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야흐로 경이로운 '염혜란 전성시대'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3-11 14:33:53
  • -
  • +
  • 인쇄

[하비엔=노이슬 기자] 바야흐로, 염혜란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염혜란은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 이모이자 악역으로 등장, '국민밉상'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사이다를 날리는 워너비 여성의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첫 주연을 맡은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안방의 힐러로 활약, 눈물과 감동을 안겼다.

 

데뷔 21년차 배우 염혜란은 출연작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자들에눈도장을 찍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과 영화 <빛과 철>로 스크린 첫 주연을 꿰차며 '염혜란 전성시대'를 열었다.

 

 

염혜란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10대 남자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모님들의 사인 요청이 많이 오고 있다.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염혜란의 '10대들에 인기요인'은 바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OCN 방송국 사상 역대급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까지 두루 갖추며 올해 1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를 소재로, 한국형 악퀴타파 히어로물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 중 '힐러'로 활약한 염혜란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10대 남자 아이들이 히어로물에 열광한다. 그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다고 하더라. 기존에는 '어벤져스' 등 히어로물을 외국에서만 찾았어야 했다. 근데 '경이로운 소문'은 짠내나는 히어로들이었다. 딱 한번 10대인 내 딸과 같이 봤는데 무서운 장면이 있었다. 딸은 무서워서 같이 못보더라. 주변에서 아이들도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악귀를 때려잡는 카운터들은 '카운터 자격'과 함께 경이로운 '힘'도 갖는다. '경이로운 소문'의 관전 포인트다. "액션 씬이 많지는 않았지만 준비는 두달 전부터 액션스쿨 다니면서 준비했다. 오랜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느꼈고, 액션 배우님들 덕분에 촬영을 잘 마쳤다.

 

안방을 사로잡은 염혜란의 다음 행보는 스크린이었다. 무려 2월에만 세 작품이 개봉했다. 첫 주연작 <빛과 철>부터 <아이>, <새해전야>까지 온통 염혜란으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시기가 잘 맞은 것 같다.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서 몰려서 (개봉)연기되고 당기다보니 세 작품이 동시에 걸리는 행운을 얻었다(미소).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못했을 것 같은 역할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조금씩 캐릭터에 대해 열리고 있는 것 같다. 캐스팅 할 때 폭이 좀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중 <빛과 철>은 염혜란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 <빛과 철>에서 염혜란은 극 중 사고 후, 의식불명이 된 남편을 돌보는 영남으로 분했다. 

 

<빛과 철>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강렬했다. "처음 <빛과 철>을 만났을 때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영화가 서늘하다는 느낌, 철이 빛에 부딪혀서 눈을 때리는 느낌이었다. 예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감독님도 교통사고 이미지로 쓰셨다고 하더라. 

 

2018년에 찍은 작품이다. 햇수로는 3년전이다. 그때만해도 중요 작품을 할 때가 아니었다. 큰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긴 호흡으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다."

  

조용하게 슬픔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영남이지만 두 차례 충격을 받으며 감정변화를 일으킨다. 염혜란은 영남의 감정 변화가 가장 잘 표현된 씬을 딸에게 비밀을 들키는 씬과 공장장의 씬으로 꼽았다. 

 

 

"첫번째는 딸한테 들키는 장면이다. 아빠(남편)가 자살을 하려고 하는 고통속에 있었다는 말 듣고 충격을 받는다. 어른들의 문제로 묻어두고 싶었는데 어린 아이까지 알아서 충격이었다. 그때의 영남은 애써 큰일이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공장장님이 찾아와서 남편에게 있었던 일을 처음 듣는 씬이 있다. 짐작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인지는 몰랐다는 장면. 아마 영남은 너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무수히 많은 여성 캐릭터를 소화해 온 염혜란은 '아줌마 캐릭터'를 다양한 모습으로 소화해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홍자영도 아줌마였지만 이혼전문변호사로 '도도의 아이콘'이었다. 염혜란은 "'동백꽃 필 무렵'은 내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많이 높여준 작품"이라고 했다.

 

"그때는 잘 몰랐다. 근데 지금은, 스스로도 만든 것이 단단하고 견고하다 느낀 작품이다. 기존과 다른 모습을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 많았는데, 연기 만족보다는 하차 당하지 않고 해냈다는 자존감이 높아졌다. 그제서야 스스로도 내 이미지를 고정화 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품 이후로 성장한 느낌이다. 지금도 아줌마라는 캐릭터지만 작품마다 장르마다 다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워낙 못하는 연기가, 힘을 빼고 연기를 하는지 마는지 그런 모습인데, 그 연기가 최종 단계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 같은데 그것이 연기인 것. 평생 가도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줌마 캐릭터의 아이콘인만큼 최근 영화계에서 변화하는 '여성캐릭터' '여풍'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캐릭터가 많이 변했다. 좀 더 고정화되지 않은, 변호사부터 프로파일러 등... 기존처럼 고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열려있는 모습들이다. 이런 변화가 계속 됐으면 한다. 미드 같은 것 보면서 놀랄 때가 있다. 그런 변화가 놀라워서 반갑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가 더 열렸으면 한다."

 

데뷔 22년차 배우이지만 그의 인생에서 '배우'는 가장 큰 결단이었다. 스스로도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 아직도 놀랍다. 염혜란은 "이 일을 좋아한다. 쉬고 싶기도 하지만 새 대본보면 또 설렌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염혜란은 "다 선배님들 덕"이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정은, 라미란, 진경 선배님 등 많은 선배님들이 연극을 해오다가 영화도 함께 하고 있다. 그분들이 닦아놓은 길을 제가 가고 있다. 문턱이 높고, 힘든 일도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크게 못 느끼고 있다.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길이라서 편하게 가고있는 것 같다. 선배님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후배들이 저를 통해 그런 것을 느낀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의 길'은 아닌 것 같다. 연극계에서 고생을 했지만 꼭 영화, 드라마로 넘어와서 성공을 했다는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못 나가서 연극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주어져서 영역이 넓어진 것 뿐이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후배들을 절대 그런 프레임에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절대 대중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찬란 제공

 

[저작권자ⓒ 하비엔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