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레트로 감성 입은 유쾌·통쾌 내부고발극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10-12 17: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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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나 순하고 좋은 사람이라도 너무 업신여기면 가만있지 않는다는 의미. 만년 말단 사원들이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된 후 의기투합했다. 이들에게 포기란 없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국제화시대였던 1990년대, 거리에 컴퓨터 학원과 영어 학원이 넘쳐나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익숙한 리듬의 댄스곡이 절로 흥을 돋우며 유쾌하게 오프닝을 장식한다.  

 

 

누구나 가고싶어 하는 '꿈의 대기업' 삼진그룹은 상고 출신 고졸 사원들을 위해 '토익반'을 만들었다. 토익 600점이 넘으면 대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그리고 토익반에 속한 이자영(고아성)은 새로 부임한 상무의 짐을 가지러 공장에 갔다가 우연히 공장에서 폐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본격 비리를 파헤친다.

 

고아성, 이솜, 박해수의 호흡은 말 그대로 찰떡이다. 8년차 입사동기인 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무슨 일이든 의논하며 '찰떡 케미'를 선보인다. 오지라퍼 자영(고아성),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초 치기 전문' 유나(이솜), 숫자천재 보람(박혜수)까지 모든 캐릭터가 통통 튀면서 조화를 이룬다. 특히 현 세대의 커리우먼을 보는 듯한 이솜의 존재는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극 중 자영, 유나, 보람을 비롯한 상고 출신 고졸 사원들은 일반 사원들과 달리 불편한 미니스커트로 이뤄진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은 그들에게 '족쇄'같은 느낌이다. 이들은 스스로 족쇄를 풀기 위해 '대리'를 꿈꾸고 토익 공부에 몰두한다.

 

하지만 당시 토익 600점은 꿈의 점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토익반'에서 희망을 얻고 입사 8년차에도 업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커피 타기, 청소, 잔심부름 등을 하면서 버틴다. 

 

영화는 극의 전개부터 달파란 음악감독이 참여한 OST까지도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 회사와 맞짱 뜨지만 비장하지는 않고 유쾌하다. 거창하지 않지만 "난 포기 안해"라고 외치는 자영의 모습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을 대변하며 통쾌함을 안긴다.


 

토익 선생님으로 등장해 이들의 조력자가 되는 타일러 라쉬부터 등장만 하면 골프채를 끌고 다녀 장르를 전환시키는 삼진그룹 상무 오태영(백현진)부터 신임사장 데이비드 맥기니스, 자영에 꼬박꼬박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대리 최동수로 분한 조현철, 배해선, 김종수 등 짧은 등장에도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고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꼴찌의 반란'이라는 유쾌 소재 속 레트로 감성까지 더해져 보는이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배우들의 환상 앙상블은 12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10분 18초, 개봉은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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