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엄지원 "'산후조리원' 뜨거운 반응 예상못해, 저승사자 씬 욕심났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11-28 07: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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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엄지원은 이쯤되면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매번 신선한 도전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엄지원이 '산후조리원'의 오현진을 통해 또 한번 인생캐를 경신했다.

 

엄지원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산후조리원'을 마친 소감을 소속사를 통해 일문일답을 전했다. 당초 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서면으로 진행됐다.

 

 

'산후조리원'의 오현진(엄지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상무' 타이틀을 얻었지만 산후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타이틀을 달았다. 갓 상무가 된 후 본격 임원으로 활동하려던 찰나 현진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았고, 양수가 터지기 직전까지 업무에 매진했다.

 

현진이 '딱풀이'를 출산 한 후 조리원에 들어갔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을 통해 '엄마'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리며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특히 출산과 동시 육아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통념을 바꿔놨다. 

 

다음은 엄지원이 전한 일문일답이다.

 


Q. '산후조리원'으로 코믹 멜로 액션까지 모두 소화하며 또 하나의 ‘인생캐’ 를 경신하며 호평 받았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

 

A.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고, 함께 울고 웃어 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애틋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작품을 끝내면 "잘 끝났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끝내고 "우리도 다시 모일 수 있을까?"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Q. '산후조리원'은 수많은 맘 카페 회원은 물론 남성들까지도 공감하는 드라마가 됐다.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다. "저거 내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주지 않으셨나 생각이 든다.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특히 실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쁘다.

 

Q.'산후조리원'은 '출산'을 중심으로 여성의 감정 변화부터 워킹맘, 모성애 등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소재를 다뤘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어떤 매력에 이끌려 드라마를 택하게 됐나.

 

A.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로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시의성을 가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더욱 끌렸다. 또 1부 저승사자 씬을 읽고 욕심이 났다.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게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키를 쥐어 줬던 장면이었다. 이를 통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Q. '산후조리원'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오현진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연기하면서 어디에 포인트를 뒀나.

 

A.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회상(패러디)씬 같은 경우 아무래도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안에서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빌드 업의 문제 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을 느낀 그대로 시청자들이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다.

 

Q. 4kg 증량투혼에 특수분장까지 하면서 열연을 펼쳤다.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장면은 없었나.

 

A. 진짜 산모 같아 보이기 위해 어느정도 살을 찌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이 '진짜구나' 라고 느끼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었다. 나에게 증량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놀랐다(웃음).

 

가장 어려웠다기보다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장면은 아무래도 1부였다. 그 중 출산 씬이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대게 보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진 같은 경우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Q. 연기자가 경험을 해본 역할만 하는 건 아니지만, 실제 경험이 없는 임신, 출산과 육아 연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참고한 것이나 지인들에게 조언을 들었나.

 

A. 실제 대본에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지문 그대로 불편한 듯 연기할 수 있었지만, 경험을 해본 지인들에게 어디가 불편한지, 어디가 아픈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자문을 구했던 게 현장에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출산 씬 같은 경우 적나라하게 나오진 않지만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 가장 우려했던 임신, 출산을 경험하신 시청자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Q. 은정 역의 박하선, 혜숙 역의 장혜진, 루다 역의 최리, 윤지 역의 임화영, 베테랑 간호사 겸 딱풀이 목소리를 연기한 최수민 등 배우 들과의 호흡은 잘 맞았는지,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

 

A. 각자의 다른 매력과 장점이 있었다. 장혜진 선배 같은 경우 소년 같은 털털함, 개구장이 같은 면이 있었고, 박하선 배우는 육아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배우들에게 “잘한다” “예쁘다” 등 기분 좋은 칭찬을 잘해줬다. 

 

최리 배우는 너무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재능이 있는 친구다. 임화영 배우는 내공이 있는 좋은 배우고, 좋은 사람이었다. 늘 촬영장에 가면 여자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촬영을 하기 전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배우들과 그렇지 않은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은 지금의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라는 결론을 내고 촬영에 임했다. 대화를 통해 방향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최수민 선생님은 워낙 성우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있으시고 프로페셔널한 분이지만 정극 연기를 처음 하시다 보니, 동선이나 앵글의 위치 시선처리 부분에서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셨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힘드실 법한데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즐겁게 촬영에 임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의 태도와 열정을 배우고 싶었다.

 


Q. 남편 김도윤 역을 맡은 배우 윤박과도 케미가 좋았다.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실제 연기 호흡은 어땠나.

 

A. 8부작으로 비교적 짧은 작품이다 보니까 처음에 알콩달콩한 부부연기가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윤박 배우도 워낙 코미디를 잘하고 욕심이 많아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 윤박이라는 사람이 도윤이 같은 순수한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좋은 케미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가슴 마사지나, 수유하는 씬이 글로 쓰여져 있을 때 어떻게 구현시킬 지 혹 보는 분들이 불편해 하지 않으실 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신 흔적이 느껴졌다.

 

Q. 아들로 분한 '딱풀이'는 실제 신생아다. 갓 태어난 아기와 촬영을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A. 딱풀이는 표정연기와 리액션은 물론이고 상을 줘도 될 만큼의 연기실력을 보여줬다. 실제 조리원에 있는 아이들은 목도 못 가누고 딱풀이로 출연한 아이보다 작아야 하는데 그런 갓난아이는 현장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딱풀이가 진짜 갓난아이처럼 보이게끔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해줬다. 또 딱풀이가 촬영 중간부턴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더니 설정에 맞는 옹알이를 해줘서 현장을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Q. 극 중 다양한 작품을 패러디 했는데요. <설국열차>, <로마의 휴일> 무술 고수 등 다양한 분장을 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A. 다양한 패러디 장면이 있었지만 무협 씬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고, 촬영 전 이미지화 시키는 과정에서 박하선 배우랑 '와호장룡'이나 '협녀'의 시안을 직접 들고 감독님을 찾아갔었다. 어떻게 찍으면 멋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설국열차' 씬도 장혜진 선배와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Q. 작품 속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힌 명대사들이 많았다. 드라마 속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A. 유독 현진은 내레이션이 많았었다. 7부에서 아이를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임화영 배우의 씬에서 "딱풀이는 엄마가 지어준 고운 이름(건우)을 입고 떠났다"라는 현진의 내레이션이 있었는데 가슴이 먹먹 해져서 담담하게 읽어 내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 이준혁 선배님이 도윤에게 "와이프에게 가까이 가지도 멀리 가지도 말아라"라는 대사가 재미있었다.

 

Q. 작품 하면서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이 났을 것 같은데, 어떤 딸이었고,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엄지원에게 있어 엄마의 사랑은 어떤 것인가.

 

A.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현진이 엄마처럼 딸이 하는 일과 커리어 존중해주는 분이시다. 다만 엄마도 이제는 연세가 있으셔서 신체가 여기저기 좋지 않으셔서 마음이 아프다.

 

Q.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 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아이가 있으면 어떨까', '엄마가 된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는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A.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일과 워킹맘 현진 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에게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이 선택의 폭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Q. 배우들의 연기부터 드라마 내용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출연하고 싶다고 한 바. 배우, 스태프들과 이야기 나눈 적은 없는지 만약에 돌아온다면 <산후조리원>이 아닌 어린이집, 유치원 등 어떤 소재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 안에 현진은 어떤 모습일까.

 

A.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듯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어떤 소재이던 경험한 사람들만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숙제인 것 같다. 행운이 주어진다면 시즌 2를 통해 시청자분들을 다시 한번 싶다는 바람이 있다.

 

Q. 지금까지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있는 진취적인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는데 <산후조리원>이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작품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면?

 

A. 책임감보단 사명감이 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땐 내가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 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느끼고 있는 걸 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늘 있다. 

 

여성이 극을 끌어 나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게 정말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른 거, 주체적인 걸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중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방향이 맞는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한다.

 

Q. 앞으로 혹은 다가오는 2021년 연기자로서의 엄지원의 작품 활동 계획과 사람 엄지원으로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올해 유독 바쁘게 지냈다. 드라마 2편에 영화촬영까지. 남은 한달은 정신없이 달라온 2020년을 돌아보고 싶고, 더불어 21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싶다.

 

Q.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산후조리원>이 어떤 감상을 가지고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감하고 또 좋아해 주셔서 그 자체로 행복하다. 고맙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저희 작품을 떠올렸을 때 "이런 소재의 재밌는 드라마가 있었지"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연말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기원한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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