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소통’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

하비엔 / 기사승인 : 2020-08-28 16: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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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하비엔=하비엔 ] ‘카페 라떼(caffe latte)는 거품을 낸 뜨거운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음료이다. 하지만 이를 ’라떼는‘이라고 표현한다면 꼰대들의 어투, 또는 꼰대 자체를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개념이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유희의 하나이다.

 

국내의 워라벨은 일과 사생활을 분리한다는 개념이다. 어찌보면 이상적이지만 조직행동분야의 전문가인 제프리 페퍼에 따르면 현실에서의 완벽한 적용은 무리가 있다.

 

예를 들면 육아나 경조사, 병원비 등이 고민거리인 직원이 회사에서 완벽히 업무에 집중하기는 어렵고, 반대로 회사에서의 심각한 일은 사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직원별 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복지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직장과 가정의 완벽한 분리는 이런 서비스제공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이와 관련해 기업에서는 신세대의 사고방식을 문제삼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 직원들은 회식도 싫어하고 너무 개인주의적이라는 등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실상은 ‘라떼는’의 전형적인 유형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민영화된 한 기업에서는 2000년대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로 일종의 기업충성도를 꼽는다. 가령 과거에는 퇴근시간 직전에 임원의 회식지시가 있어도 일사불란하게 전달되고 직원들이 집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워라벨의 공식적인 모습과 실질적인 내용이 다르기에 발생한다. 후자의 주된 의미는 ‘내가 퇴근하고까지 저런 것들과 엮이기는 싫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근본적으로 사내 인력에 대한 ‘무능함’과 ‘불신’에서 비롯된다. 과거보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더 많은 정보를 필요하다면 실시간으로 접하는 지금은, 문제있는 ‘라떼는’을 무조건 경청하는 것과 타인에 대한 예우가 엄연히 구분된다.


간혹 기업과 개인을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의 방침에 미치는 개인들이 기업충성도를 좌우한다. 원론적으로는 기업문화는 주로 오너나 상층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중·하층부가 만연한 기업에서는 기업문화도 반대방향으로 형성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급과 연령고하에 관계없이 무능한 상대방과는 업무이상으로 엮일 필요가 줄어든다. 물론 업무능력이 평범하더라도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과는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반대인 강약약강, 쓰면 뱉고 달면 삼키기, 어떻게든 라인을 타겠다는 정치적 모습이 목격될수록 이들에 대한 뒷담화가 누적된다. 우습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매우 공명정대하고 유능하며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고 자평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이들과 유유상종할 생각이 없는 직원들은 회식이나 개인적인 자리를 회피하기 시작한다. 상식적으로도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배우고 존경할 부분이 있어 굳이 직원들이 피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유형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다. 공공부문일수록 정도는 심해진다. 왜냐하면 무능한 당사자에게 당신이 문제라고 업무관계자가 대놓고 지적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부기관의 담당자들은 저들에게 자신들의 내부평가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뒤에서는 험담과 비판을 하는 관계자들도 앞에서는 ‘아무 문제없다, 훌륭하게 일하셨다’는 식의 공식적인 멘트만을 던져준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본인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조직문화를 저해하는 것은 문제있는 다른 직원들과 개인주의 등이라고 주장한다. 내부가 아닌 외부요인에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의 양상이다. 

 

이들이 이해관계로 얽힌 파벌을 형성하고 기업의 주류를 이룰수록 개선의 여지는 불가능에 수렴한다. 이것이 ‘조직 내 소통’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내세우기에 앞서 기업의 오너와 경영자들이 고민해야하는 사안이다. 말로만 앞세우는 ‘조직 내 소통’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외부 객원 칼럼니스트의 글로 본지의 공식입장 또는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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