다.

 

'부산행'에서 자신의 지인이 갑자기 변해 그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다 감염된 사람들의 '인간미'가 있었다면 '반도' 속 좀비에게 자비란 없다. 그들은 피하고 죽여야할 존재일 뿐. 떼로 모여드는 좀비는 때로는 도구로 이용되면서도 결코 자비를 베풀 대상은 아니다. 

 

그렇기에 '반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카체이싱이다. 

 

소리와 빛에 민감한 좀비의 특성을 이용해 오목교부터 구로디지털단지, 여의도를 지나 인천항까지 쉴새 없이 달리며 속도감을 안긴다. 

 

카체이싱과 함께 좀비 떼를 밀어버리는 장면은 마치 불필요한 쓰레기를 단숨에 해치워버리는 느낌이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은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을 연습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에 이레가 있다"는 연 감독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다양한 인간군상도 '반도'의 볼거리다. 탈출했지만 다시 돌아온 정석 일행. 좀비 떼 속에서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민정의 가족들. 그리고 '부산행'에 김의성이 있다면 '반도'에는 서대위(구교환), 황중사(김민재)가 있다. 

 

하지만 서대위와 황중사가 김의성의 아성을 뛰어 넘기엔 이미 2%부족하다. 631부대는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희생'했었으나 기다리다 지쳐 '포기'한 이들이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이기심은 '좀비정국' 속에서는 최소한 인간적이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숨어 살면서도 준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민정의 딸 유진(이예원)은 그저 밝고 천진난만하다. 이들의 모습은 코로나19 정국인 현 시국 속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있다. 

 

좀비를 피해 타국으로 도망친 정석. 피난 중 가족을 잃었지만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난민'이 됐고 '좀비국 사람' 낙인이 뒤따라 희망을 잃었다. 

 

대비되는 삶을 살아온 준이와 정석의 현재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러닝타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은 7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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